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도 아이 없으면 "비정상적인 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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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11.01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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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여성민우회 토론회 ‘난임에 대한 다른 상상 : 무엇이 위기인가?’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관철동 파고다어학원 종로센터 이벤트홀에서 토론회 ‘난임에 대한 다른 상상 : 무엇이 위기인가’에서 "더 이상 재생산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분명히 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지난달 30일 토론회 ‘난임에 대한 다른 상상 : 무엇이 위기인가’에서 "더 이상 재생산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고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낙태율을 반으로만 줄여도 출산율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

2009년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말이다. '낳지 않을 것'을 강조해오던 대한민국은 저출생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출산 장려’로 인구 정책 방향을 틀었다. 이와 함께 난임치료 지원도 확대됐다. 지난달 24일부터 1년 이상 동거를 지속한 사실혼 부부도 난임치료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그에 비해 난임치료와 보조생식술이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협소한 차원에서만 논의가 이뤄졌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난임치료와 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관철동 파고다어학원 종로센터 이벤트홀에서 토론회 ‘난임에 대한 다른 상상 : 무엇이 위기인가’를 주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인구정책 차원에서 추진됐던 난임부부지원사업을 여성의 재생산건강권·기술과학적·사회적 측면에서 쟁점과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행사 사회를 맡은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이 자리가 혹시 당사자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 낙인을 만들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선택도 공백 상태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사회 구조와 맥락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며 “난임지원정책을 둘러싼 기술·산업·국가 정책 등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로 이해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난임 보는 시각 변했지만, 여성 건강권은 '아직'

2008년부터 난임여성과 인터뷰를 진행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경례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강사는 ‘난임부부 지원정책에 대한 페미니즘 개입전략 모색을 위한 소고’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강사는 “10년 전에는 난임과 난임 시술 이용 사실을 두려워하고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과거에 없던 난임 휴가도 생기고 시술비 지원 사업과 함께 의료보험 적용도 시작됐다”며 난임치료를 바라보는 인식이 10년 사이에 빠르게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성 스스로도 엄마가 되지 않으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나, 가족 구성원 안에서 아이를 낳지 않으면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며 사회적 분위기를 대비해 설명했다.

김 강사는 “난임치료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도 생기고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아이 낳기 전부터 쓰기도 한다”며 “출산을 위해서 비의도적으로 경제적·사회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임여성은 출산권 때문에 정신적·사회적 건강권이 침해되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 김 강사는 “‘이게 문제니까 빨리 계몽해야 한다’는 방식은 옳지 않기 때문에 난임여성들의 건강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출산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가장 먼저 “난임부부 지원정책은 이성애적 부부에 한하며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져야 한다”며 다양한 가족형태를 보장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의료 가이드라인과 강제적인 법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강사는 “난임 내지는 보조생식술을 둘러싼 담론을 살펴보면 난임을 극복해야 할 질병, 체외수정술은 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적인 기술로 그린다”며 “이 시술과정에서 '임신·출산율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만 연구되고, 여러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강사는 “평가기준에서는 시설 장비, 전문인력 충족 건수, 이식 건수, 체외 수정 가이드라인 준수여부 정도만 파악한다”며 “이것만으로는 1차적으로 강제성이 없고 가이드라인 안에 들어간 항목들만으로 제대로 된 불임클리닉 관리감독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난임지원사업심의위원회 구성에 젠더 감수성을 높이고, 난임관련 상담센터를 의료기관 외부에 설치하는 것을 제언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30일 서울 관철동 파고다어학원 종로센터 이벤트홀에서 토론회 ‘난임에 대한 다른 상상 : 무엇이 위기인가’를 주최했다.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민우회는 30일 서울 관철동 파고다어학원 종로센터 이벤트홀에서 토론회 ‘난임에 대한 다른 상상 : 무엇이 위기인가’를 주최했다. ⓒ한국여성민우회

 ◇ “낳는 문제에 촘촘하게 개입해온 국가, 출산장려 개념 재고해야”

이어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 노새 씨는 ‘저출생 위기 담론 속에서 위기에 처한 여성의 권리 찾기 : 난임부부지원사업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표를 진행했다.

노새 씨는 “현행 모자보건법은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도구로 전제하는 한계가 있고 인구 조절 필요성에 호명되는 것은 매번 여성이었다”며 “정부는 지자체별 인구 증감을 감시하는 등 국민의 낳는 문제에 국가가 촘촘하게 개입해왔다”고 정리했다.

“낳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낳지 않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지원은 삭제됐다”고 말한 노새 씨는 “결혼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이가 없으면 모두 난임부부가 된다”며 “모호한 정의는 모든 이성애 기혼 커플에게 ‘비정상적인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불안을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질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난임의 질병화는 임신하지 않은 여성에게 치료로 문제해결에 서두를 것을 압박하고 여성은 난임 시장에 들어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노새 씨는 김경례 강사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정상가족을 욕망하지도 않고 꾸릴 수 없음에도 정상가족에만 지원하는 것에서 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난임치료를 지원받는 부부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점에도 개선을 요구했다. “기술은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지만 어떤 시점에 그만둘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가 없어 국가가 ‘몇 회 지원한다’는 사실이 중단의 마지노선이 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노새 씨는 “출산장려 정책 개념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생률은 전반적인 지원 변화없이 오르지 않고 모성을 강조하면서 낙태를 막거나 하는 등의 단편적인 방식은 실효성이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아기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집중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난임부부지원사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담당자도 참석했다. 정우진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검증된 의료정보를 제공하자는 제안은 공감한다”면서도 “난임정보를 제공하는 게 국가의 의도가 있는 게 숨어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어 난감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사무관은 지난해 개소한 ‘중앙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언급했다. 정 사무관은 “직접 지원하는 제도는 만들 수 있지만 간접지원 제도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여성을 출산 도구로 바라본다는)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인정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난임시술 지원을 받지 않고도 건강히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혹은 당사자가 난임시술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고민 속에 결정하도록 하는 가이드 마련 등 국가 차원에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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