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인권의 온도조절기는 바로 ‘우리’다
아동인권의 온도조절기는 바로 ‘우리’다
  • 기고=정병수
  • 승인 2019.01.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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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새해 특별기고]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무수한 이슈들 중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또 새해는 어떤 '화두'를 가지고 설계해야 할까. 보육 등 각계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연속기고를 통해 2018년을 정리하고 2019년을 전망한다. - 편집자 말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무술년이 저물고 2019년 기해년이 왔다. 지나간 1년을 돌이켜본다. 아무래도 지난 한 해 가장 뜨거운 뉴스는 남북 정상회담일 것이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한 뼘도 안 되는 턱을 오가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매년 반복되던 호국보훈의 달 기념 글짓기 대회가 생각났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본 이듬해 6월, 나의 글짓기 제목은 '동서 화합의 시대 남북도 화합하자'였다.

베를린 장벽은 1989년 11월 9일 무너졌다. 그런데 그로부터 10여 일 후에 남들은 잘 모르는 역사적 사건이 유엔총회에서 있었다. 바로 ‘아동인권’을 위한 최초의 국제법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채택은 미성숙하거나 보호가 필요한 수동적 존재, 부모의 소유물 혹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하는 존재로 한정 짓던 '장벽'을 허물어 아동을 존엄하며, 독립적인 권리의 주체자로 명시한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 남북이 유엔에 제출한 아동인권 관련 보고서에는

현재 가장 많은 국가가 지키기로 약속한 법,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남북한 모두 비준한 협약이기도 하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나라들은 유엔에서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는데, 북한은 2017년 심의를 받았고 대한민국은 올해 심의를 앞두고 있다. 남북한이 협약을 지키기로 약속한 지 이제 곧 30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남한과 북한은 무엇을 해왔을까?

국가보고서를 보니 종전 심의 이후 대한민국은 제1차 아동정책기본계획 수립, 영유아 무상보육 실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제정 등을 이루었다. 북한은 아동권리보장법을 제정하고 12년제 의무교육 실시, 그리고 양육을 여성에게 더 많이 부담하게 하는 나쁜 관례를 없애는 등 부모 모두가 양육의 책임을 지도록 조치를 취했다. 협약이 제시하는 원칙과 규정을 이행하기 위한 나름의 성과일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 서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아동 지원 보호 인프라의 지역 간 격차, 경쟁적 입시문화로 인한 스트레스, 놀이 여가의 부족 등을 아동권리 실현의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에는 이러한 문장이 있다.

“보고 기간 동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아동들이 온전히 권리를 누렸고 아동을 제일 사랑하고 아동을 위해 어떤 것도 아끼지 않는 김정은 최고지도자의 아동에 대한 애정 어린 정책 아래 아동의 복지는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고취되었다.”

그 내용은 매우 다르지만 결국 남북한 어느 곳에서도 아동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존재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아니 어쩌면 무관심과 무책임 속에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 온도계의 온도가 올라가게 하려면 사람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아동과 관련한 법과 제도, 정책은 그 사회가 아동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일종의 온도계(thermometer)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온도계는 상태를 보여줄 뿐 변화를 이끌지는 못한다. 어린이집·유치원 급식, 아동학대, 아동수당, '유치원 3법', 스쿨미투, 선거권연령 하향, ‘세림이 법’ 등 아동과 관련된 수없이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집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는 온도계가 아니라 보일러를 작동시킬 온도조절기(thermostat)가 필요하듯 아동인권의 증진을 위해서는 온도조절기가 필요하다.

연말 광화문 광장에는 커다란 온도계가 세워졌다. 온도계의 온도가 올라가게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행동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관심과 나눔의 행동이 바로 온도조절기인 것이다. 이처럼 아동과 관련된 수많은 현안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행동이 필요하다.

모든 아동의 삶이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지는 것, 아동의 인권이 결코 사소하게 다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아동을 기준으로, 아동의 입장에서, 아동과 함께 행동할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아동친화적인 사회, 아동인권이 보호·존중되는 사회를 이끌 수 있는 온도조절기는 바로 ‘우리’이다.

날이 추워졌다. 추위에 떨고 있는 아동에게 손난로를 쥐여주거나 추우면 뛰라고 닦달하는 사회가 아니라, 보일러 온도를 높이는 그런 시대가 되길…. 2019년을 맞이하며 기대해본다. 그래야 비로소 아동의 삶이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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