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물놀이장 1급 발암물질 노출 논란
어린이 물놀이장 1급 발암물질 노출 논란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8.06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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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도림천 물놀이장 석면 조경석 방치"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서울 신림동 도림천 어린이 물놀이장이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도림천 석면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경석(사진 아래 노란색 스프레이가 뿌려진 부분) 바로 옆 물놀이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 신림동 도림천 어린이 물놀이장이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도림천 석면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경석(사진 아래 노란색 스프레이가 뿌려진 부분) 바로 옆 물놀이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 관악구(구청장 유종필)가 신림동 도림천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 물놀이장이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관계당국이 적극 대처하지 않고 있어 안전 위험 속에서도 어린이들의 물놀이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소장 최예용)는 6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태하천 석면조경석 실태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순대타운 앞 도림천 둔치에 위치한 어린이 물놀이장 바로 옆에 석면 조경석이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7월 8일과 18일, 30일 세 차례 현장 점검을 통해 어린이 물놀이장에서 불과 2m 가량 떨어진 조경석에 대한 시료분석 결과, 각섬석 계열인 트레몰라이트석면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림천 어린이 물놀이장은 관악구가 지난 6월 27일 개장, 운영 중인 곳이다. 물놀이장은 수심이 30~40cm로 얕아 유아를 포함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 근처에 사는 많은 가족들이 찾고 있다.

 

부슬비가 살짝 내리던 이날 낮 12시에 물놀이장을 직접 방문해보니, 구명조끼를 챙겨 입은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엄마들은 물놀이장 근처에 돗자리를 깔고 간식을 먹으며 아이들을 살폈으며, 노인들은 물놀이장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물놀이장과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놓인 조경석에는 노란색 스프레이로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이는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석면이 포함된 조경석에 표시를 해둔 것으로 물놀이장 근처에만 20개가량이 눈에 띄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석면 조경석이 그대로 방치된 상태에서 어린이 물놀이장을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석면 조경석 바로 옆에 어린이 물놀이장을 운영하는 것은 석면 불감증 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도림천은 생태하천이 아니라 석면하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면은 입자가 소량이라도 폐로 들어갈 경우 악성중피종이나 폐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큰 물질이다. 악성중피종은 폐를 둘러싸고 있는 이중막(중피) 사이에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원인의 85~95%가 석면 노출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석면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도림천 조경석에 포함된 석면은 뾰족한 결정이 특징인 각섬석 계열의 트레몰라이트 석면으로, 이는 인체에 흡입되면 폐 표면에 결정이 박혀 잘 배출되지 않아 더욱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2003년부터는 국내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이 물놀이장 앞 표지판에는 물놀이장 수질검사 결과가 적합하다는 안내만 있을 뿐, 석면의 위험성을 나타내는 안내 문구는 전혀 없었다.

 

도림천 근처에 살며 5살 아이를 키운다는 주부 한아무개(35) 씨는 “아이들이 노는 물놀이장 옆에 석면이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믿고 물놀이장에 가겠느냐. 구청은 제대로 알고 있느냐”고 우려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생태하천 석면조경석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도림천 등 생태하천의 조경석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돼 있어,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정가영 기자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생태하천 석면조경석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도림천 등 생태하천의 조경석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돼 있어,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정가영 기자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도림천과 같이 석면이 포함된 조경석이 있는 하천은 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석면조경석 발견 하천은 도림천, 안양천, 부용천, 우이천, 정릉천, 전농천, 삼성천 등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미 2010년 석면함유 조경석 실태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생태하천 곳곳에 석면이 포함된 석재가 사용됐다고 지적한 바 있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석면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청계천과 만나는 정릉천의 경우 잦은 공사로 인해 석면 오염이 가중되고 있었다. 임흥규 환경보건시민센터 팀장은 “물리적인 힘을 가할 때의 충격으로 인해 석면 부위가 파손되면서 비산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며, 공사로 인해 석면 오염이 가중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안양천의 경우 근처 학교가 3곳이나 있어 학생들에게 노출될 위험이 높은 등 생태하천은 시민들이 자주 왕래하는 곳인 만큼 위험도도 큰 상황이다.

 

최예용 소장은 “석면위험은 대기비산을 통한 호흡기 노출이 문제인데, 환경부는 조경석재로부터 대기비산이 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며 “생태하천 자전거길 이용실태를 조금만 살펴보면 이용자들은 조경석재에 기대거나 앉고 또는 누워서 쉬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옷이나 손 등에 석면이 묻어 석면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하천의 특징상 비바람과 빗물에 의해 석면석재가 자연 파손되는 과정에서 주변을 오염시킬 수 있다. 조경석 석면 부위가 쉽게 파손되고 떨어져 나가는 특징을 고려해 측정방법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석면원료를 넣어 제작한 석면건축자재 안전관리 기준은 손아귀의 힘으로 부서지면 비산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석면석재 문제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시행된 석면안전관리법에는 조경석의 석면허용기준을 ‘표면에 석면이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 소장은 “석면 조경석 사용현장을 전국적으로 파악하며, 제거 전까지는 접근금지 안내문을 설치하고 코팅 등의 임시적 비산방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관악구청 고영준 치수과장은 “2010년 석면이 함유됐다고 의심되던 구간을 전면 교체했고, 이후 서울시환경보건연구원에서 주기별로 공기 중 석면 함유량 기준에 맞는지 모니터링해왔다”며 “내일 (논란이 된 물놀이장 근처의 조경석을) 시료 채취해서 석면 검출 여부를 판단할 것이며, 9월에는 의심이 가는 석재에 대해 교체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상세히 검토한 뒤, 물놀이장 운영 방침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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