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아동의 호소 “한국에 있는 난민도 한국인들과 똑같아요”
난민아동의 호소 “한국에 있는 난민도 한국인들과 똑같아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6.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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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내 난민아동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20일 세계 난민의 날,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2층 제3세미나실에서 '국내 난민아동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0일 세계 난민의 날,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2층 제3세미나실에서 '국내 난민아동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저는 2012년 2월 추운 겨울, 엄마와 함께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른 채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제가 다르게 생겼다며 놀려댔습니다. ‘야, 킹콩아!’라고 부르기도 했고 책상에 ‘너의 나라로 돌아가’, ‘네가 한국에 있는 게 망신이야’, ‘이 흑X아, 병X아, 꺼져, 이 흑돼지야’라고 낙서가 돼 있기도 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온 한 난민아동은 20일, 세계 난민의 날 오전 10시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2층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내 난민아동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에서의 삶에 대해 이 같은 경험을 전했다.

그는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잠도 줄여가며 한국어를 공부했다. “지금 한국의 평범한 여고생으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교도 가고 싶고 좋은 직업도 가지고 싶습니다. 통역사나 여군이 되는 것이 꿈인데 난민캠프에 있을 때 없었던 꿈이 한국에 오고 나서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이 난민아동은 난민 불허 판정을 받고 재신청한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이유에 대해 “한국에 있는 난민들도 그냥 한국인들과 똑같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라면서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겪은 일, 지하철에서 한 할머니가 의자에 앉지 말라고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얘랑 다니면 이렇게 까매진다고 놀지 말라고 했던 일 등을 전하며 목이 메어 울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숨을 죽인 채 귀 기울려 들었다.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는 것 같다. 참 부끄럽다. 본인이 잘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모두를 대신해 사과를 드린다”며 눈물 흘리며 사과했다.

이날 토론회는 세이브더칠드런과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이 공동주최했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근거해 대한민국 영토 내에 있는 아동은 국적이나 배경, 정치적, 종교적 이유와 관계없이 보호받아야 한다”면서 “지난 8년간 난민아동 지원사업을 진행해왔는데 계속 늘어가는 난민아동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르면 난민이란, 본국에서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 이러한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1부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 난민아동지원사업 평가연구 결과 발표로 ▲조민선 국내사업부장(세이브더칠드런) ‘난민아동지원사업 8년’ 소개 ▲신은주 교수(평택대 사회복지학과) ‘난민아동지원 성과 평가 및 지원방안에 관한 연구’보고가 있었다.

이어 2부에서는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국내 난민아동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을 진행했으며 ▲국내 한 난민아동 ‘한국에서 나의 삶, 일상의 소박한 바람에 대해’ ▲이호택 대표(사단법인 피난처) ‘공공·민간의 난민아동 지원체계 문제점’ ▲김진 변호사(이주민 지원공익센터 감동) ‘국제법과 국내법에 명시된 아동의 권리와 한국의 난민아동’ ▲오경석 센터장(경기도 외국인 인권지원센터) ‘난민아동 지원과 지역사회의 역할’ ▲이가원 사무관(교육부 교육기회보장과) ‘난민아동 교육지원 정책 현황 및 과제’라는 주제로 이야기했다.

◇ 8년 난민아동 지원사업, 누구에게 얼마나 어떤 지원을 해왔나?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8년간 진행한 난민아동 지원사업을 평가하고 계속 늘어가는 난민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8년간 진행한 난민아동 지원사업을 평가하고 계속 늘어가는 난민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0년부터 난민아동지원을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연 1만 명의 난민신청을 받는 국가가 됐지만 한국의 난민지원제도는 그중 4%도 되지 않는 난민인정자에게만 집중돼 있다. 취업과 생계유지가 어려운 난민부모의 빈곤은 난민아동의 생존과 직결된다.

조민선 세이브더칠드런 국내사업부장은 “전 세계 난민협약국 평균 38% 난민수용률에 비교해 우리나라는 난민인정률이 4%에 그치고 있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4%의 사람들에게만 사회보장, 기초생활보장, 교육 등에 있어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난민신청자·인도적 체류자 지원은 극히 제한적이다. 인도적체류자는 취업 활동 허가, 난민신청자는 생계, 주거, 의료, 교육지원에 대해 난민법상 언급돼 있으나 실제 지원은 미미하다.

난민아동 지원사업은 국내 난민아동의 생존·보호·발달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 보호를 목적으로 국내 거주하는 만 18세 미만 난민아동이 대상이다. 지원내용에는 ▲양육비(생후 18개월 이하, 기저귀·분유 구입비/1인 월 20만 원) ▲보육비(미취학아동, 어린이집·유치원 보육료/1인 월 30만 원) ▲교육비(초·중·고 방과후 교육 이용비/1인 월 15만 원) ▲의료비(모든 난민아동, 병원·약국 이용비/1인 연 최대 30만 원)를 포함한다.

이 지원에서도 2015년까지 난민신청자와 인정자, 인도적 체류자에게만 지원했다면 2016년부터는 난민불허판정 후 체류기간초과자까지 포함해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748명의 아동에게 18억 원을 지원했다.

난민 신청자 수는 2017년 한 해 새롭게 난민 신청한 사람이 9942명. 2008년 364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년간 27배 넘게 증가한 것. 난민 신청자 중 아동 비율은 2016년 기준 342명으로 4.5% 차지하고 있다.

◇ “난민아동 지원사업 효과, 아주 긍정적인 변화 보여”

신은주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육비, 보육비, 교육비, 의료비 지원사업의 효과가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신은주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육비, 보육비, 교육비, 의료비 지원사업의 효과가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난민아동지원 성과 평가’ 연구를 맡은 신은주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양육비·보육비·교육비·의료비 지원 사업의 효과를 각각 분석했다. 양육비 지원의 효과에 대해 “자녀 양육의 부담감 감소하고 자녀의 건강상태가 개선됐으며 자녀의 발달이 발달 시기에 따라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보육비 지원으로 “자녀의 영유아 보육기관 이용 후 부모의 변화에서 양육스트레스 감소와 자녀 보육 환경 개선에 대한 만족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보육료 부담감소, 한국어 능력 향상, 부모의 취업준비 시간 증가 등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했다.

지원대상 가족들은 “난민 가족이 경험하는 경제적인 불안감소, 삶의 만족 증가, 한국 체류에 대한 불안 감소, 난민 간 공동체 활동 수준 증가, 한국 사람과의 공동체 활동 수준의 증가 순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했다. 특히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평균 4.09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난민부모 7명과 난민아동 3명, 모두 10명의 난민을 만나 심층면접을 해보니 “사업지원이 지속하기를 기대하고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 제공을 희망하고 있다”면서 “지원 사업의 방향을 난민아동 지원사업의 관점을 아동중심으로부터 난민가족에 대한 통합적 지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난민아동 인권 보장의 출발점으로서의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실시와 정부 부처 간 난민지원 정책 및 서비스 활성화 거버넌스 구축, 지방정부의 지역사회 정착지원 등을 덧붙여 제언했다.

◇ “아동 최상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토론은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토론은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토론에서 이호택 사단법인 피난처 대표는 ‘난민아동 지원체계의 문제점’에 대해 “난민인정률을 높여 공적보호로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김진 이주민지원 공익센터 감동 변호사는 “출생신고는 아동이 권리를 누리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시작점”이라면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진 변호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함을 규정하고 있으나 한국의 현행 출생신고는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되며, 가족관계등록제도 일부로 존재한다”면서 “국민이 아닌 외국인 아동의 출생에 대한 등록과 증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살 권리, 보육에 대한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와 같이 반드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난민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 최상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경석 경기도 외국인 인권지원센터장은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해 “지역사회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아주 어렵다.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환경에 대한 고려와 토론도 함께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경석 센터장은 “경기도와 안산의 경우, 선구적인 방식으로 난민아동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비공식적이며 우회적인 방식이다. 법적 근거 마련과 핵심은 예산 지원에 있어 중앙정부의 의지와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가원 교육부 교육기회보장과 사무관은 “다문화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난민아동은 외국인아동에 포함돼 이 사업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난민아동과 관련해 법령은 없는 상황이라 취학 통지서나 근거가 발부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량으로 받아주고 있다. 서류라든지, 신분을 증명할 서류가 없더라도 현장에서 학력을 인정해주고 포용적인 상황”이라며 “교육부에선 외국인아동이 문제를 겪지 않도록 다문화이해교육에 있어서도 난민 문제 등 폭넓게 다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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