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마의 '여행친구'가 되는 나이, 다섯 살
아이가 엄마의 '여행친구'가 되는 나이, 다섯 살
  • 칼럼니스트 송이진
  • 승인 2019.10.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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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리포터 엄마의 행복한 여행 육아] 5~7세 아이와 여행은 이렇게

남편과 저는 아이가 생기기 전 종종 자전거 여행을 했습니다. 차가 다니지 않는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느끼는 데 자전거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한동안 할 수 없었던 자전거 여행은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서 다시 시작됐습니다. 비록 아이가 직접 페달을 밟지는 않았지만, 아빠 등에 껌딱지처럼 붙어가던 모습은 첫 걸음마를 하던 순간처럼 기특하고 감동적이었어요. 곧이어 아이는 네 발,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저는 진짜 자유로운 여행을 하는 것 같아 가슴이 뛰었습니다.

다섯 살이 되자 보다 자유로운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송이진
다섯 살이 되자 보다 자유로운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송이진

◇ 본격적인 놀이와 체험 여행이 필요한 시기

보통 아이가 다섯 살 정도가 되면 기동성이 좋아지며 여행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기저귀나 이유식 같은 부피 큰 짐이 사라져 가방이 가벼워지고 유모차가 없어도 잘 걸을 수 있게 되거든요. 아이도 비로소 여행의 추억을 기억하기 시작하고 말귀도 알아들고 자제력도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놀이가 있거나 호기심이 충족되지 않으면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는 시기이지요. 그래서 어린이 박물관, 어린이 과학관 같은 어린이 전용 체험관이 인기인데요, 동물원, 수족관, 놀이동산에서도 본전(?) 생각이 나지 않고 캠핑, 패러 세일링, 스노클링, 근거리 자전거 여행 등의 액티비티도 서서히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점차 아이의 성향이나 취향이 보이기 시작하기에, 부모의 휴양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체험을 슬쩍슬쩍 넣어주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어요.

◇ 가장 만만한 테마파크 여행

우리 가족은 놀이기구 타기를 좋아해서 테마파크 여행을 자주 떠났습니다. 키 제한 때문에 많은 것을 할 수 없으니 규모가 클 필요는 없었어요. 또 아이가 기다리는 것을 힘들어하니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야 했는데요, 테마파크를 다녀온 날은 체력도 영혼도 탈탈 털리는 경우가 많아 평일 오후권을 끊어 반나절만 즐기면 이보다 좋은 여행은 없는 듯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동남아 휴양지의 테마파크는 장점이 아주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시설의 수준은 떨어지지만 대부분 한적해서 기다리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거든요.

테마파크를 끼고 있는 숙소에 투숙하면 휴양을 즐기면서 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좋은데요, 베트남의 다낭, 나짱(나트랑), 푸꾸옥은 휴양지에 숙소와 동물원, 놀이동산, 워터파크, 아쿠아리움 등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아이가 있는 가족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입니다. 발리에는 사파리 안에 숙소와 워터파크, 놀이동산 등을 갖추고 있는 곳도 있어요.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그곳도 추천합니다.

그 외에도 동남아 휴양지에는 한두 개 이상의 테마파크가 있으니 여행 일정 중 하루쯤 넣어보는 것도 좋아요.

아이의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체험을 시도해보면 좋습니다 ⓒ송이진
아이의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체험을 시도해보면 좋습니다 ⓒ송이진

◇ 숙소 선택 시 확인해야 할 것들

그동안은 모래와 물만 있어도 잘 놀았지만 다섯 살이 되면 숙소에 키즈카페가 있거나 수영장에 워터 슬라이드라도 하나 있어야 재밌어합니다. 아이의 덩치도 커져 침대 사이즈도 중요해지는데요, 숙소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만 5세 이상부터는 조식 요금을 따로 받기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숙소를 찾고 싶다면 여행 어플에 ‘가족 친화적인 숙소’를 검색하면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는데요. 숙소를 예약할 때 투숙객에 아이를 넣으면 검색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성인 두 명만 넣어 검색한 후 유아투숙 규정을 살펴봅니다.

특별한 내용이 없다면 추후 아이의 조식만 추가로 결제하면 되는데요, 침대 사이즈는 예약 사이트에 공지되어 있고요. 넓게 사용하고 싶으면 트윈 침대를 선택해 침대를 붙여서 쓸 수 있는지, 침대처럼 쓸 수 있는 소파베드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료로 요청할 수 있었던 아기침대와 달리 어린이 침대는 대부분 추가 요금이 있다는 것도 참고하시고요.

◇ 아직 여행에서만큼은 필요한 유모차

그리고 이 시기엔 아이가 유모차를 뗐다고 안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행을 하다보면 지쳐 짜증이 난 아이를 혼내거나 잠든 아이를 업고 힘겨워하는 부모를 종종 마주칩니다. 밤 비행기를 타게 되면 이런 모습은 더 자주 목격되고요.

아이들은 항상 힘이 넘친다고 생각하지만 노는 데 쓰는 에너지와 걷는 데 쓰는 에너지가 다른 것 같아요. 제 아이는 또래보다 큰 편인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유모차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유모차를 타는 게 본인도 부끄러운지 덜 힘들 때는 걷고 계단이나 유모차를 끌 수 없는 곳에서는 직접 유모차를 들고 다니며 요령껏 이용하더라고요. 덕분에 우리 가족은 아이가 있어도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가 있었고요.

아직 보폭도 좁고 어른만큼 걸을 수 없는 나이라 유모차는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송이진
아직 보폭도 좁고 어른만큼 걸을 수 없는 나이라 유모차는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송이진

◇ 아이의 의견을 반영하는 여행

그리고 아이들은 오래 걷는 것만큼 재미없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제 아이는 고집이 센 편이라 하기 싫은 것을 거부할 때나 지루한 것에 투정을 부릴 때 두 배로 힘들게 하는 편인데요, 그때마다 여행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득해도, 다음번 여행은 함께 갈 수 없다고 협박을 해도 소용이 없을 때가 많았어요.

그러다 어느 여행지에서 아이의 장난감 쇼핑을 기다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못 견디게 지루하더군요. 몸이 배배 꼬여 시계만 쳐다보며 투덜거리다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아이도 이렇게 뭔가 강요당하는 여행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을요.

그 뒤로 우리 부부는 여행을 계획할 때 아이에게 미리 알려주고 의견을 물어보려 노력합니다. 아이가 하자는 대로만 할 수 없을 때는 설득이나 협상을 하는데요, 그런 단계를 거치면 확실히 여행 중 실랑이를 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라고요. 그렇게 해도 여행지에서 돌연 아이의 생각이 바뀔 때가 있는데요, 대화를 해보면 아직 어린아이이지만 싫고 좋음의 이유가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은 비단 여행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저에게는 아이를 좀 더 잘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고, 아이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좋은 훈련이 되어주었거든요.

◇ 아이의 독립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여행은 아이의 독립성을 키워주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캐리어를 사주고 직접 책임지도록 하는데요, 아이가 자신의 캐리어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때는 부모의 짐이 하나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역할을 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아이가 직접 멜 수 있는 배낭을 주고 장난감만 직접 챙기게 했는데요, 처음에는 커다란 인형이나 베개를 가져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더니 본인도 불편했는지 이내 단촐하게 챙기는 법을 터득하더라고요.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좀 더 키워주지 못한 게 많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 나이 때 아이는 "내가 할래"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때마다 저는 조급한 마음에 원하는 만큼 기회를 주지 못했거든요. 초등학생이 된 지금은 오히려 스스로 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그때 왜 기다려 주지 못했을까, 더 후회가 되나 봅니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는 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항상 안전을 염두에 두어야 할 텐데요. 언젠가 바다 한가운데에서 스노클링을 하다 아이가 빠르게 멀어져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지인이 있었습니다. 바다는 보이지 않는 조류가 센 편이고 아이들은 발차기에 미숙해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린 아이와 스노클링을 할 때는 바다로 나가는 호핑 투어보다 어른의 발이 닿는 해변 가까이에서 하는 것이 안전해요.

얼마 전에는 테마파크의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아이를 목에 태우다가 목 디스크가 파열됐다는 지인도 있었는데요. 어느새 묵직해진 아이와 그동안 급격히 떨어진 자신의 체력을 가늠하지 못해 생긴 참사였지요.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도 무리하게 일정을 짠 여행에서는 꼭 누구 한 명이 탈이 났었습니다. 여행은 수월해졌지만 새로운 체험에 나서는 만큼 사고에 대한 대비만큼은 더 철저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이 때인 것 같아요.

행복한 여행의 추억을 위해 첫 번째로 챙겨야 할 것은 안전입니다 ⓒ송이진
행복한 여행의 추억을 위해 첫 번째로 챙겨야 할 것은 안전입니다 ⓒ송이진

마냥 아기일 것 같은 아이가 어느덧 쑥쑥 자라 귀엽고 재미난 여행 친구가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아이 5~7살 사이에 가장 많은 여행을 했고 즐거운 추억도 많이 쌓았던 것 같아요. 아이가 초등학교만 가도 여행의 패턴이 또 달라지는데요, 지금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 소중한 여행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세요. 그 기억들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두고두고 행복함으로 남을 겁니다.

*칼럼리스트 송이진은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하는 19년차 방송인이자 50여 편의 광고를 찍은 주부모델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매년 4~5회의 해외여행, 다수의 국내여행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아이와 해외여행 백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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