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중단 현실화, 보육대란 오나?
무상보육 중단 현실화, 보육대란 오나?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11.13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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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3곳,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미편성 정치권, 책임공방 가열…부모들 불안 고조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만 0~5세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된 지 만 1년이 된 지금, 무상보육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불거진 논란이 정치권의 무상보육 책임 공방으로 확산되면서 내년도 무상보육 정책이 온전히 시행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거리로 나서 "박근혜 대통령이 해결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재정파탄위기극복과 교육재정확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보육재정파탄대응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무상보육, 무상급식 파탄위기 대통령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후, 이날 오후 세종시 어진동 교육부 앞에서 무상보육, 무상급식 지방교육재정 파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세종시=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교육재정파탄위기극복과 교육재정확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보육재정파탄대응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무상보육, 무상급식 파탄위기 대통령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후, 이날 오후 세종시 어진동 교육부 앞에서 무상보육, 무상급식 지방교육재정 파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세종시=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왜 교육청은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을 거부했나

 

무상보육 논란은 교육청이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책임질 수 없다”고 반기를 들면서 시작됐다. 지난 10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돌연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 거부’를 선언했다.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누리과정 만 3~5세 보육료는 지방교육재정이 아닌, 정부에서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도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교육청들이 편성하지 않겠다는 보육료 예산은 2조 1429억 원에 달한다.

 

사실 무상보육 논란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 계층 무상보육 제도는 2012년 3월 도입 당시부터 재정부족을 호소하며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몇 차례 중단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유아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구분 없이 공통의 교육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마련된 ‘누리과정’도 필요한 예산을 정부가 별도로 확보하지 않은 채 교육청 예산에서 쓰도록 떠넘기면서 지방교육재정이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상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누리과정이 시행되긴 했지만, 교육청은 부족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보육기관인 어린이집 보육료까지 부담하는 것은 힘들다는 게 교육청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0월 기자회견 당시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 거부의 근거로 교육·학예에 관한 사항만을 교육감이 관장토록하는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3조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 설치·경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교부하도록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1조를 들었다. 즉, 보건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닌 만큼 지방교육재정에서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교육기관인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할하는 게 현 체제다. 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등 정부 시책사업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아니라 반드시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을 정상화 해주길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 3개 교육청,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내년부터 당장 중단

 

어린이집 보육료 중단 우려가 현실화한 것은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5일 내년도 어린이집 보육료 5670억 원 전액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경기도 내 만 3~5살 영유아 16여만 명에 대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경기도를 이어 전라북도와 강원도도 내년도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았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관련 예산을 편성했으나 연간 예산의 일부에 불과한 수준에 그쳤다. 현재 각 교육청이 편성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보면 서울시교육청은 3개월분인 914억 원을 편성했으며 인천 3.5개월분(459억 원), 부산 4.8개월분(391억 원), 광주 2개월분(120억 원), 울산 5개월분(186억 원), 전남 5개월분(450억 원), 대전 6개월분(295억 원) 등이다. 교육청들은 나머지 예산은 국고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재정파탄위기극복과 교육재정확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보육재정파탄대응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무상보육, 무상급식 파탄위기 대통령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후, 이날 오후 세종시 어진동 교육부 앞에서 무상보육, 무상급식 지방교육재정 파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세종시=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교육재정파탄위기극복과 교육재정확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보육재정파탄대응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무상보육, 무상급식 파탄위기 대통령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후, 이날 오후 세종시 어진동 교육부 앞에서 무상보육, 무상급식 지방교육재정 파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세종시=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여당 “지방채로 지원하라” VS 야당 “정부 전액 부담”

 

정치권은 여론을 의식하며 대안 마련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당, 야당이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어 해결점을 찾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정부와 여당은 지방 정부가 발행할 수 있는 채권인 지방채를 좀 더 발행해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부의 부채 부담이 한도에 도달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방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하고, 정부가 상환 방법을 논의하는 등 뒷받침하는 것으로 일단 정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누리과정 예산은 의무 지출 항목이고 편성 의무가 교육감에게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무상보육을 시작으로 보편적 복지 기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무상복지 논란에 대해 “국가 재정을 거덜 내고 후손들에게 빚을 떠넘기는 복지는 ‘나쁜 복지’”라며 한정된 예산 안에서 복지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재철 의원은 지난 12일 “한번 시작한 공짜시리즈를 되돌리기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무상복지는 실현 가능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는 사실이 3년 만에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무상복지에 대한 현명한 재설계로 바로 잡아야만 한다”며 무상복지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복지는 ‘돈’이다. 무상복지는 무한(無限)복지가 될 수 없다”며 “법을 지키지 않는 복지는 ‘나쁜 복지’, 지속 가능하고, 후손들에게 빚을 떠넘기지 않고, 법을 지키는 게 ‘착한 복지’”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2일 복지재원 논쟁을 촉발시킨 누리과정 예산 등을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의원은 이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영유아보육법,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등 4개 개정안과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며, 누리과정과 함께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비용을 전액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예 의무복지 예산 확보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회의에서 “여야를 떠나 대통령 공약사업인 누리과정 사업을 비롯해 정부의 의무복지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4+4 협의체 구성을 새누리에 정식 제안한다”며 “정책위 의장, 기재위 교문위 복지위 간사가 협의해 내년도 예산안 조정을 협의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무복지 예산 확보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것은 국민 위한 정치, 진짜 민생이다. 새누리당의 응답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는 무상보육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내며 무상보육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12국가 재정이 허용하지 않을 때는 이것(무상보육)도 정책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 무상보육이나 무상급식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무상보육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 부모들 “누가 책임지든 상관없다. 보육료만 계속 지원됐으면”

 

교육청의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 거부 사태에서 무상보육 등의 전면 재검토 주장까지, 이를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부모들은 책임공방을 떠나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되던 보육료가 끊어지지 않길 바라고 있다.

 

엄마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는 온통 보육료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넘치는 상황이다. 한 엄마는 “외벌이라 보육료가 안 나오면 어린이집에 보낼 수가 없다. 어린이집에 계속 다니게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엄마는 “매년 보육료 때문에 이럴 거면 애 낳으라고 하지나 말지. 이래서 대한민국 출산율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제발 아무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보육료가 지원되는 유치원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움직임도 심화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는 “보육료가 끊기면 당장 몇 십 만원이 넘는 돈을 부담해야 될 지경”이라며 “당장 큰 아이라도 유치원으로 옮기는 게 낫겠다. 더 이상은 어린이집에 못 보내겠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엄마는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하는 게 아니다. 돈 걱정없이 누구나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닐 수 있다고 정부가 약속했으면 끝까지 지켜야 한다”며 “부모들은 누가 책임지든 상관없다. 보육료만 계속 지원되길 바랄 뿐이다. 돈 때문에 유치원, 어린이집을 골라 가는 신세로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교육재정파탄위기극복과 교육재정확대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보육재정파탄대응공동대책위원회는 “보육과 급식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 복지로서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다. 보편적 복지는 중앙정부가 책임져야할 과제”라며 “정부는 예산 떠넘기기로 중앙정부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이 보편적 복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위해 교육재정 확대, 부자감세 철회, 증세 등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즉각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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