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만드는 마을
가족을 만드는 마을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0.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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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양육, 마을공동체 실천하는 SOS어린이마을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SOS어린이마을
ⓒSOS어린이마을


일곱 살, 여섯 살 연년생 형제인 현우·현수(가명)는 지난해 새로 생긴 가족이 있다. 서울 양천구 SOS어린이마을에 살게 되면서, 노숙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방치됐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엄마와 동생, 누나와 형이 생긴 것이다. 이곳에 들어올 당시 예닐곱 살의 나이에도 말을 잘 못하고, 기저귀까지 찼던 두 아이는 새 가정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물론 기저귀도 뗐고, 이제 말도 잘한다.


SOS어린이마을은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가정 형태의 양육 환경을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가정 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가족들을 지원하는 민간사회복지기구다. SOS란 'Save Our Souls'의 약자로 '우리의 영혼을 구원하소서'라는 뜻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34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첫 SOS어린이마을이 생긴 것은 1963년이다. 지금은 서울·대구·순천 지역에서 SOS어린이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SOS어린이마을은 마을에 온 아이들에게 말 그대로 ‘가정’을 만들어준다.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해 어린이는 가족적인 환경과 행복, 사랑과 이해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기반으로, “모든 어린이는 가정 안에서 사랑과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명제를 목표 삼아 대안 양육을 실천한다.


그래서 이곳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머무는 복지시설이 아니라, 아동들이 새로운 가족을 만나 새로운 삶을 꾸리는 마을 공동체다.


◇ 복지시설과는 다른 대안가정 추구


ⓒSOS어린이마을
ⓒSOS어린이마을


SOS어린이마을 가족의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가 되기로 서약한 사회복지사들은 아동 6~8명의 어머니가 돼 가정을 꾸린다. 사회복지사 여럿이 교대로 근무하며 아이를 돌보는 여타 시설과는 다른 대안 가정이다. 어머니가 된 이들은 사실상 결혼을 포기하고, 마을의 어머니로서 살아야 한다.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낯모르는 아이들을 품은 여성들 덕분에 수천의 아이가 가정을 얻게 되는 것.


남자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여자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머니와 한 집에서 산다. 중학생이 된 남자아이들은 마을 옆에 있는 생활관에서 지내게 된다.


서울SOS어린이마을에는 2015년 9월 현재 3명의 어머니를 포함해 총 21명의 양육자가 있다. 이들이 마을에 있는 10개 가정을 돌본다. 양육자 중에는 어머니 외에 이모가 있다. 이모는 어머니를 도와 아이들을 돌보며, 어머니가 열흘간의 휴가를 떠났을 때 빈자리를 채운다.


ⓒSOS어린이마을
ⓒSOS어린이마을


서울SOS어린이마을에서 12년 째 양육자로 살고 있는 이진희 씨는 이 삶이 쉽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아이 한두 명을 보기도 힘든데, 대여섯 명의 아이와 함께 살다보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다고.


그럼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는 건, 아동과 청소년을 돌보는 일이 적성에 맞고 즐겁기 때문이다. 남자 청소년을 맡았던 지난 10년은 보람 있는 순간이 많았다. 아이들과 의리도 생겼다. 마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겪었던 일은 지금도 생생하다.


“처음부터 저를 싫어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적대적이었죠. 그런데 그 아이가 중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밤에 ‘선생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미운 사람이 아니고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미워하고 멀리했던 자신에게 화가 나요. 미안해요’라며 대성통곡을 했어요. 얼굴을 묻고 밤새 울었죠. 어린 동생들이 가장 무서워하던 아이가 말이에요. 그 사건 이후 아이가 180도 달라졌어요.


아이들은 믿고 기다리면 어느 순간 변해요.”


◇ 베이비박스로 버려지는 아기들도 이곳에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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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가장 안쪽에는 영유아가 머무는 SOSbabyhouse가 있다. 올해 신축 공사를 마무리하고 9월 11일에는 집들이를 한 새 건물이다. 이곳에는 주로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이 온다.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말 그대로 배꼽도 떼지 않고 들어온 아기도 있다. 10월 현재 9명의 남자 아기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4명의 양육자가 교대로 아이들을 돌본다.


SOSbabyhouse에 온 아기들은 모두 공동생활에 적응하는 기간을 거친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머물다 왔기 때문에 식습관과 수면 시간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4명의 양육자가 살뜰히 보살피는 덕분에 한 달이면 아이들이 적응한다고.


SOS어린이마을은 마을 구성원을 돌보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아동복지센터와 아동상담센터 등을 운영하며 지역주민에게 개방한다. 서울SOS어린이마을에서 운영하는 센터는 한 달에 300명가량의 지역주민이 이용한다.


SOS어린이마을을 후원하는 손현민 씨는 그래서 이곳을 3년째 후원 중이다. 후원을 받으려고만 하지 않고, 센터를 통해 다른 이를 후원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 손 씨는 "SOS어린이마을은 후원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단체”라고 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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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들은 SOS어린이마을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SOS어린이마을 관계자는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초기 사업비용의 규모가 워낙 커서 쉽지 않다고. 시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는 운영도 힘들다고. 현재 서울SOS어린이마을도 10~15개 기업이 지원하기에 유지할 수 있다.


오는 31일 경기도 김포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서 열리는 ‘2015 LOVE FLEA MARKET(러브 플리마켓)’도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다. 이 행사는 10년 넘게 SOS어린이마을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변정수 씨가 직접 기획했다. 변 씨는 후원금 마련을 위해 연예인들이 쾌척한 애장품에 대한 경매도 진행한다. 러브 플리마켓에서는 주얼리, 가방·의류, 식품, 어린이용품, 화장품, 건강식, 소품, 전자제품 등 120여개 업체에서 기부한 다채로운 물품들이 판매될 예정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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