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손녀, 반갑지 않은 아들의 육아
반가운 손녀, 반갑지 않은 아들의 육아
  • 칼럼니스트 김광백
  • 승인 2012.08.09 14:49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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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에게 남자의 육아전담 이해시키기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우리 가족은 폭염이 한창이던 7월말 시골에 내려갔다 왔다. 우리 집은 손주가 귀하다. 우리 부모님은 슬하에 삼형제를 낳으셨는데 큰 형은 아직 미혼(未婚)이고, 작은 형은 수년 전에 결혼을 했지만 아직 2세 소식이 없다. 그래서 갓 태어난 산하의 시골 방문은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친척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리 부부는 시골에 내려가기 전에 몇 가지 걱정을 했다. 우선 산하와 관련한 육아 방법과 관련해 갈등이 있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우리 부부는 시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내가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준비했다. (물론 시골에서 우려했던 갈등은 없었다.)

 

두 번째는 나에 관한 것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는 것과 관련해서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 요즘 젊은 사람들이야 남자가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는 것을 이해하겠지만, 부모님 세대는 ‘여성 = 육아 = 집안일’, ‘남자 = 가장 = 바깥일’의 도식이 있는 분들이지 않은가? 그래서 이것과 관련해서는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앞으로의 계획은 자세히 설명드리는 것으로 했다. (참고로 아내는 차분히 이야기를 잘하는 편이다.)

 

먼저 나의 계획을 간략히 설명하면, 나는 산하가 돌이 되기까지는 육아를 전담할 것이다. 이것은 아내와 나와의 약속이다. 산하의 돌은 내년 2월이다. 그리고 육아 과정에서 나는 대학원을 갈 준비를 함께 할 것이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더욱 잘하기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이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그래서 3월부터는 대학원에 갈 생각이다.

 

첫 손녀를 만나 흐뭇해 하고 있는 할아버지. ⓒ김광백
첫 손녀를 만나 흐뭇해 하고 있는 할아버지. ⓒ김광백

 

시골에 내려가서 3일이 지나고 주변의 친척들이 모였다. 역시 걱정했던 질문이 사촌형으로부터 나왔다.

 

“네가 돈을 벌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 아무리 아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가장이 돈을 벌어야 하지 않냐? 대학원 다니면 돈은 언제 버느냐?”

 

우선 이런 질문이 조용한 자리에서 진지하게 왔다면 나의 계획을 설명 드렸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는 어수선하기 때문에 많은 설명보다는 나의 의지를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몇 년은 궁핍하겠지만, 우선 아내가 돈을 벌기로 했습니다. 일을 하는데 공부를 더 해야 하니까, 아이 키우면서 공부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돈은 벌면 됩니다.”

 

우선 이런 말들이 오가면서 내가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다.

 

집에 돌아와서 며칠이 지났다. 그리고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비슷한 요지의 질문을 했다. 아내는 준비해둔 대답을 잘 했다.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가지면서 내가 돈을 벌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나와 아내가 아무리 자세하게 설명한다고 해도, 남자가 일을 하지 않고 육아와 살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모님은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부모님은 그런 우리의 선택에 걱정을 했지만, 우리가 염려한대로 타박하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남자가 아이를 주양육자가 된다는 것, 살림을 한다는 것은 부모님 세대에는 낯선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서로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양육 주체가 누구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행복하게 잘 키우는 것이다. 아직 당신들의 상식과 다른 우리 부부의 결정이어서 납득이 잘 가지 않겠지만, 우선 부모님은 우리 부부를 믿어주셨다. 공은 나와 아내에게 넘어왔다.

 

엄청난 폭염이다. 더울 때는 추울 때보다 갓 태어난 아이와 양육자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다. 이 어려운 시간을 보낸 수많은 육아 선배들에게 존경과 감사함을 표한다. 그리고 현재 그 시간을 견디고 있는 육아 동지들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ps) 육아방법과 관련해 세대별, 성별 갈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차 등도 있습니다. 저희는 시골에서 이유식과 관련해 약간의 갈등이 있었죠. 어머니는 약간 간이 있는 이유식을 먹이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저희는 전문가 등이 권하는 방식을 이유식을 하려 했고요. 여기서 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듯 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 입니다. 특히 고부간의 갈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남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가 시어머니에게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육아법, 생각들을 설명한다면 어떨까요? 육아는 아이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둘러싼 나를 비롯한 소위 말하는 가족들을 함께 성장시키는 과정입니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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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012-08-12 03:15:00
응원합니다.
남자도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아직 부정적인 시각이 많죠
세상의

yeoj**** 2012-08-11 00:03:00
저도 응원해요..
정말 육아의 문제는 세대간 성별간 갈등이 어쩔수 없는것 같아요.
그래도 아빠로서 아들로서 적절한

sksx**** 2012-08-10 15:51:00
응원해요..
육아...정말 힘들지요..
아기를 사랑으로 잘 키우자면 엄마가 가장 좋긴한데..
요즘세대가 세대이

skyf**** 2012-08-10 12:54:00
저도 응원드려요!!
부모님 세대에선, 아들의 육아가 반갑지 않은게 어쩜 당연할지도 모르죠..
그치만 아들

blueberr**** 2012-08-09 20:04:00
육아~
말처럼 육아의 문제는 해결하기 나름인것 같아요~
시부모님 사이에서 아들 역할이 중요한 걸 알고 잘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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