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1. "거주지 인근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서 계약금 날리는 셈치고 취소할까 했는데 밥값도 50% 부담해야한다고 계약서에 있어서 놀랐네요. 이게 맞나요?"
#2. "돌잔치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저희 지역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양가 어른들도 이 시국에 초대하는 거 민폐 아니냐는 말씀 하시고 문자 오고 난리네요. 취소하려고 (돌잔치) 업체에 전화했더니 계약금 20만 원도 줄 수 없고 전체 식비와 지불하지 않은 돌상비용을 합한 금액의 20%를 위약금으로 내라고 하더라고요."
#3. "돌잔치가 2월 말로 예정돼 있고 1월 31일에 취소 통보를 했는데 계약 상 취소시 계약금 포함 총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약 70만 원 정도 되는데요. 찾아보니 불공정 거래 계약 무효일 수 있다는데 가능할까요? 아니면 업체 말대로 다 지불해야 하나요?"
코로나19의 확산세로 각종 행사나 모임이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면역력이 취약한 유아가 주인공인 돌잔치 취소나 연기와 관련한 분쟁이 늘고 있다.
20일 현재 포털 사이트에 '코로나 돌잔치'라고 검색하면 약 3000여 건의 게시글이 나온다. 대부분 돌잔치를 취소 또는 연기 해야하는지 의견을 묻는 게시글이거나 돌잔치 취소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돌잔치 장소 대여 업체의 계약금 환불, 위약금 등을 두고 불만을 쏟아내는 글이다.
◇ 코로나19로 소비자 상담 급증…"62.7%는 돌잔치 관련"
실제로 한국여성소비자연합에서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예식 및 외식서비스 관련한 소비자 상담을 분석한 결과, 최초 1번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부터 2월 6일까지 접수된 상담 건은 모두 707건으로 전년 동일기간 162건보다 약 4.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707건의 상담사례 중 460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행사를 취소, 축소, 연기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접수되는 상담 건의 행사 종류로는 돌잔치 관련 상담이 443건(62.7%)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결혼식 135건(19.1%), 각종 생일모임 46건(6.5%) 순이었다.
예식 및 외식업 관련한 소비자불만 상담 707건 중 위약금 과다가 가장 높은 270건(38.2%)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취소 기준에 대한 문의가 187건(26.4%)로 나타났다. 취소 기준에 대한 문의는 주로 위약금의 기준에 대한 문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행사 취소 시 위약금 부과가 정당한 일인지, 사업자의 귀책사유인지, 소비자의 귀책사유인지에 대한 문의였다. 소비자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기준여부에 대한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권고 사항일 뿐…법적 효력 갖게 해야"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마련해 권고하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돌잔치와 관련한 외식서비스업(연희시설 운영업)의 분쟁 유형은 사업자의 사정으로 인한 것과 소비자의 사정으로 인한 계약해제로 나뉜다. 그 중 소비자의 사정으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를 보면 사용예정일로부터 1개월 전에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금을 환급 받을 수 있다. 사용 예정일로부터 7일 전에 계약을 해제한 경우는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고 사용예정일로부터 7일 전 이후에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금 및 총 이용 금액의 10%를 배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말 그대로 '권고 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은 갖고 있지 않아 시장에서의 혼란은 크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베이비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분쟁해결기준은 권고 사항이며 약관보다 우선하지 않는다"며 "다만 약관이 현저하게 부당한 것으로 보일 때는 소비자원을 통해 분쟁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권고 사항에 그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약하다. 이번 기회에 좀 더 강력한 효력을 갖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분쟁해결기준 또한 세분화해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외식서비스업의 경우는 계약금뿐 아니라 보증 인원 등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은 "이번 사태에서 소비자 뿐 아니라 사업자들도 혼란을 느끼고 있다. 어디까지가 계약 위반인지,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현장의 혼란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사업자나 소비자 누구의 책임도 아닌 상황에서 일어나는 분쟁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사무처장은 "현재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참고하고,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소비자상담센터인 국번없이 1372를 통해 도움을 받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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