기러기 아빠는 이제 그만
기러기 아빠는 이제 그만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4.01.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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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아빠의 가장 중요한 일일까?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많은 아빠들은 자신들이 돈을 버는 이유가 자녀 때문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직장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당해도, 후배들의 견제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평일 저녁 회식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도, 심지어 주말에 원치 않아도 회사 산악회에 나가는 이유도 사실 자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고 할 것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돈을 버는 아빠의 전형으로 기러기 아빠를 꼽을 수 있다. 2003년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는 기러기 가족이라는 표현이 수록되었다. 이 정도로 기러기 가족은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인 말이 되었다. 자료집에 수록된 기러기 가족의 정의는 이렇다.

 

자녀를 외국에서 교육하기 위하여 아내와 자녀 또는 남편과 자녀는 외국에서, 남편이나 아내는 국내에서 따로따로 생활하는 가족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한 때 기러기 가족은 전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 교육 때문에 자녀와 아내를 외국으로 보내고, 아빠는 한국에서 돈을 버는 형태의 인위적 결손가정인 기러기 가족은 가족해체가 보다 일반화 되고 있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도 특이한 현상이었다.

 

2005년 1월 9일 워싱턴포스트지(紙)는 <고통스러운 선택A Wrenching Choice>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 기사 내용은 바로 기러기 가족에 대한 것이었다. 기사에서 기러기 가족은 ‘kirogi(wild geese) family’로 표현되었다. 기러기란 한국어가 그대로 사용됐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유일하고 독특한 현상임을 알 수 있다. 2008년 6월 8일 뉴욕타임즈지(紙)에도 <영어 공부를 위해 아빠와 이별하는 한국 아이들For English Studies, Koreans Say Goodbye to Dad>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인들의 특이한 교육열에 대해 보도를 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조기유학 열풍 초기에 사람들은 자녀들만 외국으로 보냈으나 부적응과 탈선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아빠가 엄마를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고, 자신은 한국에 남아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보내게 되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아이와 아내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잠시 머물다가 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러기 가족이 겪는 심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많은 부부들이 결국 이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기러기 가족의 심적 고통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 2008년 11월 발생했다. 7년 전에 아내와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내고 혼자 한국에 남아 있던 기러기 아빠가 투신자살을 한 것이었다. 이 부부 역시 이혼을 한 경우로 ‘당신 없이는 혼자 살 자신이 없다’는 유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기러기 가족. 그러나 우리의 아빠들은 자신도 경제적 능력만 된다면, 그리고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기러기 아빠를 할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충분히 이해는 된다. 한국에서 자녀만큼, 교육문제 만큼 부모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자녀가 좋은 환경에서 공부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은 아빠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아빠가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경제적 뒷받침일까? 아빠들은 아이의 학업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자신은 아이가 원하는 사교육을 마음껏 받을 수 있도록, 좋은 참고서를 사줄 수 있도록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아빠라면 행동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빠 효과가 가장 많이 연구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자녀의 학업 성취도다. 과학자들은 반복적인 연구를 통해 아빠가 자녀 양육에 참여할수록, 즉 자녀가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자녀의 학업 성취도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아빠들이여 당신이 직장에서 돈을 버는 이유 중 하나가 자녀의 행복 때문이라면, 당신이 자녀에게 미칠 수 있는 엄청난 영향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돈에 못지않게, 아니 돈보다 더 자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아빠의 놀라운 효과 말이다. 이제 기러기 아빠는 이제 그만 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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