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위주 국회 바뀌어야… '엄마에게 비례대표' 적극 공감"
"남성 위주 국회 바뀌어야… '엄마에게 비례대표' 적극 공감"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12.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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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를 지난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나 '엄마정치', 당사자 정치의 필요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를 지난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나 '엄마정치', 당사자 정치의 필요성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민식이법’을 언급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관심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슬픈 이야기지만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자녀의 이름을 내주신 건데… 감히 그 이름을 우리가 부르는 게 맞는지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야당에선 관심이 없다고 봐요.”(정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민식이법’, ‘하준이법’ 등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의 이름을 딴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이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던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을 만나 ‘엄마정치’, 당사자 정치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 의원은 ‘민식이법’과 관련해 “선거법이 통과돼도 자유한국당 의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뭐가 두렵고 불안해서 아이들 안전과 관련된 법안이 통과 안 시키는 건지"라며, "(통과시킨다고) 자유한국당 의원들 월급이 깎이나, 지지율이 떨어지나… 선거를 앞둬서 협상카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16번을 받았다. 지난 10월 11일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직을 승계받아 20대 국회 끝자락에 합류했다. 1983년생인 정 의원은 20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최연소 의원으로, 16개월 된 자녀 둔 엄마다. 지난 10월부터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있다.

8월에 비례대표 승계 연락을 받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아이 어디 맡기나"였다는 정 의원. 그는 "20~30대여도 그 상황에 놓이지 않은 사람은 모르더라, 제 또래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 국회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인터뷰 초반에 털어놨다.  

◇ “국회, 엄마가 정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유치원 3법’, ‘민식이법’, ‘하준이법’과 관련해, 정 의원은 “당사자가 여러 명 있어야 해요. 10명이 모여야 법안을 발의할 수 있고 20명이 모여야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습니다. 혼자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안 들어줘요. 청년도 최소 30명, 최대 50명은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요. 30대 이하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회에 여성이 없지는 않았지만 ‘엄마정치’가 왜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을까. 그것은 국회 구성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대 국회 국회의원 평균연령 55.5세, 남성 비율 83%, 평균 재산 41억 원. 이번 국회 30대 여성 국회의원은 3명,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엄마가 정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엄마를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아요.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고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법안을 만드는 대표성이 있어야 합니다. 여성이 (국회의원이 될 수 없는 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죠. 일단 들어오면 능력 입증은 어렵지 않다고 봐요.”

정 의원은 여성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리는 데 초반에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300명 국회의원 중 17%의 여성 국회의원이 있고, 이 가운데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실제 지역구 당선한 여성 의원은 10%도 안 된다.

“지역구에서도 험지가 아닌 여성이 출마해 역할을 하고 승리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해야 여성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어요. 국회가 양성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돼야 합니다. (여성이 많이 합류하면) 남성 위주의 국회 문화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2017년 만들어진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장하나 전 공동대표(19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는 ‘엄마정치’, 당사자 정치를 위해선 ‘정당에서 엄마들에게 비례대표 주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적극 공감했다.

“젊은 여성들이 (국회에) 들어와야 해요. 저희 당에서는 (총선을) 열린 경선으로 합니다. 선거인단도 국민이 뽑아요. 정치하는엄마들도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요. 국민이 뽑는 거니까요.”

◇ “육아휴직 남녀 공동으로 3년씩… 장기적 관점에서 방향 제시한 것”

정은혜 의원은 생활법안 12가지를 제안했다. 1호 법안인 '라떼파파법'은 육아휴직 대상 자녀 나이 8세→10세로 2년 연장,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현행 1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정은혜 의원은 생활법안 12가지를 제안했다. 1호 법안인 '라떼파파법'은 육아휴직 대상 자녀 나이 8세→10세로 2년 연장,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현행 1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정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8개월. 국회의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두루 다 경험하고자 전방위로 뛰고 있다. 최근 정 의원은 국회 상임위 예산소위에도 들어갔다.

“제가 예산심의에 가보니 (나라에) 돈이 없지 않아요. 애들 밥 먹이는 건 그렇게 큰돈 들지 않습니다. 어린이집 급식비, 돈 많이 들지 않아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달라 그런 것이지 실제로 예산 없지 않습니다.”

국회 중간에 합류해 국회를 외부인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 좋다는 정 의원은 상시적으로 상임위원회가 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여·야가 모여서 상시적으로 발의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열려야 해요. 20대 국회 법안 통과율이 30%가 안 되는 걸로 압니다.”

정 의원은 법안 처리와 관련해 “국회에 와서 놀란 건, (법안에) 반대가 없다는 건 강력히 지지하는 사람도 없다는 거더라고요. 모두가 동의하는 ‘조두순법’도 반대가 없는데 실제로 찬성도 많지 않아요. 국민도, 국회의원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처리가 안 돼요”라고 말했다.

정책을 만들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싶어 국회의원이 된 정 의원은 특별히 생활법안에 관심이 많다. 국회 들어오기 전 두 달 동안 승계를 기다리면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법안 12가지의 발의 준비를 마쳤다.

대표발의 법안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육아휴직 대상 자녀 나이 8세→10세로 2년 연장,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현행 1년 이내에서 3년 이내로 연장)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가정양육수당 어린이집 표준보육비용에 상당하는 비용으로 지원토록 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아동·청소년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에 의한 성적 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 현행 5년 이상 유기징역→7년 이상 유기징역,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행범죄를 범한 때 ‘형법’에 따른 형 감경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다.

정 의원은 1호 법안으로 낸 ‘라떼파파법’과 관련해 “육아휴직도 남녀 공동으로 3년씩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그 외 법안에는 ▲미혼모 출생신고 공개 유예제도 ▲양육비 국가지급 및 구상권 제도 ▲1인 가구 안전 및 범죄예방 ▲공무원 시험 영어 과목 폐지 ▲청소년 참정권 확대 ▲청년 및 신혼부부 임대 및 분양 우선배정 ▲피해자 중심의 스토킹 방지법 ▲인터넷 악플 근절 ▲공공주택 층간 갈등 해소법 ▲약물 및 음주 범죄 가중처벌법 등도 있다.

특히 정 의원은 미혼모들의 현실에 관심이 많다. 정 의원의 아버지는 20여 년 동안 미혼모들에게 생활공간을 마련해주고 자립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정 의원도 어린 시절부터 미혼모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알고 있어 미혼모 출생신고 공개 유예제도 등 법안을 마련하고 토론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미혼모들과 소통하고 있다.

◇ “아이도 같이 키우고 일도 같이 나가 하자”

정 의원은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주 52시간 근무제’는 꼭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정 의원은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주 52시간 근무제’는 꼭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정 의원은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가부장제 자체가 남성에게 족쇄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제 아이도 같이 키우고 일도 같이 나가 하자고 권한다.

“당연한 것을 위해 싸워야 해요. 우리 세대 남성들이 그렇게 자라지 못했어요. 우리 아이가 보고 자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미래 세대는 (아빠가 하는 것들을) 보고 자라면 남자가 당연히 (육아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될 겁니다. 여자들은 과거에 아이 키우던 시간을 떼서 일하고, 남자들은 일하는 시간을 떼서 아기를 보면 그게 가족을 위한 겁니다.”

정 의원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역할은 뭘까. 그는 “알고는 있었지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잠자고 있던 사회적 문제(유치원 문제, 아동 안전 문제 등)를 이끌어내 선도해서 이끌어 가는 것”이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국회 와서 보니 이슈가 있으면 정책과 법이 쏟아져요. 청와대 청원에 올라오고 대통령이 얘기하면 따라갑니다. 패턴이 그래요. 관심이 사라지면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아요. (법안을) 발의했던 의원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다른 이슈가 터지면 옮겨가기만 해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을 준비하는 총선기획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 의원은 끝으로 "30대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지만 30대 이하, 태어나지 않은 아이까지 미래 세대를 대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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