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어린이집 아니라 지옥 속 감옥"
"그곳은 어린이집 아니라 지옥 속 감옥"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7.08.11 1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부천 A어린이집 학대사건 피해아동 학부모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10일 오전 부천 어린이집 학대 혐의 교사 이아무개 씨의 구속영장 기각에 항의하는 피켓시위가 해당 어린이집 앞에서 열렸다. 이번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학부모는
10일 오전 부천 어린이집 학대 혐의 교사 이아무개 씨의 구속영장 기각에 항의하는 피켓시위가 해당 어린이집 앞에서 열렸다. 이번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학부모는 "참담하다"며 심정을 털어놨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9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부천 A 어린이집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보육교사 이아무개(26)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아동들이 입은 폭력과 학대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기에 학부모들은 가해 교사가 구속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만큼 학부모들은 실망이 컸다.


다음날인 10일 오전, 이 소식에 분노한 학부모와 시민이 참가한 피켓시위가 사건이 발행한 해당 어린이집 앞에서 진행됐다. 엄마 혹은 아빠의 손을 잡고 아이들 몇몇이 아직도 해당 어린이집으로 등원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앞 안내판에는 '8월 10일 ○○ 과학관 견학'이라는 일정이 붙어 있었다.


어린이집 측은 외부인들에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동이 등원할 때면 내부에서 방문객을 확인한 후 안에서 잠긴 문을 열어줬다. 피켓 시위가 시작되자 원장과 교사들은 교실 창문을 모두 닫았다. 피해가 발생한 반의 교실이 있던 3층만 창문이 닫히지 않았다. 어린이집 원장은 그 곳에서 시위 모습을 보며, 스마트폰으로 참가자들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피해 학부모 B 씨는 비 오기 전 하늘만큼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부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실을 처음 공론화했다. 어린이집, 원장 자택, 시청, 그리고 법원을 오가며 연일 피켓시위와 1인시위를 하느라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며 외치던 구호를 중간중간 멈췄다.


베이비뉴스는 9일과 10일 양일간 시위 현장에서 B 씨를 만나 어린이집 학대 사건의 내용과 진행사항 등을 들었다.


Q. 어제 기각됐다는 얘기 처음 들었을 때 심정은 어떠셨나요?


"참담했죠. 화도 나고."


Q. 담임교사 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연히 구속을 해야죠. 왜냐하면 아동학대가 영상이 한두 건 나온 게 아니라 두 달 내내 빠짐없이 아동학대가 나왔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을 구속을 시키지 않으면 누구를 구속을 시키고 뭘 믿고 어린이집에 애들을 맡기겠어요. 맨날 솜방망이 식으로 처벌을 내리니까 이런 일이 항상 생기는 거 아니겠어요? 이번에 꼭 구속을 해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를 위해서 라도요."


Q. 원장하고 교사는 어떻게 처벌했으면 하십니까?


"글쎄요, 두 사람 다 구속을 했으면 좋겠는데 피의자들(원장과 교사)이 변호사를 선임했다하니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그게 가능하지 않으면 어린이집 폐쇄조치나 교사·원장 자격취소를 했으면 해요. 다른 곳에서 어린이집을 하면 안 되잖아요. 그 사람 인격이 뻔한 건데 다른 곳에서 할 수 있게 하냐는 거죠. 그건 절대 안 되는 거고요."


Q. 처음에 아이 피해사실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아이에게 이야기를 듣기) 한 달 전쯤에 같은 반 아이 엄마가 '우리 아이가 이렇게 맞았다'고 얘기해줬어요. 그때는 제가 오히려 '설마 그랬겠어'라고 말했어요. 그러고 나서 우리 아이가 진술을 한 거예요. 취침 전에 책을 읽어주잖아요. 거의 낮잠을 안자기 때문에 바로 잠에 드는데 그날은 30분을 잠을 안자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러다 아이가 '엄마, 나 어린이집에서 낮잠 안 잔다고 선생님한테 얘기해줘요'라고 해서, 제가 '그래? 자기 싫어? 알았어. 그럼 낮잠 안 잔다고 얘기해줄게'라고 대답했더니 마음이 놓였나봐요. 그 다음부터 얘기를 술술술 하는 거예요."


Q. 아이는 뭐라고 말하던가요?


"'엄마, 사실은 선생님이 토닥토닥 너무 세게 때려서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라고요. 그리고 엉덩이도 때리고 머리도 때리고 배도 때렸다고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어린이집 계속 안 가겠다고 하고요. 그 다음날 어린이집 가서 얘기하려고 갔더니 딸이 차 안에서 '내가 어젯밤에 엄마한테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얘기했는데 엄마 왜 또 가냐고' 하면서 크게 울었어요."


Q. 지난달 20일에 아이가 한 얘기를 원장에게 전달하셨습니다. 그 때 원장님이 어떤 반응을 보여주셨나요?


"'어머, 어머니 정말 그런 일 없죠.' 우리 아이가 얘기한 거 녹음까지 틀어줬어요. '토닥토닥 때리는데 심하게 때려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엉덩이, 배, 머리 때렸어.' 우리 아이랑 저랑 대화한 걸 녹음한 파일을 들려줬더니 '어머니, 우리 선생님은 화도 제일 없고, 제일 일도 잘하고, 제일 정말 착해요'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Q. 간담회 때는 어땠나요?


"학부모가 한명씩 돌아가면서 얘기를 하는데 '선생님 그러실 분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엄마는 울면서 '선생님 불쌍해 어떡해…'라고 하고. 학부모 몇은 간담회를 왜 했느냐는 식으로 말하면서 우리 아이는 그런거 전혀 없다고 했어요. 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CCTV 영상 2주 분을 봤고, 아무 것도 없다고 했어요. 그때도 사과는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아무 일 없다고 하는 엄마들한테도 'CCTV 확인하면 (처벌) 어떡할까요?' 하고 계속 4번을 질문해서 답을 얻어낸 게 '그럼 그 때 처벌해야죠' 였어요. 그래서 영상을 확인하게 된 거예요."


베이비뉴스가 입수한, 어린이집 CCTV 영상을 재촬영한 사진. 교사가 아이를 몰아세워서 얼굴을 때리는 장면 중 일부이다.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가 입수한, 어린이집 CCTV 영상을 재촬영한 사진. 교사가 아이를 몰아세워서 얼굴을 때리는 장면 중 일부이다. ⓒ베이비뉴스


Q. CCTV를 확인해보니 어떠셨나요?


"저는 우리 애를 100% 믿었거든요. 그러면서도 도대체 어떤 장면이 나올까. 마음이 정말 말로 표현이 안되죠. 그리고 영상을 보는 순간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딱 보는 순간, 우리 아이가 맞는 장면이 나오는 거예요. 영상 바로 앞에 패대기치고, 때리고…. ‘우리 아이가 워낙 활발하니까 선생님한테 잘못해서 그런 건가’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어요. 그런데 영상을 보니까 그런 게 하나도 없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보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그거예요, 지옥 속의 감옥. 그냥 공포 속에 떨고 있어요. 말 그대로 웃지 않고 그냥 공부하라고 하면 공부하고, 못하면 한대 맞고, 밥 안 먹으면 등짝 맞고요. 밥을 막 쑤셔 넣고 토한 거 또 먹이고. 일상이 그래요. 거기는 애들이 활발하게 지낼 수 없는 곳이에요. 누구한테 피해를 주거나 친구들하고 싸우거나 이런 장면이 하나도 없어요. 전 그게 더 놀랐던 거 같아요. 어떻게 아이들이 친구들하고 싸우는 장면을 저는 한 번도 본적이 없을까요. 두달치를 봤는데…. 애들끼리 놀만한 시간대도 없어요. 낮잠시간에 이불 펼 때도 저 한쪽 구석에 가서 다 공포에 떨고 있어요. 선생님이 다 이불이고 베게고 다 던지고 그러니까요."


Q. 아이들에게 물건을 던지고 하는 장면이 많나요?


"많아요. 두 달 동안 일상이 늘 그런 거예요."


Q. 그래서 CCTV 확인 후 7월 28일에 경찰에 알리셨죠. 원장님은 어머니께 사과를 했나요?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한번도 없었어요."


Q. 만약에 원장님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양심이 이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모르는 게 아니니까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Q. 아이는 7월 22일에 원장님 만나서 얘기한 후에 등원을 안하고 있는 상태입니까?


"네. 계속 가기 싫다고 했는데 지금은 집에 있으니까. 너무 좋아하죠."


Q. 요즘 아이에게 어린이집 얘기를 꺼내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어린이집 얘기를 꺼내면 그냥 '어린이집 얘기 하지마세요'라고 해요. 그 말만 나오면 회피를 해요. 다른 주제로요. 경찰서에서도 그렇게 하다가 한 40분 정도 돼 서야 진술을 하더라고요."


Q.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내는 엄마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하라고 말씀하시겠어요?


"우리 아이가 '엄마 나 어린이집 가기 싫어요'라는 느낌을 주면 한번쯤은 적어도 그냥 스쳐가지 말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같은 피해를 입는 일이 없지 않지 않을까요."


Q. 앞으로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마무리 될 때까지 어떤 행동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엄마들이 아이들이랑 같이 있다 보니 시간상 여의치가 않아요. 그래서 매일 시위를 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돼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나올 수 있는 엄마들 중심으로 피켓시위를 하려고 합니다. 최대한 할 수 있는 걸 하려고요."


베이비뉴스는 학부모 B 씨가 전한 발언과 행동들을 확인하기 위해 부천 A 어린이집에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취재를 요청했다. A 어린이집 측은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향후에도 베이비뉴스는 어린이집 측이 학부모 B 씨의 인터뷰 기사에 대한 반론을 제기할 의사를 나타낸다면 적극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