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코로나블루' 탈출 버튼을 만들자!
지금 당장 '코로나블루' 탈출 버튼을 만들자!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20.03.26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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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아빠는 너희들의 불안탈출 버튼

재미있는 고전연구가 있다. 노동자로 구성된 사람들을 A와 B그룹으로 나누고, A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옆방에서 소음이 들릴 것이라고 알려줬다. 만약 소음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경우 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소음이 사라질 것이라 전달했다. 그리고 B그룹에게는 아무런 정보도 전달하지 않았다. 실험은 어떻게 됐을까?

A그룹은 소음이 나도 아무런 문제없이 작업을 진행했다. 더불어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B그룹도 A그룹과 동일한 소음을 들으며 작업했다.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아주 큰 차이를 보였다. A그룹은 소음에도 불구하고, 소음이 나지 않은 날과 마찬가지로 생산성이 같았지만 B그룹은 소음이 나지 않은 날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작업 중 실수를 했으며 노동자들이 스트레스 증상을 호소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버튼’이다. A그룹은 버튼을 누르면 소음의 상황이 없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핵심 두 가지, 예측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 중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같은 상황이라도 충분히 더 잘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하는 '버튼'을 만들자

버튼만 누르면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우리는 B그룹과 일맥상통한다. 상황을 통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 요인은 증가하고,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모르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버튼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내 자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빠진 사람, 햄릿의 “To be or Not to be(사느냐, 죽느냐)"와 같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사람, 혼란한 순간에도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 등 소진 직전의 사람이라면 반드시 버튼을 만들어야 한다.

버튼이라고 해서 뭔가 큰 이벤트가 아니다. 내가 이번 주를 버틸 수 있는 것은 금요일 휴가라는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정말 힘들고 지친다면 ‘가족돌봄휴가’라는 버튼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직장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가슴에 사직서를 품고 사는 것도 버튼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A그룹과 같이 버튼을 누르지 않겠지만 그 버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실존의 탈출구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한다. 이 버튼은 불안과 위협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만들어준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스스로 버튼을 만들 수 없는 취약계층의 경우는 정부가 나서서 버튼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당장 생필품을 살 돈이 없어 마스크는 사치라고 말하는 어느 조손가정의 절심함 속에 과연 고립감과 불안함을 탈출할 수 있는 버튼이 있을까?

정부와 지자체가 하루 빨리 긴급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B그룹의 노동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듯 버튼이 없는 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촘촘히 마련해야만 한다. 

◇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자신의 '버튼'을 가지고 있을까?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의 에너지로 집을 키즈카페로 만들어보았다. ⓒ문선종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의 에너지로, 집을 키즈카페로 만들어보았다 ⓒ문선종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극심한 불안이나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버튼을 가지고 있을까? 아이들은 스스로 그런 장치들을 마련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의 불안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버튼은 바로 부모다.

야외활동이 없다보니 주체할 수 없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풀어주기 위해 비행기를 태워주다 첫째의 발에 밟혀 갈비뼈가 부러졌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잠깐 밖에 나갔다가 둘째 킥보드의 뾰족한 모서리에 찍혀 손등에 피가 나기도 했다.

지금 대한민국 많은 부모들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육아 줄다리기로 피로감이 높을 것이다. 아이들의 에너지 총량은 야외든 실내든 변하지 않기에 감당하기도 버겁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할 수 없다. 부모를 통해 에너지를 분출하는 행동이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이 A그룹의 사람들처럼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도 그래도 잘 자라고 있는 것은 부모라는 든든한 버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가가 나의 갈비뼈라도 미소 지을 수 있다. 주변의 모든 부모들에게 힘내라고 응원해본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 시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고,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지금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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