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는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오실까?
산타는 언제까지 아이들에게 오실까?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8.12.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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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어김없이 다가온 연말 거짓말의 시즌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왔다. 

한 달 전부터 아이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냐고 물었다. 그래야 늦은 택배로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 한번 그런 적이 있었다. 아이가 원하는 선물은 해외배송 상품이었고 2주 전에 주문했음에도 결국 당일까지 도착하지 못했다. 아이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너무 바빠서 선물이 조금 늦는다고 진땀 섞인 핑계를 댔다.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결국 마트에서 즉석 선물을 사주었고 그 해는 두 번의 선물을 사주는 과소비를 하게 되었다. 

그 후로 크리스마스 선물은 조금 이르게 준비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다닌 어린이집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산타 할아버지 선물 배달 서비스를 해주셨다. 선생님들이랑 아르바이트 산타가 직접 집으로 선물을 배달하는 이벤트였다.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산타를 보고 선물을 직접 받으니 너무 좋아했다. 부모들도 거짓말을 조금 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때만 해도 아이들은 철석같이 산타의 존재를 믿었다. 직접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지고 왔으니까. 

분장을 했지만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의 동료라고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산타의 존재를 믿으며 자라왔던 아이는 조금씩 그의 존재를 믿지 않게 되었다. 조금 빠른 친구들로 인하거나 미디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진실을 알게 된다.

올해 초등학생인 된 둘째는 다행히 아직까지 산타를 믿고 있다.

누가 놓은 선물일까?
누가 놓은 선물일까? ⓒ노승후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잘 포장된 선물이 현관문 앞에 있는 걸 본 아이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빠, 어젯밤에 산타 할아버지 왔을 때 문 열어줬어요?"

"왜?"

"아니, 선물이 문 앞에 있잖아요. 비밀번호 모르면 문 못 여는데 아빠가 열어준 거예요?"

"응, 맞아. 어젯밤에 아빠가 산타 할아버지 오셔서 문 열어줬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느라 살짝 진땀이 났다. 

우리 둘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첫째는 나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물론 나도 아이에게 눈신호를 줬다. '올해까지만 모르는 척해줘.'라는 의미로.

선물이 되고 싶은 아이.
선물이 되고 싶은 아이. ⓒ노승후

한 달 전부터 산타 할아버지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말하는 아이. 원하는 선물은 조금 비싸서 산타 할아버지가 못 사줄 수 있다는 말에 적당한 가격의 선물을 다시 바라는 아이. 그 정도면 될 거 같다고 대신 말해주는 아빠. 

존재하는 듯, 하지 않는 듯한 존재를 두고 아빠와 아이는 한 달 동안 추억을 만들어갔다. 아이는 기다리는 마음, 아빠는 준비하는 마음. 

하지만 그건 아마도 올해까지만 일 것 같다. 내년까지 그 순수한 마음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가 커간다는 사실에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아빠도 매년 조마조마 준비하면서 즐거웠고 아이도 그동안 설레고 행복했으니 되었다. 

우리들의 기억에 순수했던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영원할 테니까.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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