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윤지아 기자】
"피해자 숫자가 120명이 다 일까요? 지금도 많은 숫자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숫자 '120'을 밝히는 촛불이 실내를 밝혔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서울시민의 숫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3주 전부터 광주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광역단위를 순회하면서 피해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충북, 대전 지역 발표에 이어 마지막 발표인 서울시 피해자 현황이 발표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운동연합은 30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가습기살균제 피해 현황을 소개했다. 특히 이날은 서울시 내 피해를 입었던 피해자 유족들이 직접 참여해 피해사례를 전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져 주목을 받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환경운동연합 이세걸 사무처장은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알리고 피해자를 찾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 사태는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서울지역 현황을 발표한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2011년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5년 넘는 기간동안 561명의 피해자들이 조사됐고 신고됐다"며 서울시 피해자 현황을 알렸다.
"서울시 거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561명 중 사망은 120명이다. 강서구, 노원구에서는 사망자가 10명이 넘고, 1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지역구는 10곳이 넘는다. 서울시 사망률이 21.4%로 집계됐다. 전국 피해자의 사망률은 20%와 비슷하다. 가습기살균제 잠재적 피해자가 29만명에서 227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인구대상 역학조사 및 2, 3차 병원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자 찾기가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나 자치단체에서 피해자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2, 3차 병원 전수조사를 제안한 최 소장은 "94년 이후, 약 20년 넘는 기간동안 병원에 입원하고 사망한 사람은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쫓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몇 명의 피해자가 있는지 밝혀내는 것 만큼 이 사건의 해결을 돕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소장은 "서울시에서 모범적으로 피해자 찾기에 힘써, 전수조사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한 서울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족들도 정부와 국회, 시 등에 피해자 발굴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냈다.
가족 피해를 입은 가피모 김미란 씨는 "옥시 제품을 사용했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나는 애경 제품을 사용했지만 수사조차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검찰은 애경을 비롯한 CMIT/MIT에 대한 수사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편을 잃은 피해자 유족 김태윤 씨는 환경부의 등급 판정 기준에 대해 지적했다.
"남편은 지난 2011년 2월 28일 사망했다. 폐질환을 앓더니 폐섬유화로 발전했다. 하지만 남편은 3등급 판정을 받았다. 3, 4등급을 받아도 위급한 사람은 많다. 판정기준을 다시 잡아야 한다. 피해자들을 보상금을 받기 위해 떼쓰는 사람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발언 이후에는 서울시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가 이어졌다. 사망자 120명을 나타내는 촛불에 둘러 앉은 피해자들은 '제 2의 옥시를 막자!'는 현수막과 함께 묵념으로 추모에 동참했다.
끝으로 피해자들은 "120명이란 사망자수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제대로 된 조치를 통해 제대로 문제가 해결되고 밝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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