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넣은 게…, 내 아이를 죽였다!"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지목된 원인미상의 폐질환으로 지난해 5월 20개월 된 아들을 잃은 엄마 현 아무개 씨는 자신이 아이를 죽였다는 자책감에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지난 20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은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원인미상 폐손상으로 영유아 6명 중 5명과 산모 2명 중 1명은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임산부 4명 이외에도 원인미상 폐질환으로 영유야 5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으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내 주요 언론들이 대거 참석해 비중 있게 소식을 전했다.
기자회견장에 직접 나선 현 씨는 아들이 태어난 2008년 가을부터 2010년 2월까지 겨울 환절기를 중심으로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며 쓰다 남은 살균제를 직접 들고나와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23개월 딸과 만삭 아내가 원인미상 폐질환에 걸려 끝내 딸을 잃고 말았다"는 임 아무개 씨와 "원인미상 폐질환으로 사투를 벌이던 딸이 겨우 살아났지만 아직도 치료를 받는 중"이라는 강 아무개 씨도 "추가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며 회견장을 나섰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은 "현재 온라인상에 피해자들이 모이는 카페가 개설돼 있는데, 피해가족이 100여명 된다"며 "추가조사를 하면 더 많은 피해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피해 가족 중 쌍둥이를 잃은 가족도 있고, 부인을 잃은 남편도 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등의 저명한 소아과 전문의들이 '2006년 초에 유행한 소아급성 간질성 폐렴'이라는 제목으로 2008년 학술지에 논문을 공개했는데, 당시에도 15명이 발병해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날 두 단체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명단을 공개하고, 강제로 회수하는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두 단체는 피해자 사례를 분석해 영•유아 사망자 5명과 산모 사망자 1명이 사용한 제품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세퓨 가습기살균제, 애경 가습기메이트, 이마트 PB상품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PB상품 가습기살균제 등 5개사 제품이라고 공개했다.
지난 26일과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진행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원인미상의 폐질환 사망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지난 5년간 원인미상으로 사망한 환자가 824명에 이른다. 문제성분으로 추정되는 '메틸 이소티아졸린'과 '클로로 메틸 이소티아졸린'을 환경부가 어린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해성분으로 설정했는데도 보건당국은 이를 알지 못하고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관리를 허술히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경부가 최 의원실에 제출한 '클로로 메틸 이소티아졸린'의 화학물질에 따른 특정 유해성 자료에는 '독성:흡입, 섭취, 피부 접촉 시 심각한 부상 및 사망을 초래 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환경부와 보건당국의 정보교류가 없는 우리나라 독성정보관리 시스템의 허술함이 드러난 것.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 46%가 정확하지 않더라도 가습기살균제를 강제 회수해야 한다고 답했다"며 "제품 유통으로 추가 피해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니 당국은 법적 조치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를 강제적으로 회수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독성 관리에 있는 여러 부서가 통합되도록 주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가습기 살균제 강제 회수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강제 회수하기에는 힘들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 판매자 에게도 판매중단, 회수 권고를 하고 있으며 업체도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 해당 살균기를 리콜하고 판매 금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