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하고 싶다"…통계와 증언으로 확인한 '82년생 김지영'들
"다시 일하고 싶다"…통계와 증언으로 확인한 '82년생 김지영'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7.09.19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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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는 첫 직장에서 경력단절...다시 일하기까지 8.4년 걸려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대한민국 여성. 남들과 똑같이 학생으로 출발해, 직장에 들어가 회사원이 된다. 그러나 평균 28.5세에 결혼·임신·출산 때문에 사회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가족 속에서 누군가의 어머니, 또는 아내로 남아버린다. '맘충' 소리를 들으며 육아를 해내지만 굴레에서 벗어나오지 못한다. 생활비와 자녀학비 때문에 세상에 나왔지만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8.4년이 걸린다. 이마저도 '처녀 때라면 선택했을까' 싶은 일들뿐이고, 일을 구한들 밀려드는 살림에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 일쑤다. 이것이 '경력단절여성'으로 정의되는 보통 한국 여성의 모습이다.


‘다시 일하고 싶은 경단녀를 위하여’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지난 15일 강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려 주목을 받았다.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로 경력단절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현실적 고민을 이야기하고, 민관이 함께 해결점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 강동구가 마련한 자리다. 이날 토론회는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직접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경력단절여성 문제는, 자치구에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떠올라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모습이다.


이 구청장은 "올해 초 큰 반향이 있었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여성이 겪는 차별과 그로 인한 사회 문제를 이해하게 됐다"며 "전문가와 참석자 말을 들어보면서 다음단계 해결책으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는 계기됐으면 한다"는 말로 토론회의 시작을 알렸다. 소설가 조남주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은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연한 작품으로, 남녀차별, 경력단절, 유리천장 등 한국 여성이 처한 사회적 상황을 뼈아프게 꼬집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은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서 등장하는 법정용어로, 혼인·임신·출산·육아와 가족구성원의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경단녀'라는 줄임말도 꽤 익숙해졌다.


이날 토론에서 ▲강동구 경력단절 여성사업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한국에만 있는 경력단절여성, 현황과 정책대안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일한다는 것 ▲어떻게 하면 즐겁게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등의 주제가 논의됐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비롯해, 강동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남순정 관장이, 경력단절 여성을 놀이전문가로 양성하는 ‘룹킨’의 오경은 대표가 패널로 참가했고, 강동구 내 경력단절여성과 지역주민 등도 함께했다.


지난 15일 강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44차 열린토론회 ‘다시 일하고 싶은 경단녀를 위하여’에서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직접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했다. ⓒ강동구청
지난 15일 강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44차 열린토론회 ‘다시 일하고 싶은 경단녀를 위하여’에서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직접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했다. ⓒ강동구청


◇ ‘여성의 경력단절’은 통계로 증명된 한국에만 있는 현상


‘한국에만 있는 경력단절여성, 현황과 정책대안’을 발표한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계로 경단녀 현상을 증명했다. 2009년부터 여성의 대학진학률이 남성의 진학률을 상회하기 시작했지만, 2014년 기준 OECD회원국 중 전문대 졸업학력 이상의 여성 고용률은 ‘꼴찌’에 머물러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OECD 국가 근로자 성별 임금 격차는 한국이 37%로, 2000년 발표를 시작한 이래 1위를 다른 국가에 절대 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5년 연령별 여성 고용률 격차로 비교해도, 한국 여성은 30대에 진입하면서 갑자기 고용률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35세와 39세 사이에 54.1%로, OECD 평균과 격차가 12.9%p로 벌어진다. 여성이 한참 일할 나이에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로 경단이 시작됨을 확인할 수 있다.


김 부연구위원에 발표 따르면, 여성은 평균 28.5세에 임신·출산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다. 특히 이들 여성 중 77.8%는 첫 직장에서 경력 단절이 발생하며, 재취업까지는 평균 8.4년이 걸린다. 김 부연구위원은 "첫 번째 일자리에서 경단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력관리에)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긴 시간에 걸쳐 재취업하기 때문에 박사나 큰 고위직에 있어도 경력을 살리지 못한다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경단여성은 생활비와 자녀교육비 때문에 재취업하지만, 일과 가정이 양립이 어려워 다시 경단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취업여성들은 성차별과 연령차별의 이중 차별을 없애고, 경력개발 프로그램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지원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실제 경단여성의 다양한 고민 이어져


오는 25일 강동구 경단여성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강동여성인력개발센터가 개관한다. 새로일하기센터가 확장된 모델인 이 센터는 남순정 관장이 수장을 맡는다. 남 관장은 이날 지정토론에서 "요즘 센터에 방문하는 주연령층이 30대 후반에서 40대가 가장 많고, 고학력 여성도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술이나 IT 관련 분야나 고학력 경단 여성을 위한 경력개발 교육 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경은 룹킨 대표는 경력단절 여성에게 재취업의 방법으로 ‘창업’을 소개하며, 성공하는 재취업 노하우를 전달했다. 오 대표는 관심사·가능성·시간·변화·자원 등의 항목으로 분류된 ‘재취업 환경 평가 자가 매트릭스’로 재취업 시 일의 적합성 정도를 사전에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 대표는 "내 삶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일은 처음에 하기 어렵다"며, "하고 싶다는 마음 들더라도 라이프 스타일이 급변하는 일이라면 재고해보라"고 강조했다.


패널 발표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통계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경력단절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딸래미 재단에서 손주 양육과 공동 육아를 무보수 재능기부로 하고 있다"고 재치있게 자신을 소개한 한 참가자는 "평생 아이들의 인성 등 모든 것이 마련되는 중요한 시기에 육아휴직이 1년이 안 된다”며 “정책적으로 긴 시간을 보장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환갑까지) 지금까지 혼자 살아왔고 결혼하지 않았다"며 "계속 일하고 싶지만 나이에 걸려 쉬게 됐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사회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저 같은 여성들은 어떤 일을 어떻게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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