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문 닫을 판"… 외국인 부모-어린이집 '아우성'
"코로나19로 문 닫을 판"… 외국인 부모-어린이집 '아우성'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0.02.20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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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원 못해도 보육료 내야 하는 외국인들 '줄퇴소' 선택… 어린이집 경영난 호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자녀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는 부모들이 많다. 텅 빈 어린이집 신발장 모습.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자녀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는 부모들이 많다. 텅 빈 어린이집 신발장 모습.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휴원하는 어린이집이 많다. 휴원하지 않더라도 감염을 걱정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보는 부모들도 있다. 정부는 보육료 지원을 약속했지만, 외국인 밀집지역에 위치한 어린이집들은 운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현재 정부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0~5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가정에 자녀 연령에 따라 보육료를 바우처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은 원아의 출석일수가 부족하면 부모 부담금이 발생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감염 우려로 아동이 결석하더라도 출석으로 인정하고 보육료 전액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보육료 지원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정돼 있다. 외국인 가정의 경우 보육료 지원 없이 전액 부모가 부담해왔다.

문제는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는 외국인 부모들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업상태에 놓인 이들이 많다는 것. 이들은 보육료 지원도 없고 수입도 끊겼기 때문에, 자부담으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어 퇴소를 선택하기도 한다.

서울 구로동에서 28개월 아이를 키우는 중국동포 김설국(가명, 중국 국적) 씨는 19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설 지나고 코로나19가 확산돼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내고 있는데 부부가 다 일을 못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현장일 하는 남편도 일을 못 하고 저도 아르바이트로 나가던 일자리조차 당분간 나오지 말고 쉬라고 해서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3월부터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언제부터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일자리도 찾아볼 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역시 중국 국적을 가진 중국동포 오정혜(가명) 씨도 19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하루 일하고 사흘 쉬고, 출근하더라도 일하는 시간도 줄어서 급여 차이도 크게 나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어 집에서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도 자부담으로 보육료를 내거나, 아니면 어린이집 퇴소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오 씨는 “어린이집에 안 가더라도 (부모가) 보육료를 내야 한다”면서, “(차라리 퇴소를 택하는 가정이 많아) 어린이집에서도 교사 인건비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안내받았지만 형편이 안 되니 서로 난처한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 민간어린이집 "특별자금 지원 필요"… 보건복지부 "법적 근거 없어"

오 씨의 말처럼 이 같은 문제는 이들 가정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외국인 가정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 영등포구 등에 위치한 민간어린이집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등원 또는 퇴소로 보육료 수입이 줄어 경영난으로 이어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한 지역 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장지혜(가명) 회장은 직접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했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A 어린이집은 80명 원생 중 28명이 외국인 가정인데 이 중 10명이 보육료를 못 내는 상황이고, B 어린이집은 84명 중 미등원 또는 퇴소 아동이 39명이었다. 또 C 어린이집은 37명 원생 중 미등원·퇴소가 23명이나 됐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외국인 가정 자녀들이 어린이집을 나오지 않거나 그만두면서 보육료를 받지 못해 교사 인건비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보육료를 내라고 독촉하면 (아동이) 퇴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강요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회장은 "이례적인 재난 상황인 만큼 정부가 특별자금이라도 풀어서 도와주면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는 "지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19일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외국인 가정 자녀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아동이 어린이집에 등록되고 하루라도 다니면 국적에 관계없이 아동 1인당 기관보육료가 보조금으로 지원되고 있어 아예 지원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관보육료 지원금액은 만 0~2세 연령에 따라 다르다. 「2020년 보육사업안내」에 따르면, 정부지원 어린이집을 제외한 민간·가정·직장·협동 어린이집 중 만 0~2세 아동 또는 장애아를 보육하는 어린이집에 기관보육료를 지원한다. 1인당 지원 금액은 만 0세 50만 원, 만 1세 27만 2000원, 만 2세 18만 4000원.

하지만 전제는 '아동이 하루라도 어린이집에 출석해야' 기관보육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지금처럼 외국인 가정 아동이 등원을 하지 않거나 퇴소한 상황에는 기관보육료도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어린이집에서는 재난 상황에 대한 특별지원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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