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전업주부 엄마들 사이에서 왕따?
워킹맘은 전업주부 엄마들 사이에서 왕따?
  • 칼럼니스트 김보영
  • 승인 2015.05.28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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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빈자리까지 메워주는 전업맘 여러분, 고맙습니다"

[연재] '솔이 엄마' 김보영 아나운서의 워킹맘 다이어리

 

각종 행사로 정신없이 분주했던 5월도 어느새 끝자락입니다. 신학기 증후군을 앓으며 호된 ‘입학 신고식’을 치룬 솔이는 다행히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고요, 아이보다 더 긴장모드였던 저도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몇 차례 학부모 호출이 있었습니다. 3월에 있었던 학부모 총회에 이어 지난달, 담임선생님과의 개인 면담이 있었고요, 며칠 전에는 공개 수업도 열렸습니다. 개인 면담은 각 학부모별로 시간 조절이 가능했지만 공개 수업은 사정이 다릅니다. 1학년 공개수업은 오전 10시에 진행되었는데, 일하는 엄마라면 월차나 반차를 쓰지 않고는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저는 다행히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참석했습니다.

 

학교 행사 외에 크고 작은 엄마들의 모임도 이어졌습니다. 반모임(같은 반 엄마들이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아이의 이름을 써넣은 명찰을 옷깃에 달고,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왜 그렇게 긴장이 되는지요. 매일 같이 생방송 카메라 앞에 앉아도 떨지 않는 저이지만, 엄마들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딸의 이름을 떡 하니 가슴에 달고 보니, 저의 행동 하나하나가 곧 아이의 평가로 이어지는 것 같아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웠습니다.

 

사실 저에게 ‘엄마들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는 것은 적잖은 스트레스였습니다. 특히 저는 ‘워킹맘’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터라 미리부터 긴장을 했지요. 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입학할 무렵 지인들로부터 엄포(?)어린 조언을 무척 많이 들었거든요. 말인 즉슨, ‘워킹맘은 전업 주부인 엄마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기 십상이니 각오해 두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이런 지침도 받았어요. ‘엄마들 모임에서 명함을 건네는 일은 절대 하지 말 것.’, ‘엄마들 모임의 밥값, 커피 값은 반드시 먼저 계산할 것’ 등입니다. 심지어 한 선배는 “입학식보다 엄마들이 모두 모이는 첫 번째 자리(반 모임)가 더 중요하니, 휴가는 그 때 내라”고 조언해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요, 실제로 학부모가 되고 보니 그 모든 걱정들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반 모임이 있던 날이었어요. 출근 시간 때문에 엄마들과 인사만 겨우 나누고 불편한 마음으로 자리를 뜨는데 문자 알림이 울렸습니다. 반 대표엄마의 메시지였어요. 마치 제 마음을 읽기라고 한 듯, 모임이 끝나면 (반 전체)문자 방에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 올리겠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출근하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몇 시간 뒤에는 엄마들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까지 전송되었고요. 비록 사진 속에 ‘솔이 엄마’는 없었지만 그것이 전혀 서운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고마운 배려였습니다.

 

평일 오후 시간, 아이들이 모여 노는 자리에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게 될 때에는 어김없이 ‘아이만이라도 보내주시라’는 연락이 옵니다. 다 같이 모여 노는 자리에 솔이만 빠지면 아이가 서운해 하지 않겠느냐며, 엄마인 저 대신 솔이를 챙겨주겠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어느 엄마는, “혹시 아침에 아이를 등교시키는 것이 무리가 되면 출근길에 아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다 놓는게 어떻겠느냐”는 제안까지 해주었습니다. 주부들에게는 가장 바쁘고 정신없을 아침시간에 우리 아이까지 맡아주겠다니,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에 눈물까지 핑 돌더군요.

 

‘아이 키우는 데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자기 일도 바쁜데 남의 아이까지 맡아 준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주부라는 역할은 그야말로 ‘극한 직업’입니다. 매일같이 쓸고 닦아도 좀처럼 티가 나지 않는 집안일에, 어디 그뿐인가요? 저와 같은 워킹맘들은 일한답시고 친정엄마나 시어머니, 베이비시터에게 육아 도움이라도 받지만 그들은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아이 둘, 셋씩을 입히고 먹이며 키워내고 있습니다. ‘전업맘’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누구보다 바쁘게 일하는 ‘전업+워킹맘‘들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칼럼니스트 김보영은 두 딸 솔이와 진이의 엄마이자 국회방송 아나운서로 <투데이 의정뉴스>, <TV, 도서관에 가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육아서 <대한민국 대표엄마 11인의 자녀교육법>을 내고 워킹맘을 위한 강연 및 기고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워킹맘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이야기나 조언,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bbopd@naver.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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