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의 역사는 1989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아동권리의 역사는 1989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11.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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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일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30주년 기념포럼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20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국제관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30주년 기념포럼이 열렸다 ©국제아동인권센터
20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국제관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30주년 기념포럼이 열렸다 ©국제아동인권센터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국가, 지역, 성인 및 아동의 기존 습관에 제동을 걸었다. 우리는 우리가 전에 해오던 방식으로 아동을 고려하는 것을 결코 반복할 수 없다. 아동권리의 역사는 1989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네베나 부코비치-사호비치(Nevena Vuckovic-Sahovic)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1989년 11월 20일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지 꼭 30년이 지난 날, 유엔아동권리협약 채택 30주년 기념포럼이 열렸다.

20일 오전 10시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국제관에서 포럼은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했다. 현장에는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의 오준 이사장과 정태영 사무총장, 김인숙 국제아동인권센터 아동인권교육훈련연구소장, 시녜 폴센(Signe Poulsen) 서울유엔인권사무소장 등이 함께했다.

사호비치 교수는 첫 번째 세션의 발제자로 참여해, ‘아동인권 보장을 위한 세상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우선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의미에 대해 “현재 196개국이 비준해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국제조약”이라는 점과, “최초로 아동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개념을 제공”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특히 “아동의 권리를 하나의 문서에 총망라한 협약”으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시민적 권리 등 전통적인 인권 목록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매우 중요한 특징이라고 꼽았다. 또한 “새롭고 도전적인 인권을 인정하기에 혁신적인 문서”라고 강조했다.

“권리는 항상 변화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권리도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수정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역시 일부를 이행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사호비치 교수)

네베나 부코비치-사호비치(Nevena Vuckovic-Sahovic) 옥스퍼드대학교 교수 ©국제아동인권센터
네베나 부코비치-사호비치(Nevena Vuckovic-Sahovic) 옥스퍼드대학교 교수 ©국제아동인권센터

◇ “가장 많은 국가가 비준한 국제조약… 30년간 아동권리 진일보”

사호비치 교수는 “아동권리의 역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된) 1989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이끌어낸 변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리고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국제인권법과 국제형사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장애인 권리나 이주노동 관련 협약에도 큰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협약을 바탕으로 법규를 바꿨습니다. 이제 모두가 아동권리를 알고 그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아동인권은 크게 증진됐고 이것은 중요한 진보입니다. 아동이라고 해서 권리를 적게 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은 더 확산돼야 합니다.”(사호비치 교수)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을 통해 협약에 대한 상세한 해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사호비치 교수는 당사국의 입법적·행정적 조치 의무를 설명한 ‘일반논평 제5호’를 “모두가 꼭 읽어보길 바란다”며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사호비치 교수는 국가의 정치적 의지와 함께 ‘작은 자주성’의 중요성 역시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집, 뒤뜰, 소규모 지역 사회에서 시작되는 사람들의 태도와 의지”를 ‘작은 자주성’이라 부르며, “작은 자주성은 국가의 책임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동을 공동의 노력에 확실히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는 국제아동인권센터 대표인 이양희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주제는 ‘협약 이행을 통한 한반도 아동인권의 변화’. 한국은 1991년, 북한은 1990년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이 교수는 남북한이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이후 제출한 국가보고서 내용을 중심으로 차이점과 공통점을 찾았다.

한국은 비준 당시 ▲부모와의 면접교섭권 ▲입양허가제 ▲상소권 보장 3개 조항을 유보 조항으로 뒀다. 북한은 유보조항이 없었다. 이후 한국은 2007년 민법을 개정해 면접교섭권 조항의 유보를 철회했고, 2011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허가제 조항도 유보를 철회했다.

마지막 남은 유보조항인 상소권 보장 조항에 대해서는 2009년 3-4차 국가보고서에서 현 체제 유지를 고수했지만, 2018년 제출한 제5-6차 국가보고서를 통해 “유보철회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국제아동인권센터 대표인 이양희 성균관대학교 교수 ©국제아동인권센터
국제아동인권센터 대표인 이양희 성균관대학교 교수 ©국제아동인권센터

◇ 남북한 국가보고서 비교… “남북한 간 다름의 간격 서서히 벌어져”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당시 남북한은 남녀의 혼인 가능 연령이 달랐다. 한국은 남자 만 18세, 여자 만 16세로, 북한 역시 남성 18세, 여성 17세로 정했다. 하지만 한국은 “합리적 근거 없는 성차별적 요소를 없애기 위해”(3-4차 국가보고서) 2007년 민법을 개정해 혼인 가능 연령을 남녀 모두 만 18세로 같게 했다.

이 교수는 남북한 국가보고서가 공통으로 언급한 중요한 개념으로 ‘단일민족’을 꼽았다. 남북한은 1차와 2차 국가보고서를 통해 공히 ‘단일민족’을 명시했다. 하지만 한국은 2009년 3-4차 국가보고서 제출 이후 세 번째 심의부터는 단일민족 대신 ‘다문화 아동 지원’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이를 “전향적 변화”라 짚었다.

이 교수는 “남북한의 국가보고서를 살펴보면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이 과정에 남북한 간 다름의 간격이 서서히 벌어지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과제로 “비정부기구는 당사국의 협약 이행 상황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에 대한 사회적 감시를 꾸준히 진행하며, 국가적 아젠다 형성이나 아동인권에 대한 논의의 장을 확대하고 효과적 협약 이행에 대한 정부의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며 비정부기구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밖에도 ▲성차별을 없애기 위한 젠더 관점 내재화 ▲아동권리를 알리기 위한 노력 ▲아직 비준하지 않은 핵심 인권조약의 비준 등의 과제가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에 아동기본법의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해왔다”며, “내년 4월 총선 이후 다시 한번 국회에 강력하게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까지 진행된 포럼은 사호비치 교수와 이양희 교수, 그리고 오준 이사장과 폴센 소장이 함께한 대담과, ‘유엔아동권리협약 조선어 번역과정’에 대한 특별세션,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바탕으로 살펴본 한반도의 아동폭력’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세션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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