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보러 갔다가 '광고왕국' 보고 왔다?
겨울왕국 보러 갔다가 '광고왕국' 보고 왔다?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9.12.0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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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영화관 #겨울왕국2 #유아콘텐츠 #유튜브 #유아동영상 #유아광고 #광고수위 #영화등급 #연령제한

겨울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나 설날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렛 잇 고(Let it go)’ 한 번 안 들어 본 사람 없게 한 그 영화, 2014년 개봉 이후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디즈니의 걸작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후속작인 ‘겨울왕국2’가 개봉하면서 극장가는 아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중이라고 한다. 어쩌면 예견돼있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한글도 모르는 우리 아이도 영어로 된 겨울왕국 주제가를 따라 부를 줄 알고, ‘엘사’나 ‘안나’라는 이름과 친숙하니 말이다. 결국, 우리 아이의 첫 영화관 나들이는 대세에 따라 ‘겨울왕국2’로 결정됐다.

마침내 극장 안이 어두워지고 이제 막 영화가 시작되려나 했는데, 기다리는 영화는 나오지 않고 다른 영화의 미리 보기가 먼저 등장했다. 영화관에서는 영화 시작 전 개봉 예정작의 예고편, 광고, 간단한 안내(비상시 탈출구 위치, 영화 관람 예절 등)를 트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지만, 아이와 함께 극장은 처음 가는 것이라 잠시 그 순서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아이들도 함께 보는 전체관람가 영화 앞에 어린이 콘텐츠가 아닌 다른 영상이 나올 리 없다고 믿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전체관람가 '겨울왕국2'에 붙은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광고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나온 영화 예고편과 광고들은 평소에 내가 최대한 아이가 접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했던, 자극적인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것들이었다. 지나치게 폭력적이라거나, 선정적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청소년 관람 이상의 내용과 영상이었다. 심지어 미리 소개된 영화는 이미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작품이었다.

집에서 TV로 봤다면 그렇게까지 당황스럽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관은 어쩐지 TV보다는 좀 더 대중적이고 공적인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 불쾌감이 더했다. 유아들도 함께 보는 전체관람가 영화에 청소년 관람 이상 등급의 영화 예고편을 버젓이 내보내는 것을 보면서, 시청자 연령 제한을 둔 의미조차 무색해 보였다. 이후 10분 가까이 흘러나오는 광고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무리 아이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자극적인 영상을 조심하고 걸러낸다 하더라도, 아이는 눈 뜨는 순간부터 수많은 광고와 영상을 마주하고 있다.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책,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 수많은 순간을 부모가 일일이 필터링할 수도 없고, 아이가 전혀 보지 않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그런 것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영화관에서는 정말 실망했다.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릴 수도 없이 오로지 스크린만을 주시하게 만든 환경에서 연령 제한 이상의 콘텐츠 노출은 마치 무언의 폭력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터링 없는 콘텐츠 노출! 전체관람가 영화를 보러 간 극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상미
필터링 없는 콘텐츠 노출! 전체관람가 영화를 보러 간 극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상미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아직 미숙한 어린아이들에게 마구잡이식으로 광고나 영상 등의 콘텐츠를 보여준다면, 이것은 우리 아이들의 정서와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선례에서, 또 많은 연구와 결과에서 부정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영상 관계자들도 이미 잘 알고 있을 테지만 ‘겨울왕국’이 워낙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영화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변명할 것인가.

영화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좋은 작품을 보고 난 뒤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아직 어리지만 무리해서 아이와 함께 한 영화관 나들이었는데….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일어난 ‘작은 사건’ 때문에 상영시간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제는 작품 선정뿐만 아니라 배급을 하고 상영을 하는 과정에도 수위와 제한을 둬야 하는 것은 아닐는지…. 보다 건전한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특히 아이들이 보는 콘텐츠라면 더욱 강화된 검열이 필요할 것 같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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