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마음 놓고 숨 쉬어도 되나요?
우리 아이들, 마음 놓고 숨 쉬어도 되나요?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0.20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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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성질환 발병률 높이는 어린이집 실내공기 오염의 현주소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뽀얗던 아이의 살갗에 붉게 발진이 올라왔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로 생각했지만, 이내 발진은 온몸으로 퍼졌다. 아이는 가려워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하루에도 수차례 자다 깼다. 엄마도 같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몸이 좋지 않아 짜증이 늘어난 아이를 돌보다 엄마까지 병원 신세를 졌다.


"참 지치고 힘들었다."


자녀가 아토피 피부염에 걸려 고생했던 한 엄마의 경험담이다. 이 글이 게시된 온라인 육아커뮤니티에는 아이의 사진을 올리며 아토피가 맞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글이 하루에도 여럿 올라왔다. 실제로 2010년 초등학교 1학년 중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학생은 20.6%를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7.2% 늘어난 수치다.


아토피와 천식같이 주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이른바 '환경성질환'의 발병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환경성질환자는 2002년 545만 명, 2003년 570만 명, 2004년 614만 명, 2005년 656만 명으로 4년 사이 20.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환경성질환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실내공기 오염'을 꼽는다. '깨끗한 공기의 불편한 진실'의 저자이자, 실내공기를 40년간 연구해온 미국의 미생물학자 마크 R. 스넬러는 지난 10년간 천식 환자가 58% 증가하고 암 발생률도 많이 증가한 이유를 실내공기 오염에서 찾는다.


지난해 열린 실내 미세먼지 관련 토론회에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연구소 우이지영 연구원은 "실내오염 때문에 어린이의 급성 호흡기 감염이 늘었고, 심장질환, 뇌졸중 등도 증가했다"며 "어린이가 해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 향후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영유아다. 영유아는 체중 당 호흡량이 성인의 3~5배가량 많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 숨을 쉬어도 성인보다 더 많은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셈이다.


게다가 영유아는 면역력이 성인보다 약하다. 독성물질을 연구해 서적 '우리는 매일 독을 마시고 있다'를 펴낸 허현회 씨는 저서에서 "면역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성인보다 합성화학물질에 취약해서 오염된 실내공기에 노출됐을 때 아토피나 알레르기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집의 실내공기 질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작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아이들 하루 5~7시간을 보육시설에서 머문다. 집을 제외하고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추세다.


◇ 환경성질환부터 암까지 일으키는 유해물질들


미세먼지는 우리 아이를 위협하는 대기오염 물질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미세먼지는 우리 아이를 위협하는 대기오염 물질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그렇다면 우리 아이를 위협하는 대기오염 물질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 오염물질 중 근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미세먼지와 폼알데하이드, 휘발성유기화합물이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나뉜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0분의 1mm)보다 작은 먼지이고, 초미세먼지는 지름이 2.5㎛보다 작은 먼지다. 머리카락 지름(약 60㎛)의 1/20~1/30보다 작다.


미세먼지는 탄소화합물이나 중금속 등이 포함돼 있어 인체에 해를 끼친다. 디젤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환경부는 20년 전부터 미세먼지를 대기오염물질로 규정했다.


초미세먼지는 인체 깊숙이 침투해 더 위험하다.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도달해 폐 기능을 약하게 하거나 심장과 혈관에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세제곱미터)당 10㎍(마이크로그램) 증가할 때마다 전체 사망률이 7%, 심혈관·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2% 높아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올해 4월 공개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초미세먼지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위험한지가 잘 드러난다.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환경부가 정한 평균 기준치(50㎍/㎥)보다 낮은 상태여도 ㎥ 당 초미세먼지가 10㎍씩 상승할 때마다 15세 미만 어린이의 천식 위험도는 1.05% 증가했다. 0~4세 영유아의 천식 증가율은 1.6%에 달했다. 특히 0~4세는 환경부 기준의 절반 미만인 20㎍/㎥ 이하일 때도 천식으로 입원할 가능성이 커졌다.


폼알데하이드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은 가구나 벽지, 건축자재 등 실내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물품에 이용되는 화학물질이다. 폼알데하이드 역시 휘발성유기화합물에 속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별도로 취급한다.


폼알데하이드는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다. 실내건축 전문가 차동원 교수는 저서 '건축환경 실내공기 오염'에 폼알데하이드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호흡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기술했다.


여인형 동국대 화학과 교수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만성 질병이 있는 사람이나 예민한 사람들은 폼알데하이드에 노출되면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장기간 노출되면 백혈병 혹은 폐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고 알려졌다"고 밝혔다.


폼알데하이드 외에 휘발성유기화합물에는 벤젠, 톨루엔, 자이렌 등이 포함돼 있다. 모두 기관지염이나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젠은 백혈병과 중추신경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 물질들의 특징은 끓는점이 높아 실온에서도 공기 중으로 휘발된다는 점이다. 결국 실내에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사용된 제품이 있으면 유해 물질을 고스란히 흡입하게 된다.


◇ 유해물질 떠다니는 어린이집 실내공기


벽지와 장난감 등에서 나온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실내공기를 오염시킨다. 사진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없애기 위해 보일러를 돌려 실내 온도를 높이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벽지와 장난감 등에서 나온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실내공기를 오염시킨다. 사진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없애기 위해 보일러를 돌려 실내 온도를 높이는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오염물질들이 많은 어린이집에서 기준치 이상 검출된다는 점이다. 수도권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2006년·2008년·2009년에 각각 실시한 총 4가지 연구의 결과를 보면 미세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기준치보다 높게 나온 보육시설들이 매번 있었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2년 전 서울 25개 보육시설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16%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권고기준보다 높게 나왔고, 12%에서는 미세먼지가 기준보다 많이 나왔다.


환기를 많이 하지 않는 겨울철에는 실내공기의 질이 더 나빴다. 수도권 지역의 26개 보육 시설을 대상으로 2012년 10월~12월에 실내공기 오염도를 측정했더니, 26개 시설에서 모두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됐고, 그중 40%에 달하는 어린이집은 미세먼지가 기준보다 높았다.


어린이집의 위치도 실내공기 질에 영향을 미쳤다. 도로변에 있는 어린이집은 실내공기가 더 좋지 않았다. 2009년 서울 29개 보육시설의 실내공기 질을 연구해보니, 도로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의 공기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주거지역에 있는 어린이집보다 1.1~1.6배 높게 관찰됐다.


지난해 3월 '실내환경 및 냄새 학회지'에 실린 한 연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2013년 서울 영등포구의 왕복 8차선 도로변에 있는 어린이집의 실내공기를 이틀 동안 조사한 결과 어린이집의 출입문과 창문이 일시적으로 개방되는 등하원 시간에 특정 오염물질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연구자들은 "혼잡도로에 인접한 어린이집은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출입문, 창문 등이 열릴 때 실내로 들어와 공기가 오염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어린이집의 주변에 주차장, 하역장 등 오염원이 존재하면 어떤 영향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여기에 맞는 개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는 대기오염 수준에 따라 어린이집의 위치를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보육기관이 실내공기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3년 전 한국생활학회가 수도권의 73개 소규모 보육시설을 조사해보니, 별도의 환기 시설을 마련하지 않고 자연 환기에만 의존하는 곳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조사 대상 보육시설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74%는 실내공기에 관한 지식이 많지 않다고 답했다. 그나마 실내공기에 관한 정보를 얻는 곳도 TV나 인터넷 등이어서 전문성이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


◇ 관련법은 존재…규제 수준은 미흡


실내공기 오염의 주된 원인은 가구나 벽지 등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다. 서울 종로생명숲어린이집은 친환경 교구를 사용해 문제를 예방하고자 한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실내공기 오염의 주된 원인은 가구나 벽지 등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이다. 서울 종로생명숲어린이집은 친환경 교구를 사용해 문제를 예방하고자 한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린이집의 실내공기에 관한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집은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 질관

리법'의 적용 대상으로,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그러나 현행법은 전체 면적이 430㎡ 이상인 국공립, 법인, 직장, 민간어린이집만을 조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전체 어린이집의 53%가량을 차지하는 가정어린이집은 점검 대상에서 빠진다.


최근 심각성이 두드러지고 있는 초미세먼지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은 권고기준만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폼알데하이드 ▲총부유세균 ▲일산화탄소만 유지기준을 둬 관리한다. ▲이산화질소 ▲라돈 ▲휘발성유기화합물 ▲석면 ▲오존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기준만 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의 실내공기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규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은 법적 기준을 세울 때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기 중에 있는 유해물질이 아주 미세하다고 해도 몸에는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염 수준이 법정 기준치 미만이라고 해도 노출되는 양에 따라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체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법적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으로 규제하는 유해물질을 늘리자는 주장도 있다. 올해 6월 열린 실내공기 질 관련 심포지엄에서 손종렬 한국실내환경학회장은 초미세먼지를 따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내에서 초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그것을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고 기준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대비책을 주문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실내공기뿐 아니라 생활용품, 건축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정 기준을 새로 마련해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중이다.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의 최유진 연구위원은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찾자고 말했다. 그는 "당장 점검해야 하는 보육시설을 늘리는 방식은 현재 공무원 인력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워 바람직하지 않다"며 "열악한 시설은 지원하되 먼저 원장과 교사가 문제점을 알고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 편집국이 쓴 신간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나무발전소 출간)에도 실렸습니다. 현재 출간기념 이벤트로 생협에서 판매하는 아기 수건을 드리고 있습니다. <독성물질 잡는 해독엄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네이버 책과 다음 책 사이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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