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오늘부터 포크를 쓰기로 결심했다
아빠는 오늘부터 포크를 쓰기로 결심했다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9.11.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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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집단에 유연히 맞서고 다양성 꽃피우는 '관종'이 되련다

우리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면 소외되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나이가 가장 어린 31개월 둘째다. 눈치가 빠르고 총명한 녀석은 언젠가부터 자신을 제외하고 가족 모두가 젓가락을 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포크를 주면 던져버리고, 언니가 쓰던 교정용 뽀로로 젓가락이 성에 차지 않는지 오직 엄마와 아빠가 쓰는 젓가락만을 요구한다.

고집에 못 이겨 준 젓가락과 씨름하는 녀석이 마냥 귀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빠의 신기한 젓가락 놀림을 따라 하다 보니 음식물은 사방팔방으로 튀고, 젓가락은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저녁 식탁의 여유로움은 사라지고, 아빠는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가족은 모두 젓가락을 쓰는데 자기만 포크를 쓰는게 싫다는 둘째. ⓒ문선종
가족은 모두 젓가락을 쓰는데 자기만 포크를 쓰는게 싫다는 둘째. ⓒ문선종

둘째의 젓가락질은 나에게 ‘집단주의’의 복선으로 다가왔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집단 속의 나와 타인을 스스로 비교하는 것 말이다. 집단이 중심이 되는 사회는 아시아 국가, 특히 우리나라의 중심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서구권 문화에서 'Last Name'으로 쓰는 성을 우리는 'First Name'으로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나’보다는 ‘가문(집단)’을 우선시하기에 비롯한 현상이다. 옛날부터 혈연, 지연, 학연이 있으면 사회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그래서 ‘집단’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던 문화는 우리의 DNA에 뿌리 깊게 각인돼 있을 것이다. 

◇ 개인주의는 외로움 아닌 집단의 폭력 깨는 '하나의 발걸음'  

첫째 서율이도 요즘 고민이 많다. 자신을 제외하고 친구들이 댄스학원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율이는 요즘 인기 있는 춤을 같이 추자고 나를 일으켜 세운다. 서율이에게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끼리 춤을 출 때 혼자 가만히 서 있는 상황이 퍽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또 다른 무리는 서율이에게 다가와 “너 구구단 할 줄 알아? 못하지?”라고 말하며 애 속을 긁어놨단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라 선행학습을 한 것이다. 사교육이 우월감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면서 서율이의 가슴에 화살로 날아올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린 친구들의 문화 속에서도 ‘집단’의 기운이 느껴진다. 다 같은 어린이집 친구들 중에서도 같은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라 이건가?

이처럼 우리는 집단 속에서 개인의 매몰을 종종 경험한다. 개인주의 사회의 구성원은 집단주의 사회의 구성원보다 행복도가 높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집단 속에서 개인의 생각과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최근 혼영, 혼술, 혼밥과 같은 문화를 ‘외로움’으로 마케팅해 관련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집단에서 탈피해 행복을 찾는 개인주의 담론을 ‘외로움’이라는 감성팔이로 전락시키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히려 개인주의는 ‘집단 속에 염증을 느껴 흐려져 가는 자아를 찾기 위한, 집단의 폭력을 깨는 하나의 발걸음’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개인주의가 꽃피우는 것은 바로 다양성의 생태계다. 지금은 집단에서 개인을 넘어 다양성의 시대로 가고 있다. 

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이 수업시간마다 늘 하시던 말이 있었다. 바로 “지방방송 꺼!”라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앙방송 시대가 아니다. 지방방송의 시대다. 우리는 다양성이 폭발하는 사회 속에 놓였다.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가 아니다. 이제 모난 돌은 정을 깨트린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크리에이터(Creator, 창작자)들은 집단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다양성의 DNA가 집단주의 속에서 단련되고 있다. 그래서 툭하면 “너 관종이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 말은 아마도, 개인주의의 다양성에 샘이 난 집단의 질투가 분명하다.

◇ 집단주의에 당당히 맞서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아빠는 '관종'이 되기로 결심했다 

예비 초등학생인 첫째. 이 아이를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학교에 보내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 또래문화에 들어가면 ‘남들이 하는 것’을 쫓아가며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런 고민으로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거나 홈 스쿨링(Home-Schooling,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것)을 고민하는 몇몇 부모들도 만났다. 이들은 대부분 공교육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었다. ‘집단’에 속하지 못했을 때 뼈저린 소외와 무기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집단주의 프레임을 웃어넘기고, 오히려 집단주의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본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집단의 힘에 유연히 대응하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면서도 ‘관종’스러운 부모. 그래, 일단 오늘 저녁 밥상에서 나 혼자 포크를 써야겠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으며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고,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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