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탑에 갇힌 라푼젤들을 구해주세요!
대한민국, 탑에 갇힌 라푼젤들을 구해주세요!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8.08.1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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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UN아동권리협약 읽어주는 아빠
UN아동권리협약 제5조 부모의 책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UN아동권리협약 포스터

"서율아! 네가 잘 자랄 수 있게 하려면 아빠는 뭘 해야 할까?"

"그냥. 맛있는 거 많이 사주면 되지."

아이의 능력 발달에 맞게 우리 부모가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은 무엇일까요? 아이의 말이 "잔말 말고, 돈만 많이 벌어오면 돼"라고 들리는 것은 왜일까요? 아이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 좋아하는 것, 능력 발달을 위해서 어느 정도 돈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정말 정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함께 알아보시죠.

◇ 라푼젤 이야기의 '고델'에 주목하자!

라푼젤을 읽는 문서율, 아동권리적 관점으로 읽으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문선종
라푼젤을 읽는 문서율, 아동권리적 관점으로 읽으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문선종

서율이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공주, 라푼젤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 책이면 아동권리협약 5조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서율아, 너 라푼젤처럼 키가 이만큼 클 때까지 탑에 갇혀 지내면 어떨 것 같아?"

"만약에 누군가가 밖에도 못 나가게 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떨 것 같아?"

"아빠가 너를 돌봐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누군가가 막는다면 어떨까?"

라푼젤 책을 보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라푼젤은 18살 생일 때 불꽃놀이를 보러 가겠다며 고델과 싸웁니다. 라푼젤은 고델을 엄마라고 믿고 살아왔지만 알고 보니 아동유괴범이었죠. (라푼젤은 엄청나게 아동권리를 침해받습니다. 앞으로 자주 등장하는 친구가 될 것 같네요.)

고델은 부모가 아동의 능력 발달을 도울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하는 현상, 시스템 등으로 보입니다. 아동은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으로 생애주기에 맞게 자신의 능력을 발달시켜야 합니다. 1차적인 책임은 우리 부모들에게 있죠. 그런데 우리 부모가 이런 책임을 온전히 지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 책임과 권리, 존중해주나요?

UN아동권리협약 전문에서 제5조를 자세히 읽어보겠습니다. "당사국은 (…) 아동에 대한 법적 책임자들이 아동의 능력 발달에 상응하는 방법으로 적절한 감독과 지도를 행할 책임과 권리 및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존중하여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국가가 부모의 책임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대목입니다. 과연 이 말은 무엇일까요?

최근 저출산이 이슈가 되면서 주변에서 아이 하나 더 낳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럴 때 "한 명 더 낳으라고요? 셋째까지 어떻게 키워요. 낳으면 키워주실 건가요?"라고 말합니다. 한 명 더 낳으면 뭔가 더 해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정작 낳으면 뭔가 등 돌리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아이 낳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우리 사회는 공감하고 있는 걸까요? 그래서 요즘 아기 낳는 만화, 육아휴직 장려를 위한 웹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만든 웹드라마 'I와 아이'에서 찌질한 딸바보 조정치는 육아를 위해 반차를 쓰려고 아프다는 핑계를 대려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의심을 받고 격리되는데 "그냥 애 볼라고 한 건데~"라는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웃픈' 상황을 연출합니다.

아이의 능력 발달을 도울 책임이 있는 부모인데, 반차 따위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직장인들. 아직 교과서에는 가정을 "출산, 육아, 사회화를 위한 곳"이라고 정의하는데 이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가정의 기능은 해체된 지 오래고, 아이들은 시장에 맡겨집니다. 시장에 맡겨지면서 가슴 아픈 일들이 많이 생깁니다.  

"'잠재우려 이불 씌워 올라탔다'… 영아 사망 어린이집 교사 긴급체포"

"[분노주의] OOO 어린이집 사건 영상"

이 억장이 무너지는 기사 제목. 많은 분들이 어린이집 교사를 원망했을 것입니다. 조금 물러서서 본다면 어떨까요? 가슴 아프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교사 1인당 높은 아동비율, 열악한 처우 등 '괴물'을 만들어내는 시스템 속에서 만약 우리가 이 일을 하게 된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 자만할 수 없습니다. 우리 부모의 책임을 존중해준다면 "여러분 아이 많이 낳으세요. 여러분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52시간 근무제? 정말 피부에 와닿고 실효성 있는 제도는 없을까요?

최근 여성가족부에서의 조사에서도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존중하지 않는 흔적들이 나옵니다. 지난 30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미혼모·부에 대한 주요 차별 사례를 보면, 구직활동 시 면접관이 등본을 보며 ‘혼자 아이 키우는데 직장생활 제대로 할 수 있겠냐’라고 묻거나, 질문의 80%가 ‘왜 혼자인지, 아이는 혼자 어떻게 키울 것인지’ 등이었다는 사연 등이 있었습니다. 부모의 책임을 존중하는 사회라면 국가가 회사가 함께 키워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함께 고민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을 키우는 대한민국 부모님들! 정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하면서 우리 아이 잘 지내고 있나 CCTV를 모니터링 하면서 가슴 졸이고 있을 부모님들. 일터에서 삶터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온갖 스트레스를 겪고 있지만 부모의 의무와 책임은 전혀 존중받고 있지 못합니다.

호접몽 사상이 떠오른다. 내가 탑에 갇힌 것인지? 네가 탑에 갇힌 것인지? ⓒ문선종
호접몽 사상이 떠오른다. 내가 탑에 갇힌 것인지? 네가 탑에 갇힌 것인지? ⓒ문선종

우리 사회는 마치 라푼젤의 고델처럼 이 사회와 경제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맹목적인 목적 아래 아이들을 저 높은 탑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국가가 아동의 능력 발달을 도울 책임과 의무를 존중해준다면 평화로운 아침, 저녁이 있는 삶, 육아로 사랑의 넘치는 가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런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외쳐야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탑에 갇힌 아이들을 우리 부모들의 곁으로 보내주세요!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존중해주세요!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지역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볼 만한 아빠 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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