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질 수 없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것?
누구나 가질 수 없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것?
  • 칼럼니스트 권성욱
  • 승인 2016.08.09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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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위한 추천동화, 낸 그레고리의 '핑크'

[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책 좋아하는 아빠로서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공공 도서관에 자주 간답니다. 책을 반납하러 혼자 갈 때도 있지만 때로는 나은공주의 손을 잡고 함께 가기도 합니다.

1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도서관이 있어 다양한 동화책를 읽을 수 있고, 때로는 전문 강사님이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스토리텔링 수업도 합니다. 또한 초등학생들을 위한 독서교실, 신문 만들기 등 다양한 무료 수업도 있지만 나은공주는 조금 더 기다려야겠네요.

'핑크'를 재밌게 읽고 있는 나은 공주. ⓒ권성욱
'핑크'를 재밌게 읽고 있는 나은 공주. ⓒ권성욱


도서관에 들어서자말자 나은공주가 아빠의 손을 잡고 어린이 도서관으로 끌고 가네요. 지난 번에 읽었던 공주책이 또 읽고 싶은 모양입니다. 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세상 모든 것이 핑크 아니면 공주라고 생각되나 봅니다. 동화책을 고를 때에도 표지가 핑크빛이든지, 공주가 나와야 합니다. 물론 둘 다 나오면 최고죠.

그런데 전에 읽었던 공주책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 벌써 빌려갔거나 어디 다른 곳에 꽂혀 있는 걸까요. 대신 TV에서 뽀로로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로보캅 폴리 동화책이랑 다른 동화책을 몇권 골랐습니다. 한권씩 읽어주다가 마지막으로 고른 책은 '핑크'라는 제목의 동화책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비비'라는 소녀가 나옵니다. 또래의 여느 여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핑크 공주'가 되고 싶은 비비. 같은 반의 부잣집 친구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핑크 일색입니다. 비비는 그런 친구들이 너무 부럽지만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아빠는 트럭 운전수, 엄마는 청소부인 가난한 집 소녀이기 때문입니다.

핑크 드레스를 입은 멋진 신부 인형을 갖고 싶은 비비. ⓒ권성욱
핑크 드레스를 입은 멋진 신부 인형을 갖고 싶은 비비. ⓒ권성욱


어느날 엄마 심부름을 가다가 우연히 장난감 가게 진열장에서 반짝거리는 핑크 드레스를 입은 멋진 신부 인형을 본 비비는 인형이 너무나 예버 진열장 앞에 서서 하릴 없이 보고 또 보았습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상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비비는 엄마 아빠를 조르는 대신, 자신의 소중한 저금통을 들고 가게에 가지만 너무 비싸 사지 못합니다.

그래도 언젠가 꼭 사고 말겠다고 결심한 비비는 아파트 여기저기에 쪽지를 붙여 놓습니다.

"저한테 어떤 심부름이든 시켜주세요. 그리고 300원이든 500원이든 주세요. 많이 주실수록 좋아요. 저는 장난감 가게에 있는 핑크색 신부 인형을 꼭 사고 싶어요."

쪽지를 읽은 마음씨 좋은 이웃집 사람들은 비비에게 강아지 산책 시키기, 장 보기, 물건 나르기 등 간단한 일거리를 준 덕분에 비비는 적은 돈이나마 조금씩 모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날 비비는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는 꼭 가지고 싶은 것이 없었어요?"
"물론 있었지. 어느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깜깜한 밤에 트럭을 몰고 갔단다. 그런데 저 앞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큰 트럭이 다가왔지."
"혹시 핑크색이었나요?"
"아니. 다양한 빛깔이었단다. 그 트럭은 온통 수많은 전구로 장식하고 있었지. 그 모습이 나는 정말 부러웠단다"
"그런데 아빠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하하~ 그건 너무 많은 돈이 든단다.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기 때문이지."

비비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주변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뭐든 자신도 가지고 싶어합니다. 또한 내 아이들에게는 남부럽지 않게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이죠.

마트에서 고가의 장난감을 손에 들고 "아빠 사주세요. 다른 친구들은 이미 다 가지고 있단 말이에요"라고 떼 쓰는 아이에게 입으로는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미안함과 때로는 죄책감마저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부모도 아이들에게 세상 모든 것을 다 사줄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게 반드시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라고도 할 수 없죠.​ 게다가 우리가 어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 풍요로와서 아이들은 뭐든 쉽게 사고 또한 쉽게 버립니다. 엄마 아빠가 그걸 사주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지 아이들은 알지 못하죠.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값비싼 장난감이 아니라 바로 부모의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요.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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