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유모차와 다닐 때 가장 불편한 점은 무엇일까.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이 열린 21일 서울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서포터즈를 포함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모차 보행 시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많은 분들은 “지하철 이용할 때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아 힘들다”, “엘리베이터가 있더라도 너무 좁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유모차에 대한 어르신들의 배려가 너무 없고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버스 이용에 있어서는 “버스를 탈 때 올라가는 계단 턱이 높고 입구가 좁아 불편하고 저상버스는 찾기 힘들다”, “버스를 타보려고 했으나 유모차 접고 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크기도 문제여서 포기했다”, 택시는 “승차거부까지는 아니지만 유모차를 실으려고 트렁크 열어달라고 하니 기사님이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이후에는 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밖에 집 근처 가까운 거리를 유모차로 이동할 때 인도 턱이나 고르지 못한 보도블록 때문에 유모차 운행이 힘들다는 지적과 인도 내 불법주차로 인도가 좁아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 버스 vs. 지하철 이용, 어느 것이 더 불편할까
유모차 이용 시 10명 중 8명은 대중교통 이용이 가장 불편하다고 꼽았다. 그러나 버스와 지하철 중 어느 것이 더 불편한지에 대해선 각자 다른 입장을 보였다. 택시의 경우 트렁크에 유모차를 싣고 내리는 것이 힘들어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아이랑 가족 추억을 남기고 싶어 ‘유모차는 가고 싶다’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A 씨는 “1주일에 3~4번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하철을 타보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역이 있고 없는 역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찾는 것도 번거롭고 실제로 이용하러 갔는데 계단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버스는 10kg 넘는 아이를 안고 유모차를 접어 타야 해 아예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5개월 된 아이 엄마 B 씨는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 편인데 엘리베이터가 너무 멀리 있거나 아예 없고, 계단이 많아 불편하다. 버스는 올라가는 계단이 높고 입구가 좁아 불편하고 저상버스는 찾기 힘들다”며 “택시는 승차거부까진 아니지만 유모차를 실기 위해 트렁크 열어달라고 했더니 기사님이 귀찮아하는 느낌을 줘서 이후 타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25개월 된 아이를 뒀고 또 임신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는 C 씨는 “지하철은 승강장에서부터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고 환승하려면 외부로 나갔다 와야 경우가 많다. 7호선을 타고 2호선 삼성역을 가려고 하면 건대입구역에서 환승이 안 된다. (역무실에) 전화해서 유모차를 옮겨달라고 해야 해서 지난번 코엑스 베이비 페어를 가고 싶었는데 포기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있고 곧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D 씨는 “지하철이 가장 불편하다. 엘리베이터가 좁아 여러 명이 한꺼번에 탈 수 없어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기다렸다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도 장애인, 노약자 우선이라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버스 이용에 있어서는 “버스 내 통로가 좁아 유모차를 둘 곳도 마땅치 않아 사람들이 많으면 눈치를 보게 된다. 무엇보다 버스는 타기 전에 유모차를 접고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버스 운전자들이)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택시 승차거부를 당한 적은 없지만 유모차 싣고 아기 태우고 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몇 번 놓친 후론 잘 안 타게 됐다. 둘째를 낳아 키울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대중교통 환경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 "한-일 버스 운전자 유모차 배려 극과 극"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를 접어 버스에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 버스 운전자와 일본의 버스 운전자의 유모차 엄마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1주일에 2회 이상 버스를 탄다는 E 씨는 “버스 탈 때 앞문으로 꼭 승차하라고 하니까 아기띠 해서 아이를 안고, 유모차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앞문으로 타서 카드를 태그하면 바로 차가 출발한다. 아직 앉지도 못했는데”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릴 때도 짐 잡아야지, 아기가 보채기라도 하면 아기띠 해야지, 유모차 한 손에 들어야지, 그러면 기사아저씨가 ‘아기 엄마 빨리 안 내리고 뭐해요? 준비 안 했어요?’라고 한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해야 하고, 가끔 유모차 내리는 것을 도와주시는 분도 계신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버스에서 내리는 데 이미 진땀을 빼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F 씨는 우리나라 버스운전자와 너무 달랐던 일본에서의 경험을 털어놨다.
F 씨는 “일본 버스 운전자는 유모차를 보고 차를 세워주고, 접히지 않는 유모차는 들어서 실어줬다. ‘어머니 준비되셨어요? 출발합니다’라고 알려주고 ‘어디서 내리세요?’ 미리 물어봤다. 내릴 때 되면 ‘유모차 어머니, 준비하세요’라고 하고, ‘내리는 데 도와드릴까요?’ 물어봐줬다. 한국에서는… 욕만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서 저상버스도 타봤다. 그런데 앞문으로 승차하라고 하니 저상버스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나마 뒷문으로 탈 때는 뒤로 가는 사이에 뭐라고 하기도 하고…”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아이에게 뽀로로를 보여주고 싶어 캠페인에 오게 됐다는 G 씨는 “일단 버스는 피한다. 짐 들고 아이 안고 타는데 자리 앉기 전에 출발해 위험하고, 유모차가 자리를 차지한다고 다른 승객들이 싫어해서 이용 안 한다”, 아이 셋과 함께 온 H 씨는 “버스를 타보려고 했는데 유모차 접고 펴는 데 오래 걸리고 크기도 커 불편해 포기했다. 아이가 셋이라 일찍 운전을 배워 자가용을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 집 가까운 곳 이동은 울퉁불퉁 보도블록이 문제
“인도 높은 턱이나 고르지 못한 보도블록이 유모차 보행에 제일 불편하다. 일단 대중교통으로 가기 위한 첫 진입부터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유모차는 가고 싶다’ 서포터즈로 참여한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는 이같이 말했다.
손주 둘을 데리고 온 한 할머니는 “인도 길이 고르지 못해 불편하고 불법주차 때문에 인도가 좁아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 데리고 다니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조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삼촌은 “동네 다닐 때 인도 턱이 높고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때문에 유모차를 들고 가야 하는 일이 잦았다. 유모차 무게도 있어 엄마들이나 할머니들이 유모차를 끌기에는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 유모차 자유로운 이동 위해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급선무
유모차를 주로 이용하는 엄마와 가족들은 영유아 보행권 개선을 위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할까. 기자가 만난 이들의 바람을 아래에 옮긴다.
“아이 낳기 전에는 몰랐다. 아이 낳고 유모차 사용하면서부터 지하철역 엘리베이터가 불편하단 걸 알게 됐다. 건대입구역을 예로 들면 엘리베이터 탈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있고 환승하려면 이용할 수조차 없이 돼 있다. 밖으로 나와서 돌아서 가야 하는 상황. 개선되면 좋겠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없는 곳이 너무 많다. 종로3가역조차 엘리베이터가 없다. 빨리 좀 생겼으면 좋겠다.”
“어제 지하철 승강장 틈새에 유모차 앞바퀴가 빠진 일이 있었다. 아이가 탄 유모차가 앞으로 꼬꾸라졌는데 다행히 앞에 있던 여자 분이 붙잡아줘서 다치지 않았다. 이런 승강장 틈새도 점검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가 컸으면 좋겠고, 눈치 안 보고 엘리베이터 이용할 수 있도록 ‘유모차 사용 가능’ 등 문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유모차 탄 아이들을 교통약자라고 여기고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사람들의 인식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유모차 끌고 다닐 때 보도블록 폭이 좁아 유모차가 차도에 노출돼 위험하다. 인도가 좀 넓어지면 좋을 것 같다.”
“인도 턱 없고 보도블록을 편편하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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