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님, 아동정책조정위원회는 몇 번 하셨나요?
총리님, 아동정책조정위원회는 몇 번 하셨나요?
  • 기고=정병수
  • 승인 2019.05.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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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정부는 지난 23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보호권, 인권 및 참여권, 건강권, 놀이권 4개 영역에서 국가 책임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포용국가 아동정책.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이 이에 대해 국무총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공개편지에 담았다. - 편집자 말

이낙연 국무총리.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이낙연 국무총리.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께

한 번도 뵙지 못한 총리님께 서신으로 첫 인사 올리는 점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동을 위해 아동과 함께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정병수라고 합니다. 

총리님, 지난 2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포용국가 아동정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해주셨습니다.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제때에 찾아내 보호하고 양육하는 일, 학습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일, 그것이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기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의 아동정책은 좁게 짜여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기존 정책의 틀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도 함께 지혜를 모아주셔야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고도 말합니다. 그런 말을 정책으로 옮겨야 합니다. 정책의 시야를 넓혀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책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아동인권 증진을 위해 일하는 모두가 오랜 기간 동안 외쳐온 이야기를 너무도 명쾌하게 정리해주셔서 감동했습니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요보호아동 중심의 시혜적 관점에서 모든 아동을 위한 권리적 관점으로의 가치전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국정운영에서의 이러한 방향 전환을 환영하고 응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천입니다. 아동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 및 강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아동중심으로 정책을 조정하고, 이행을 관리감독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그동안 아동을 중심에 두지 못했기에 이러한 일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꾸준히 챙기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인구통계에 아동인구는 포함되지만 정책이 실행되는 과정에서는 소외되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했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정책으로 옮기기 위해, 정책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보건복지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는 아동정책조정위원회라는 기구가 존재합니다.

10개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입니다. 법에도 나와 있는 기구입니다. 아동복지법 제10조에 ‘아동의 권리증진과 건강한 출생 및 성장을 위하여 종합적인 아동정책을 수립하고 관계 부처의 의견을 조정하며 그 정책의 이행을 감독하고 평가하기 위해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둔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아동정책조정위원회의 위원장은 총리님이십니다.

◇ '시혜 → 권리' 관점 전환은 환영… 아동정책조정위원회 정례화부터 

그런데, 총리님께서는 임기 중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몇 번 개최하셨을까요? 제 정보력이 미약한 탓인지 총리님께서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주재하셨다는 소식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2004년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아동정책조정위원회는 현재까지 단 8번 개최됐습니다. 그나마 가장 최근 개최된 회의도 2016년 3월의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아동관련 법과 정책은 연령과 이슈에 따라 분절되어 있어 정책조정기능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것은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에도 나와 있습니다. 

"a)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복구하여 강화하고, 오히려 가급적이면 필요한 권한과 충분한 인적, 기술적, 재정적 자원을 확보한 적절한 관련기구를 수립하라.

b)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를 포함한 다른 부처 간, 그리고 관계 국가 및 지역 단체 간 아동권리 관련 기능 및 관계를 명확히 하라. 이 과정에서 협약의 이행을 위해 대한민국이 취하는 모든 활동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라."

그렇기에 바쁘시겠지만 최소한 연 2회 이상 아동정책조정위원회 개최와 포용국가 아동정책 추진경과 보고를 정례화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다행히도 7월에 설립될 아동권리보장원이 위원회 운영을 지원하고 아동정책 수립을 위한 자료 개발 및 정책분석 등의 역할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파악된 각 부처의 이행상황을 국무조정실의 필수업무로 꼭 챙겨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워낙 아동관련 정책 등이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되는 것을 목도해온 터라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100년 전 소파 방정환 선생은 ‘나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어린이에게 10년을 투자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이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아동의 10년, 100년을 내다보는 과감한 투자가 될 수 있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힘과 지혜, 의지가 지속되기를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2019년 5월

정병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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