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아닌 ‘개방’으로 아동학대 막는 보육 선진국
CCTV 아닌 ‘개방’으로 아동학대 막는 보육 선진국
  • 기고=김영명
  • 승인 2019.11.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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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고문
스웨덴의 영유아교육기관인 푀르스콜라에서 유아반의 적응과정 중 일과에 참여하고 있는 부모들 ©김영명
스웨덴의 영유아교육기관인 푀르스콜라에서 유아반의 적응과정 중 일과에 참여하고 있는 부모들 ©김영명

“한국에는 어린이집에 CCTV가 있다면서요? 왜 어린이집에 CCTV가 있는 거죠?”

2015년 여름, 스웨덴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그곳 원장이 의아한 듯 물었다.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할 필요도 없고, 설치한다는 발상도 쉽지 않은 보육선진국의 원장에게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도 궁색하고, 우리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것도 낯 뜨거운 일이었다.

2019년 9월에 비영리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에서 실시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 제안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등하원 시 대다수의 영유아를 인수인계하는 장소에 대해 부모, 교사, 원장, 모두 어린이집 현관을 60% 이상으로 가장 높게 응답했다.

20% 정도만 인수인계 장소로 등하원 시 부모에게 실내를 개방할 수 있는 장소인 보육실(사물함이 있는 곳)로 응답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등하원 시 일상적으로 실내를 부모에게 개방하는 것이 아동학대의 예방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부모는 효과가 있다는 응답이 79.7%로 나타난 데 비해 교사는 46.3%, 원장은 50.8%로 나타나  부모와 원장, 교사 간에 견해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어린이집에서 인수인계를 하는 장소에 따라 아동학대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응답에 차이가 나타났다.

부모의 경우 등하원 차량을 이용하거나 어린이집 현관에서 인수인계를 하는 경우 70%대에서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데 비해, 보육실에서 인수인계를 하는 경우 88.4%가 효과가 있다고 응답해 매우 높은 비율로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교사의 경우에는 더 큰 격차가 나타났다. 현재 등하원 차량을 이용하거나 어린이집 현관에서 인수인계를 하는 경우 35%~40%대에서 보육실에서 인수인계를 하는 것이 아동학대 예방 효과가 있다는 응답이 나타난 데 비해, 보육실에서 인수인계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효과가 있다는 응답이 73.1%로 나타났다.

◇ “한국에는 어린이집에 CCTV가 있다면서요? 왜죠?”

조사 결과를 보면 이외에도 영유아를 보육실에서 인수인계 하는 경우 등하원 차량을 이용하거나 어린이집 현관에서 인수인계를 하는 것에 비해 운영위원회가 더 활성화되고 부모와의 소통도 원활하며, 평소 어린이집에서 자녀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어린이집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보육실에서 인수인계를 하는 경우 다른 장소에서 인수인계를 하는 경우에 비해 견학도우미, 일일교사 등 부모가 일과에 참여하는 개방프로그램 또한 더 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이 등하원할 때 개방된다는 것은 학교처럼 등하교가 일정한 시간에 일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전에 등원이 이루어지고 오후부터 저녁까지 하원을 하다 보면 거의 하루 종일 개방을 하게 되므로 다양한 측면의 개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등하원 시 어린이집 실내를 일상적으로 개방함으로써 개방성을 높이고 부모와의 소통과 참여를 강화해나갈 수 있으므로, ‘등하원시의 일상적 개방’은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부모와의 신뢰 관계를 강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 생각된다. 특별한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지 않아 효율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가 어린이집의 실내까지 들어감으로써 실내를 개방하는 것은 단지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인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을 공동으로 양육하고 있는 가정과 어린이집은 어린 영유아에게 엄마 아빠와 같은 존재이다. 가정과 어린이집이 불신하고 감시하는 관계가 지속된다면 그 사이에 끼어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것은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차원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CCTV의 설치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사와 원장도 60% 이상이 동의한다고 응답했지만, 궁극적으로 부모와 어린이집의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해나가는 데 긍정적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교사와 원장 모두 30%대에서만 ‘그렇다’고 응답하고 있다.

등하원 할 때 보육실 앞까지 들어오는 부모들 ©김영명
등하원 할 때 보육실 앞까지 들어오는 부모들 ©김영명

◇ CCTV 없는 보육 선진국, 부모의 교실 출입은 자연스런 일상

부모가 영유아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생활 전체를 자연스럽게 접함으로써 영유아가 생활하는 상황을 공유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부모와 어린이집이 관계의 본질을 회복한다는 데 보다 큰 의미가 있다.

어린이집에서는 부모의 의견을 수용하고 부모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운영을 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모에게 운영의 개선에 대해 건의를 하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확한 상황을 잘 모르는 채 부모의 입장에서만 건의를 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 실제 상황에서는 제안을 수용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원장과 교사는 부모의 적극적 참여를 오히려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다보니 운영위원회가 조직돼 활동하고 있으나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부모가 상황을 잘 모르다보면 내 입장에서, 좀 더 나아가면 내 아이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고 그러한 생각을 어린이집에서는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함께 많은 상황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며, 하루에 아침저녁 아이를 등하원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환경과 생활을 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부모가 아이들과 교사가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나 여건을 정확히 알고 제안을 하는 경우 부모의 제안은 실제 상황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교사나 원장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경우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대다수의 보육선진국에서는 등하원 시 자연스럽게 실내까지 개방해 보육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데, 등하원 시 부모가 실내까지 들어갈 수 있는 일상적 개방이야말로 부모 참여 활동이 거창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아도 양질의 보육과 내실 있는 부모 참여의 밑받침이 되는 것이다.

◇ 등하원 시 실내 개방은 신뢰와 협력관계 구축에 더 큰 의미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등하원 시에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실내까지 들어오고 어린 영아반에서는 아이들이 편안하게 놀고 생활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보육실에 머무른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이 요구한 것은 보조 인력의 충원이었다.

부모가 실내까지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교사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제안한 것이다. 그 당시는 넉넉하지 않은 재정에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 당시 부모들의 제안이 고맙게 생각된다.

원장과 교사는 최선을 다해 어린이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공동으로 양육하는 부모의 마음과 생각, 지혜가 더해진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원장과 교사만이 아니라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동반자인 부모들이 같은 마음으로 제안을 하고 지혜와 힘을 더해준다면 얼마나 더 큰 힘이 될까?

교사와 원장, 부모는 얼핏 이해를 달리하는 듯 보여도 사실상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를 함께하고 있다. 따라서 본질이 그러하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각자는 협력을 원하고 협력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보육 상황의 공유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 협력을 위한 전제조건이 미흡함으로 인해 협력보다는 자신들의 입장과 생각 속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부모와 보육교직원 사이에 따뜻한 마음이 오가는 보육, 아이들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일상 속에 부모와 보육교직원의 소통과 배려가 있는 보육,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부모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하고 많은 부모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는 보육은 생각만으로도 마음 든든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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