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성폭력 당할 상황에 놓인다면?
내 아이가 성폭력 당할 상황에 놓인다면?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7.11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아동 성폭력 사건.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성교육을 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성교육 내용을 보면 아이들이 성폭력 상황에 놓였을 때 “안돼요!”, “하지 마세요!”, “싫어요!”라는 단호한 의사표현과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내용일 것이다. 이는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유치원에서도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 성교육이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히려 저 단호한 의사표현이 아이들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방법으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는 게 백현정 아이가웃는세상 소장의 말이다.

 

백현정 아이가웃는세상 소장은 10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서울시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개최한 여성주간 기념토론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성행위를 했느냐 안했느냐가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백 소장은 2012년 여아 성폭력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 걸 계기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무엇인가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맞는 엄마들과 성교육 스터디 모임을 진행해오고 있다. 엄마들이 모여서 논의한다고 세상이 갑자기 바뀌진 않더라도 아이의 안전, 아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엄마들 사이에서 가장 큰 논의가 이뤄진 건 바로 아이들의 성폭력 문제. 만약 내 아이가 성폭력에 당할 상황에 높인다면 어떻게 하라고 교육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백 소장은 “아이가 만약 성폭력 사고를 당할 상황에 놓인다면 차라리 그냥 한 번 당하고 돌아오라고 교육을 하면 안될까?라는 게 이슈였다”며 “가해자와 아이가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계속 비명을 지르거나, 반항을 한다면 살해당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실제 통영 초등생을 살해한 김점덕 사건의 경우 아이가 반항한다는 이유로 살해한 사건이었다. 백 소장은 “엄마들과 2시간 넘게 이야기 한 결과, 아이에게 성폭력을 당할 상황에 놓이면 한 번 당하더라도 세상이 무너지거나 큰 일이 나는 것이 아니니, 당하고 나서 엄마에게 돌아오라고 교육을 하자는 결론을 냈다”며 “하지만 이 부분을 아이에게 어떻게 잘 교육할 수 있을지 아무리 찾아봐도 책에도,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백 소장은 “품안의 자식이라고, 엄마가 품에 품고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결국 아이의 안전은 아이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세월호 사건을 보듯이 범죄와 안전사고로부터 아이가 안전하려면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을 아이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위험에 처하게 된 그 순간에 상황을 판단하고 이에 따른 결정을 내려, 행동까지 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아이를 키우는 게 부모의 의무이자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말이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키는 힘을 길러주는 건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 먼저 아이들에게 독립적인 판단을 갖출 수 있도록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해주는 게 중요하다.

 

백 소장은 “영유아기 때부터 무조건 자신의 의사를 무시당하고 어른의 통제 안에서 자라는 아이는 독립적인 판단을 갖추기가 어렵다”며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기보다 남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쉽고, 이런 아이는 범죄의 위험에 빠질 경우, 머리 속에서 경고 신호가 울려도 이를 무시하기가 쉽다. 자신의 판단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로, 사람으로 대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체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도시화로 인해 아이들이 놀 공간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학원 등 바쁜 스케줄로 놀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아이들의 체력은 저하되고 있다. 백 소장은 “학교 선생님 말씀이 저희들이 어릴 때 하던 뜀틀도 초등학교에서 진행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뜀틀을 넘다가 부러지고 다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염려했다.

 

백 소장은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도 아이들의 놀이와 운동은 정말 필수적인 부분이다. 어릴 때 몸으로 익힌 것이 평생 간다는 말이 있듯 체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백 소장은 “아이에게 필요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을 예측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기계를 다루다가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면 그 기계의 올바른 사용법을 알려주고 그 기계를 잘 다룰 수 있도록 여러 번 사용하는 것이다. ‘횡단보도에서 녹색불이 켜지면 손을 들고 건너가라’고 가르치지만, 때로는 녹색불을 무시하고 달리는 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녹색불이 켜졌더라도 차가 오는지 안오는지 좌우를 둘러보고 차가 안오면 건너가야 한다’고 가르치는 게 바람직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평상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수시로 안전 교육을 해주는 것이다. 백 소장은 “영화관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비상구를 확인하는 사람과 그냥 광고를 보면서 팝콘을 먹는 사람 중 영화관에 불이 났을 경우 누가 더 빠르게 대피하겠는가”라며 “아이가 빨리 대피하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생활 속에서 먼저 우리가 실천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트에서 아이와 비상구 표시를 찾는 놀이를 하거나, 아이와 직접 비상구 표시를 따라 이동해도 좋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을 따라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직접 경험해본다면 비상상황 시 경험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다는 게 백 소장의 주장이다.

 

끝으로 백 소장은 “우리는 절대 아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막아줄 수는 없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적으로 그 위험상황에 닥친 아이들이 스스로 그 위험에서 탈출하는 것”이라며 “우리 어른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아이가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그것을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Copyrights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 기사제보 pr@ibabynew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