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저는 실종부모입니다. 제 아이가 사전등록제도만 있었더라면 생사는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봄에도 거리에 나가서 아이를 찾아다녔습니다. 우리 아이 찾아주세요. 국민이 안전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나라 만들어주세요. 인권위는 실종가족의 고통이 어떤지, 진정한 인권이 무엇인지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는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는 가족이 없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국가인권위는 지문이라는 생체정보를 포함해 얼굴, 성명, 성별, 주민등록번호, 주소, 얼굴형, 머리색, 보호자 성명 등 광범위한 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등록할 것을 의무화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봤습니다. 현행 제도로도 보호자가 원하면 아동의 지문 등 정보를 등록할 수 있습니다.”(윤채완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과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구갑)과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경찰청이 후원하는 ‘장기실종아동 방지를 위한 지문 등 사전등록 의무화 관련 정책토론회’가 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아동지문등록 의무화’에 대해 토론자들 간에 상반된 의견들이 오고 갔다.
◇ 이건수 교수 “인권도 생명이 살아야 보장이 되는 것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온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아동지문등록 의무화에 대해 찬성의 뜻을 보였다.
지난 4월 24일 노웅래 의원은 아동 실종 시 조기 발견과 조기 복귀 목적으로 경찰청 등에 아동의 지문을 반드시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6월 14일 국회인권위원장과 세 명의 상임인권위원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노 의원의 개정안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아동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토론회에서 ‘사전등록 의무화 필요성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건수 교수는 “사전지문등록제를 6년째 실시하고 있는데, 처음 실행할 때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사전지문등록제도를 통해 470명을 신속히 발견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크다”며 “인권도 생명이 살아야 보장이 되는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가 법적 문제를 바꾸고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법 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사전지문등록제도는 잠재적 실종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의 보호자 동의를 받아 지문 등 각종 정보를 보관하고 실종사건이 발생할 경우에 활용하는 제도다. 향후 경찰이 잠재적 실종 가능성이 높은 일정 대상자를 상대로 의무화 규정을 통해 지문등록을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사전에 경찰이 무단으로 정보를 수집 및 관리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사전지문등록제도는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돼야 할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모든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여진다"며, "따라서 실종아동의 지문등록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8세 미만 아동을 비롯한 지적·정신·자폐장애인 등에 대한 사전등록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사전등록제도는 사건사고 발생 이전에는 불필요하게 느껴지지만 사전등록을 해둔 부모들은 실종이라는 불안으로부터 해소되고 아이가 실종됐을 때 가족들이 찾아다니며 겪는 고통을 단축시키는 제도”라며 “사전등록은 국민의 고통을 줄이는 제도이기에 국가는 이를 의무화해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이 추구하는 행복과 인권이 무엇인가 생각해달라”며 “아동 지문사전등록은 꼭 필요하다. 그 당시 사전등록제가 있었다면 내 아이는 진작 찾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 오병일 활동가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정보인권’을 과잉 침해할 가능성”
반면 토론자로 나온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아동지문등록 의무화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오병일 활동가는 “개정안 내용은 경찰에 아동의 ‘지문 등 정보’를 의무적으로 사전등록 하도록 하는 것인데, 여기서 ‘지문 등 정보’란 법률에 규정된 지문 및 얼굴 외에도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경찰청예규 제533호)상 신장, 체중, 체격, 얼굴형, 치아, 두발 형태, 두발 색상, 혈액형, 눈 모양, 흉터, 병력 등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아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활동가는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개정안이 갖고 있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그리고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 정보인권을 과잉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며, "경찰청장이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에 지문, 병력 등 국민의 민감하고 광범의한 개인정보를 아동 시기에 의무적으로 등록해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오 활동가는 개정안은 "실종되지도 않은 아동 등에 대한 민감하고 과도한 정보를 경찰이 미리 수집해 실종아동 등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보관, 이용함으로써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을 만들고 해당 정보가 다른 목적에 전용될 위험을 야기한다"며, "이는 국제인권규범 및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정보인권을 과잉해 침해하는 것"이라고 토론을 마무리했다.
오 활동가의 발언 이후 윤채완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과 과장도 “인권위는 지문 등을 정보주체 동의 없이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봤다"며, "현행 제도로도 보호자가 원하면 아동의 지문 등 정보를 등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