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책 읽기는 엄마랑 함께해
아동독서테라피는 분명 전문가의 영역이다. 하지만 엄마도 접근할 수 있다. 요즘 아이가 부쩍 커 만 52개월이 되면서 독서의 영역이 ‘치료’와 ‘치유’를 넘나들고 있다. 오늘은 나와 내 아이가 경험 중인 독서테라피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름다운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책을 읽어줬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궁금한 이야기, 놀라운 이야기, 안타까운 이야기를 읽어줬다. 시간이 더 지나자 아이의 감정이 세분화되었고 귀신, 도깨비, 유령, 몬스터, 악당을 두려워하게 시작했다. 아마 이때가 아닐까? 독서치료의 효과에 육아를 기대고자 했던 것이.
아이는 툭하면 울었다. 잠을 안자겠다고 버티고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버티고, 동네 어른들을 만나도 인사를 안하고 숨었다. 화가 나면 이불 속에 숨기, 조금만 혼내도 울면서 방에 들어가 버리기. 그런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은 별로 없었다. 위인전, 수학동화, 과학지식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책으로 안되는 게 어디 있더냐. 인터넷을 서핑하다가 ‘엄마가 화났다’라는 책을 알게 됐고 비슷한 종류의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아이와 읽었다. 엄마는 정말 모르는 걸까, 엄마를 화나게 하는 101가지 방법, 친구를 모두 잃어버리는 방법, 친구랑 싸웠어. 오늘도 화났어, 더 놀다 잘 거야, 침대 밑에 괴물이 있어요...
요즘은 심리학자와 동화작가가 함께 썼다는 시리즈물을 읽고 있다. 얼굴 빨개지는 게 싫어요, 나랑 같이 놀자, 안녕하세요, 나 울보 아냐.... 이 책들은 구연 CD도 들어있어 하루에 두 번씩 틀어주면 아이가 집중해서 듣는다. 구연 CD는 엄마인 나에게도 첫 도전인데 책 내용에 멜로디를 입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런 책들은 아이의 다치고 아픈 마음을 어떻게 노크할까? 네가 어린이집 가기 싫은 것, 네 얼굴이 빨개지는 것, 선생님이 다른 친구만 칭찬해서 네가 심술 나는 것, 네가 인사를 안하고 엄마 뒤에 숨는 것. 그런 감정과 상황은 너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친구들도 느끼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아이는 여기서 첫 번째 위안을 얻는다.
어른들에게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실질적인 해답을 준다. 아이는 여기서 두 번째 위안을 얻는다. 책을 읽은 후에는 ‘엄마는 너를 돕고싶다. 엄마는 네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는 여기에서 세 번째 위안을 얻는다.
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아이 일과의 상당 시간을 책이 아닌 엄마가 관리,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서테라피는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며 아이가 느낀 것을 엄마도 함께 느껴야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책을 읽으며 아이와 자꾸 부딪친다면 독서치료 전문가에게 맡기자.
*칼럼니스트 김진미는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고 독서논술지도사로 활동했습니다. 출산 후 글쓰기에 전념. 현재 시민기자와 수필가로 활동 중입니다.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 예쁜 옷은 못 챙겨줘도 책읽어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믿는 ‘읽기광’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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