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를 어떻게 키우냐고요?
네 아이를 어떻게 키우냐고요?
  • 칼럼니스트 원혜진
  • 승인 2011.08.16 10:33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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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하나대로 힘들고, 둘은 두 배 이상 힘들고, 셋은 그나마 수월한데, 넷은?! 셋이나 넷이나!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아이가 넷이라는 이야기를 하거나, 아이들을 우르르 데리고 다니다보면, 다른 엄마들이 나를 보며 그런다. “아이고, 나는 하나도 힘들어 절절 매는데,” 혹은 “둘도 힘들어 죽겠는데,” 넷을 어떻게 키우냐는 소리이다. 그러면 나는 “하나는 하나대로 힘들죠,” “둘도 힘들죠.” 하고 위로 삼아 대답해준다.

 

정말 하나는 하나대로 힘들다. 만약 지금의 내가 하나만 키운다면, 순한 첫째든 말괄량이 둘째든, 하나만 키운다면, 그러면 정말 수월할 것 같다. 지금도 아이들 중 하나만 데리고 나가면 그렇게 여유만만할 수가 없다.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

 

하지만. 아이가 하나라는 것은 그 아이가 첫째라는 소리가 아닌가. 첫 아이를 키울 때를 생각해보면, 아이는 순해서 힘든 것이 별로 없었지만, 모든 것이 모르는 것 투성이라, 늘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아이를 포대기로 업어도 되나부터 시작해서, 손을 안 씻고 아이를 만지면은 큰 일 나는 줄 알았고,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는 이것을 먹여도 되는가 확인하느라 책을 아예 옆에 펼쳐놓고 살았다. 경험자들은 알리라. 그 시절의 혼돈을.

 

아이가 둘이 되자 첫째도 어린데 온전히 돌봐야할 아기가 생긴 모양새. 게다가 나처럼 첫째보다 더 활발한 둘째를 만나는 경우라면, 정말 두 배가 아니라 네 배로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다는 걸 온 몸으로 깨닫게 되며, 두 돌 지나 고집이 세지는 큰 아이 달래랴, 기어다니며 말썽 부리는 둘째 아이 지키랴 몸이 지칠 수밖에 없다.

 

둘 키우기, 쉽지 않다. 그래도, 둘째 맘들은 알 것이다. 첫째를 예뻐했던 마음과는 또다르게 둘째는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예뻐해줄 수 있다는 것을.

 

셋째는 좀더 수월했다. 셋째가 태어났을 때는 첫째 둘째가 좀 커서 둘이서 잘 놀아주었다. 동생을 보고 도로 아기가 되어, 온 몸으로 동생이 아닌 자기를 쳐다보라고 안아달라고 쫓아다니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딘가. 첫째 임신 때보다 나이가 들어 몸이 힘들긴 했지만, 우려한 만큼 세 배의 고단함은 아니었다. 둘째는 모든 것을 첫째를 보며 따라하면서 자랐고, 자기에게 쏟아지던 관심이 아기에게 간 것도 형이랑 노느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셋째 아기 때, 두 형들이 아기를 참 예뻐했다. 그 모습이 참 예쁘다. ^^ ⓒ원혜진
셋째 아기 때, 두 형들이 아기를 참 예뻐했다. 그 모습이 참 예쁘다. ^^ ⓒ원혜진

 

아기도 곁에 형들이 있으면 형들 노는 것을 지켜보며 싱글벙글 웃어주었다. 세 살 다섯 살이 뭐 아기를 보겠나 하지만, 그래도 아기 곁에 형들이 있으면 청소도 할 수 있고 저녁도 차릴 수 있었다.

 

넷째를 가졌을 때 같은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들은 그랬다. “그래, 셋도 키웠는데 넷 못 키우겠나, 딸 하나 있으면 좋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동안 첫째는 무럭무럭 자라 여덟 살이 되었고, 웬만한 심부름은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역시 형에게 지기 싫어 서로 심부름을 하겠다 나선다. 셋째는 형들이 하는 건 다 따라하니, 심부름 역시 마찬가지이다. 셋이서 서로 하겠다고 다퉈서 문제다.

 

역시 죽으란 법은 없다. 시간은 쉬지않고 흐르며 엄마는 노하우가 쌓이고, 위의 아이들은 자란다. 물론 집에 있으면 우당탕탕 뛰어다니느라 정신 없고 셋이서 노느라 기껏 재워놓은 아기를 깨우기 일쑤지만. 그래도 오빠들 곁에서 아기도 좋아하고, 오빠들도 아기를 보며 배려를 배우는 듯.

 

오빠들 노는 곁에서 저도 잘 노는 넷째. 기특하고 또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 ⓒ원혜진
오빠들 노는 곁에서 저도 잘 노는 넷째. 기특하고 또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 ⓒ원혜진

 

아이가 많아질수록 집안일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먹이는 것도 일, 치우는 것도 일, 빨래는 늘 산더미같다. 조금만 밀리면 손대기가 싫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다. 대신 손이 빨라져 전보다는 일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하기 싫은 건 마찬가지고, 정리가 안 되긴 마찬가지지만.

 

아이가 많아질수록 웃을 일도 많아진다. 아이들 야단칠 일도 물론 많아지겠지만. 잠든 아이들을 보며, 남편과 함께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다보면, 정말 개그콘서트 저리 가라 할 정도이다. 게다가 개콘이 주지 못하는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내 아이가 한 말, 내 아이가 한 행동, 모두 다 기억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래, 하나는 하나대로 힘들고, 하나였다가 둘이 되면 또 힘들고, 셋도 넷도 비슷하게 힘들다는 결론. 어차피 힘든 거 키우는 김에 열심히 키우자는 말씀. (아이가 많아질수록 엄마의 체력 단련은 필수 항목이닷!!)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3남 1녀(04년, 06년, 08년, 11년생)를 키우는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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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a**** 2011-08-22 18:14:00
대단하셔요~
정말 나라에서 상줘

movielov**** 2011-08-17 01:28:00
엄마가 편하려면 한명, 더 편하려면 두명, 진짜 편하려면 세명!!
이런 이야기가 있다네요.. 가족이 많으면 좋기는

sos**** 2011-08-17 00:32:00
아기가 많을수록... 엄마는 편하다..
아기가 많을수록... 엄마는 편하다..란 이야기를 들은 적있는데,
정말일까

poo**** 2011-08-16 23:36:00
정말 맞아요...
하나는 하나여서 힘들고... 둘은 두배로 힘들고...
지금 셋째는 좀더 수월한듯..^^
두오빠의 사랑 만땅 받으며 행

seb**** 2011-08-16 17:46:00
대단하세요~
정말 힘드시겠지만 네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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