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첫째를 임신해 봤기 때문에 둘째는 조금 더 수월하게 임신기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 판단은 100% 오판이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첫째 때 너무나도 힘들었던 입덧을 기억하지 못했다. 출산의 고통만 숨을 못 쉴 정도의 고통이라고만 기억하고 그보다 먼저 진통보다 더 힘들었던 입덧의 기간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계획한 임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임신 사실도 몰랐다. 더군다나 생리예정일에 제주도 여행을 갔었는데 살짝 피가 비쳐서 생리인줄로만 알았다. 이틀정도 살짝 피가 비쳐서 “여행을 와서 피곤해서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착상혈이었다.)
함께 일식집에 가서 만삭 임산부는 임신을 해서 회를 못 먹는다고 하는데 난 정말 없어서 못 먹을 만큼 많이 먹었다. (임신 초기나 더운 여름날이 아니면 임산부가 신선한 회를 먹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첫째 임신 때는 출산하는 날까지 회를 먹었었다.) 그렇게 3박4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왔는데 몇 주 후 어느 날,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조금만 움직여도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신랑 퇴근 후 약국에 가서 테스터기를 사왔다. 그때까지도 임신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화장실에 가서 테스터기를 했는데, 선명한 두 줄이었다!!!
예전에 신랑을 놀려주려고 두 줄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적이 있어서 신랑에게 두 줄이라고 외칠 때도 신랑은 거짓말인줄 알았다. 하지만 선명한 두 줄 테스터기를 보여주는 순간, 우리 부부는 얼어붙었다. 잠시간의 침묵 후, 남편은 축하한다고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고 나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생리예정일로 계산해보니 10주는 된듯해서 바로 다음 날 병원에 가봤는데 생리주기가 길어서 그런지 6주였다. 이주 후 오면 예정일을 잡아준다고 했고 이주 후 우리 집 둘째 예정일은 2012년 1월 15일로 잡혔다.
첫째는 10월 31일에 낳아서 괜히 헛나이 먹은 거 같아서 고민이었는데 둘째는 1월이니 참 다행이었다.(미리 태어나지만 않는다면. 첫째는 10일 빨리 출산했는데, 걱정이긴 하다.)
둘째는 첫아이와는 다르게 병원 가는 날에 연연하지 않는다. 첫째 때는 병원 가는 날만 기다려지고 초음파 사진을 보면 마냥 신기했는데 둘 째 때는 병원 가는 날을 며칠 어기기도 하고 초음파 사진을 봐도 첫째와 같은 흥분과 설렘은 없다. (나중에 둘째가 이글을 보면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첫째 때도 폭풍입덧을 겪었던 터라 걱정을 했는데 둘째 입덧은 첫째 때보다 2배는 심하다. 일단 먹고 싶은 것이 거의 없고 먹는 대로 다 토하고 하루 종일 울렁거린다. 마치 전날 소주, 막걸리, 맥주, 양주를 섞어 먹고 난 다음날 아침의 기분(?)이 하루 종일 지속된다. 입덧을 하다 보니 아침엔 시리얼이나 빵과 우유. 점심은 과자, 저녁은 국수. 이 생활이 몇주 째 계속되고 있다. 밥은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압봉이 입덧에 좋다고 해서 신랑이 붙여줬는데 3일째까지는 정말 신기하게도 입덧이 싹 없어졌었다. 하지만 4일째부터는 도로 제자리였다. 계속 위액까지 토하다 보니 속이 말이 아니었는데 어느날 매운갈비찜을 먹고 새벽부터 위경련이 오기도 했다. 10초에 한번씩 쥐어짜는 통증은 진통보다 아팠다. 산부인과에 가서 링거를 맞고도 차도가 없어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다. 임신초기라 장운동을 더디게 하는 약이나 진통제 그 어떤 것도 사용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 아기에게 조금의 영향은 있을지도 모른다고. 죽을만큼 아팠지만 그 말을 듣고도 약을 쓸 수는 없었다. 결국 오전에 입원해서 저녁에 퇴원을 했고 미음만으로 3일을 견뎠다. 첫째가 있어서 입원은 더더욱 꿈도 꿀 수 없었다. 얼마나 아팠는지 둘째 임신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축복아, 미안해!)
첫째를 임신했을 때는 내가 힘들 때 쉬고, 남편에게 공주대접 받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으며 임신기간을 즐겼는데 둘째를 가지고 보니 내가 힘들어도 첫째가 자지 않으면 쉴 수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첫째가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어야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첫째 밥을 차려주고 목욕도 시켜야 하고 딱 3배 더 힘든 것 같다. 외출이라도 하려고하면 아기띠도 사용할 수 없고 휴대용 유모차가 필수다. 집에 비싼 유모차도 무용지물이었다. 오로지 가벼운 유모차를 찾아 헤매던 중 3만원 짜리 3kg 유모차를 구입했다. 결과는 대만족!
하지만 슬슬 내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6월부터 첫째 문화센터도 등록했었는데 극심한 입덧 때문에 취소했다. 첫째와 둘째 모두에게 미안하다. 나름 육아 베테랑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둘째를 임신하니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다. 둘째는 첫째와 다르다. 상황이 다르고, 마음가짐이 다르고, 해야 할 일이 다르다. 둘째 임신 후 남편이 도와줘야할 것들도 두배로 늘었다. 두배로 힘드니 출산하면 두배로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난 화장실로 입덧하러 달려간다.
지안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