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촬영수칙 만든 윤가은 감독, 모두 교훈 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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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10.30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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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제아동인권센터 김인숙 이사·정병수 사무국장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 1일 국제아동인권센터 김인숙 이사(사진)와 정병수 사무국장을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일 국제아동인권센터 김인숙 이사(사진)와 정병수 사무국장을 만났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귀국하는 나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유일한 한국인으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으로서 어떻게 알리고 전파해야 할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 무거웠던 발걸음은 나의 사명이 되었다.”(「우리 아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고요!」 9~10쪽)

정확히 30년 전인 1989년 처음으로 유엔아동권협약을 알게 된 김인숙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사는 당시의 느낌으로 이렇게 기록했다. 50년 차 아동인권 활동가인 김 이사는 그 ‘사명’을 다하기 위해, 2011년 국제아동인권센터를 함께 만드는 등 지금까지도 아동인권교육훈련연구소 소장으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아동권리협약이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지 30년 되는 해. 때를 맞춰 김 이사는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정병수 사무국장과 함께 쓴 책 「우리 아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고요!」(국민북스, 2019)를 세상에 내놨다. 지난 1일 두 사람을 서울 내자동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협약. 유엔 회원국 수보다 많은 196개국(2019년 5월 현재)이 비준했다. 우리나라도 1991년 비준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동인권을 말할 때 꼭 필요한 준거죠. 이것이 있어야만 교육도 되고, 옹호활동도 할 수 있어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가장 큰 역할은 바로 모든 아동인권 활동의 준거가 된다는 점입니다.”(김인숙)

“아동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이란 것을 증명해주는 일종의 증명서라고 생각해요. 아동도 국제사회의 일원이며 성인과 동등한 인격체라는 걸 처음으로 증명한 증명서로서 의미가 제일 중요하죠.”(정병수)

정병수 사무국장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의미를 “아동 역시 인간임을 증명하는 증명서”라고 표현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병수 사무국장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의미를 “아동 역시 인간임을 증명하는 증명서”라고 표현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도 성인과 같은 인간이라는 증명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50여 개 조항 속에 아동인권의 다양한 원칙들을 담고 있다. 그 가운데 우열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시간과 공간에 따라 강조되는 가치가 달라질 수는 있을 것. 바로 지금 2019년 10월,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서 특별히 강조돼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두 사람의 생각을 물었다.

김 이사는 제5조 ‘아동의 진화하는 능력에 따른 보호자의 적절한 지도’를 꼽았다. 김 이사는 “아이들이 미숙하다 하지만 ‘미숙’이라는 것은 성장하는 힘을 가졌다는 뜻이지 그냥 뭘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며, “아동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과 태도가 바뀌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제2조 ‘비차별’의 원칙을 강조했다. 정 국장은 “요즘 가장 우려하는 건 차별”이라며, “이주민, 난민, 젠더 등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고 이미 많은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유엔아동권리협약이 국내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김 이사는 그중 절대 빠질 수 없는 변화로 ‘아동권리주간’ 선포를 꼽았다. 11월 20일은 세계 아동의 날.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날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2003년부터 세계 아동의 날이 속한 주를 아동권리주간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그간 정부는 주로 어렵고 힘든 아이들을 돕는 데 기여해왔죠. 하지만 아동권리주간 선포로, 아이들을 돕는 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의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거죠.”(김인숙)

지난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뒤 최종견해를 채택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 ▲아동영향평가제도 확장 ▲보편적 출생등록제도 보장 ▲모든 체벌 명시적 금지 등 여러 항목에 걸쳐 구체적인 변화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정 국장은 우선 “지적이 늘어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가 하나하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진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상적 권고밖에 못하기 때문에, 협약 이행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권고는 구체적으로 되는 게 당연하다는 뜻.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한국 정부가 계속 권고받는 내용들 중에 오히려 근본적인 것은 못 건드리고 있다는 거예요. 각론은 나아지고 있지만 총론은 아쉬운 점이 많죠. 예를 들면 아동을 위한 기본적 법체계가 안 잡혀 있다는 것은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부분인데, 정부에게서는 총론을 바꿀 만큼의 의지는 읽히지 않는다는 거죠.”(정병수)

정 국장은 한 국가의 ‘아동관’을 담아 아동과 관련된 정책의 틀을 잡을 수 있는 아동기본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 법에서는 아동을 지칭하는 법적 용어나 아동을 정의하는 연령대도 제각각이다. 아동을 바라보는 국가의 가치관을 담은 법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에만 집중한다는 것.

정 국장은 “결국 아동에 대한 국가의 가치관을 담은 법은 국회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국회 역시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법들을 개정하는 쪽에만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인숙 이사는 “우리 사회는 아동의 참여권을 굉장히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김인숙 이사는 “우리 사회는 아동의 참여권을 굉장히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행사장에 아이들 앉혀만 놓는다고 아동 참여권 보장되나”

김 이사는 아동 참여 문제에 대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지적에 동의했다. 김 이사는 “우리 사회는 아동의 참여권을 굉장히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본질적 참여가 아니라 명목상 참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훈련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것도 없이 무조건 아이들이 어디 행사에 가서 앉아 있는 것만 참여로 생각하는 경향이 굉장히 많아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얘기하고 또 인정받는 경험을 많이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 필요하죠.”(김인숙)

또한 김 이사는 “그런 교육이 굉장히 일찍부터 시작돼야 진정한 참여가 이뤄진다”며, “하지만 우리 사회는 스스로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버릇없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의 참여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꼬집었다.

두 사람은 책 「우리 아이들에게도 인권이 있다고요!」에서, 세상의 여러 현상을 아동인권의 관점으로 봤을 때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런 점에서 정 국장이 요즘 관심 갖고 있는 연구 주제는 ‘어떻게 하면 기존의 정책 체계를 아동인권의 관점으로 바꿀 것인가’다.

예를 들면 지역에서 열리는 한우축제가 얼마나 아동친화적인가 살펴보는 것, 지방자치단체가 대중교통 체계를 운영하면서 영유아 동반 보호자나 학교에 다니는 아동들의 통학 문제를 얼마나 고려하는가 따져보는 것. 또 하나 정 국장이 관심 갖고 있는 주제는 사회 지도자들의 언어표현이다.

“얼마 전에 어떤 정치인이 누구를 비판하면서 ‘소아병’이란 말을 썼어요. 만약 다른 장애나 질병 이름을 썼다면 당사자 분들의 항의 때문에 난리가 났겠죠. 그런데 아이들과 관련된 용어는 함부로 써도 아무도 난리 치지 않아요. 소아병이라는 말도, 진짜 몸이 아픈 아이들이 들었다면 얼마나 기분 나빴을까요?”(정병수)

김 이사는 아이들이 등장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콘텐츠 등에도 아동인권의 관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부모나 제작진이 출연자인 아동을 보는 관점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김 이사는 “아이들을 이용해서 수십억 원을 벌 때 아이가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도구처럼 보이기 쉽다”며, “수익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서 더 무리한 걸 요구하고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 반대 사례로 영화 ‘우리 집’을 촬영하며 ‘아역배우 촬영수칙’을 만든 윤가은 감독의 이야기를 인용했다. 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전작 ‘우리들’을 찍고 나서 (아역)배우들에게 미안한 순간들이 있었다”며, 촬영수칙을 만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김 이사는 “모든 제작진들이 교훈 삼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세상을 아동인권의 시각으로 보는 동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함께 활동해오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두 사람은 “세상을 아동인권의 시각으로 보는 동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함께 활동해오고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세상을 아동인권 시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동료들 많아졌으면”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현한 김 이사는 “언론인들이 아동인권 감수성이나 아동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겸손하게 한번 배우길 바란다”며, “아동에 대해서 바르게 알고 아동인권을 증진하는 게 왜 사회 전체에 이로운 일인지 알게 된다면 질적으로 굉장히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 역시 “영국은 아동 출연진이나 아동 관련 보도에 관한 정책이 굉장히 정교하고 구체적”이라며, “우리 방송과 언론에서도 그런 걸 준비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리고 “국가가 아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아동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동과 관련된 사건사고는 사람들에게 더 자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죠. 10대 범죄를 보도할 때 범죄자의 연령을 부각시킨다거나, 사건을 명명할 때 굳이 ‘계부’나 ‘계모’와 같은 말을 사용한다거나…. 언론의 이런 관행들을 좀 바꿔서 아동에 대한 관점을 긍정적으로 형성하는 데 기여해주면 좋지 않을까 해요.”(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는 201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대한 인식 확대와 아동인권정책의 연구·개발·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 두 사람은 “세상을 아동인권의 시각으로 보고 얘기할 수 있는 동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정병수)에서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활동해오고 있다.

마지막 질문으로 두 사람에게 ‘대한민국에서 아동인권 옹호가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물었다.

“할머니는 항상 아이 편이에요. 잘못해도 일단 편을 들어주고, 나중에 아이가 들을 준비가 됐을 때 얘기해주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할머니가 돼서 사는 것, 이게 제가 아동인권 옹호가로 사는 이유죠.”(김인숙)

“긍정적으로 보면 아동인권은 블루오션이에요. 앞으로 더 중요해질 분야죠. 아동친화적인 사회가 돼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니까요. 아동인권 관점을 가진 분들이 각 분야에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런 분들이 많아지고 네트워크가 형성돼서 서로 협력이 잘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정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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