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고 나니 40~50분 근무하고 나면 배가 뭉치는 것 같고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힘들 때 15분 정도 쉼터에서 쉬어요. 쉼터 갈 때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직원들이 쳐다보지도 않으니 눈치 볼 필요가 없어요. 워낙 모성보호를 잘해주셔서 오히려 역차별이 발생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유한킴벌리 본사에 근무하는 입사 4년차 차미연(30, 사회협력팀 사원) 씨는 현재 임신 7개월이지만 아직까지 회사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힘들 때는 14층과 17층에 마련된 모성보호공간 ‘느티나무 그늘방’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전공장에 설치된 유한킴벌리의 제1호 직장보육시설인 ‘푸른숲어린이집’에 둘째 아이를 보내는 입사 7년차 최은진(32, QA팀 대리) 씨는 “일을 하다보면 평소보다 다소 늦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저녁까지 아이를 돌봐주니 안심되고, 아이도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보육시설이 생기기 전에는 아이들을 데리러 갈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고, 출·퇴근시간은 전쟁이었죠. 다만 4세까지 다닐 수 있다는 게 아쉽네요”라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하기스(기저귀), 디펜드(성인기저귀), 화이트, 좋은느낌(생리대), 크리넥스, 뽀삐(화장지), 그린핑거(스킨케어) 등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생활용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이런 제품들보다 더 유명한 것은 유한킴벌리가 가족친화경영을 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점이다. 유한킴벌리는 1993년부터 4조 3교대의 유연근무제를 도입했고, 지난 2004년에는 대내외적으로 가족친화경영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현재 유한킴벌리는 ▲모성보호공간 ‘느티나무 그늘방’ 운영 ▲임산부간담회 실시 ▲시차 출·퇴근제(오전 7~10시 출근시간 자율 선택) ▲산전휴직(3개월) ▲아버지 출산유급휴가(3일) ▲태아검진시간 부여(임신기간에 따라 격월 1회~격주 1회) ▲직장보육시설(33명의 영유아, 7명의 전문교사, 오전 6시 30분~오후 7시 30분) ▲육아데이 운영(매월 6일 정시퇴근) ▲신혼부부 대상 생명사랑학교 운영 ▲유아교육비 지원(월 10만 원씩 3년간) ▲자녀학자금 지원 ▲자기계발 등 복지비용 지원 등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김영일 홍보팀 과장은 “1994년에 도입된 시차 출·퇴근제의 경우, 기업에서 특별하게 부담하지 않아도 출·퇴근시간만 조절하면 되니 무척 간단하다. 또 임산부간담회도 처음 임산부만 참여하던 것에서 부서장들의 이해와 협력의 필요성에 따라 부서장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한킴벌리는 가족친화경영팀을 별도로 운영해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임산부간담회, 직장보육시설 등을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 과장은 “현재가 100%라고 생각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개선해 진화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작은 부분부터 성공한 후, 직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계속 확장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한 번에 모든 걸 갖추고 시작했다가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모성보호공간도 처음에는 본사 14층에서만 운영했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좋아 17층에 제2호를 마련했고, 지금은 전국 지사로 확장하게 됐다.”
김 과장은 “직원들의 스트레스 감소, 일에 대한 만족도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 당연히 필요하니까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지만, 결국에는 문화의 차이다. 100가지 제도가 있어도 문화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제도가 아니라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유한킴벌리의 가족친화경영 이념을 설명했다.
유한킴벌리는 한마디로 아이를 낳으면 더 다니고 싶은 회사다. 유한킴벌리 여직원의 출산율은 2006년 1.27명에서 2010년 1.84명으로 늘었다. 이는 2010년 국내 합계출산율인 1.22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육아휴직 사용률도 2006년 4.8%에서 2010년 69%로 대폭 상승했고, 2010년 평균 직원들의 이직률은 0.1%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