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피해 첫 공식 사과
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피해 첫 공식 사과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6.04.18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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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모임, "사전 연락 없어…면피성 사과" 비판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피해보상 추진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기 전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피해보상 추진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기 전 고개 숙여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그간 큰 고통과 슬픔을 겪어 오신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롯데마트(대표이사 김종인)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업이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가 폐를 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발표한 이후 처음이다.

롯데마트는 1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보상 대책을 발표했다. 김종인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에서 사과가 늦어진 데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피해 여부 확인이 어려웠다”는 해명을 내놨다.

롯데마트는 수사가 종결된 후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의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피해보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피해보상 전담 조직 설치 △피해보상 필요한 분들의 선정 기준, 피해보상 기준 등 객관적 검토 △피해보상 재원 마련 준비 등을 약속했다.

보상의 구체적인 방식이나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수사가 종결되기 전에 전담 기구를 구성해 보상 절차와 기준들을 정립하겠다. 또 상당한 금액이 보상 재원으로 준비돼야 하므로 재원 마련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100억 원 정도 재원을 마련하고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피해보상 추진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피해보상 추진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 피해자모임 “연락 없이 일방적 기자회견… 진정성 없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이하 피해자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며 반발했다. 그동안 피해자들의 요구에는 답하지 않다가 검찰의 소환 조사가 시작되자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것.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사실도 이날 오전 언론의 보도로 알았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은 롯데마트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롯데호텔 기자회견장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각각 입장을 밝혔다.

강찬호 피해자모임 대표는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대한민국 정부가 ‘2011년 8월 31일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맞다’고 발표했을 때 피해자와 국민 앞에서 사과하는 게 맞다. 사고가 터진 지 5년이 지나서 검찰이 소환하겠다고 하니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한다. 우리는 기자회견을 한다는 연락을 못 받았다. 과연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유가족 대표인 안성우 씨는 롯데마트가 피해자에게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롯데마트가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의사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든지 피해자들에게 연락하고 피해자들이 올 수 있는 시간에 기자회견을 했어야 한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면피성 사과다. 롯데마트는 다시 한 번 사과 자리를 마련해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들 앞에서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자들이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 관련한 입장 발표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센터'의 설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자들이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 관련한 입장 발표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센터'의 설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피해자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는 가습기살균제 기업들이 2011년 사건이 터진 뒤 지금까지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탓이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5년 동안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이어가며 꾸준히 가습기살균제 기업에 사과와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지난해 전국을 순회하며 펼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신고 캠페인은 부산의 롯데마트 앞에서 시작하기도 했다. 피해자들로서는 가습기살균제 기업을 꾸준히 찾아간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기업들은 피해자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을뿐더러 국회의 요청에도 비협조적이었다.

롯데마트와 옥시레킷벤키저는 2012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당시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요구받았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다음 해 열린 국정감사에는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의 대표가 출석했고,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의 대표였던 샤시 쉐커라파카는 사과 대신 인도적 차원의 기부금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다가 올해 1월부터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고 나서야 가습기살균제 기업 중 롯데마트가 처음으로 사과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달 초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을 유발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수사 중이다.

이 중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가 롯데마트 PB제품(Private Brand, 자체 상표 상품)이다.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는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시판됐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정부의 1·2차 피해자 조사에서 와이즐렉을 사용한 피해자는 사망자 22명과 생존자 39명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사과의 주체가 롯데마트인 점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올해 2월까지 가습기살균제 기업을 연속으로 고발했을 때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의 책임을 물은 대상은 롯데마트가 아니라 롯데쇼핑의 전현직 임원 43명이었다. 여기에는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이 포함돼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롯데마트를 소유한 롯데쇼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은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동빈 회장과는 관계가 없다는 게 롯데마트의 공식 입장이다. 김종인 대표는 이번 사과는 롯데 그룹과는 관계없는 롯데마트의 단독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 “수사 대상 확대…청문회 개최 필요”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롯데마트의 사과와는 별개로 검찰이 수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1·2차 피해자조사에서 피해가 확인된 14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 혹은 판매한 24개의 기업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것. 24개 기업에는 검찰이 소환 방침을 밝힌 4개 기업 외에 애경산업, 신세계 이마트, GS리테일, SK케미칼 등이 포함된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새로 구성되는 국회도 가습기살균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강찬호 피해자모임 대표는 이번에 구성된 20대 국회를 향해서도 “20대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고 청문회 등을 열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적으로 파헤쳐서 가습기살균제 기업이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하는 모습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가 정부의 잘못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예용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에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수백 명 죽거나 다친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사건이 발생한 후 5년 동안 정부가 무슨 일을 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팀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최대 피해자를 낸 기업으로 지목해온 옥시레킷벤키저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의뢰로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실험하고 정부의 조사 결과를 반박한 서울대 A교수가 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개인 계좌로 수천만 원의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중이다. 또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진 2011년 12월 옥시가 책임을 피하려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했다고 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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