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 물이 몸 속으로’ 가정용 전해수기 안전 논란
‘락스 물이 몸 속으로’ 가정용 전해수기 안전 논란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4.03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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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분사 형태 전해수기, 위해성 평가 없이 무분별 사용

【베이비뉴스 김윤정 기자】

“소독제를 분사하는 방법은 흡입할 위험이 있다. 소독액을 천에 적신 후 표면을 닦아줘야 한다.”

환경부가 세부지침으로 전한 차아염소산나트륨의 안전한 사용법이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질병관리본부가 희석해 소독하면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밝힌 소독제 중 하나다.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락스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정보에 따르면,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입, 인두, 식도, 위의 염증 및 구토성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피부 접촉 시 수포 발진 및 피부염을, 흡입 시에는 호흡곤란 및 폐부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런 락스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무분별하게 뿌리는 상황이 일반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서 최근 소비가 부쩍 늘어난 가정용 전해수기가 바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전해수기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을 파헤쳐봤다.

◇ “전해수기 분사 시, 락스 물 성분 흡입 위험 있어”

소금과 수돗물을 더해 전해수기로 만든 살균수는 생활용품의 소독, 손과 발의 살균, 가정 청소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대다수의 전해수기가 뿌리는 형태로 제작돼 락스 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흡입할 위험이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소금과 수돗물을 더해 전해수기로 만든 살균수는 생활용품의 소독, 손과 발의 살균, 가정 청소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대다수의 전해수기가 뿌리는 형태로 제작돼 락스 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흡입할 위험이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초미세 안개 분사”
“미세분사, 장거리 분사”
“거주 공간 안에 골고루 뿌려주세요”
“전해수를 원하는 곳에 뿌린 후 닦아주세요”

전해수기 업체들이 설명하는 전해수기 성능 및 사용법이다. 업체들은 전해수기로 만든 살균수를 뿌려 먹거리를 세척하고 육아 및 생활 용품을 닦고 애완동물 살균 등에 사용하라고 홍보하고 있다. 분사력에 대해서는 ‘강력하다’, ‘미세하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락스 희석액을 분사해 사용하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것처럼, 소금과 수돗물로 만든 전해수기의 살균수 역시 마찬가지다. 소금과 수돗물을 더해 전해수기로 만드는 살균수와 락스 희석액의 조성이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전해수기 업체들은 분사 시의 주의사항보다는 살균 및 소독 효과를 강조한다. 전해수기는 대부분 분사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이에 대한 위해성 평가 역시 이뤄지지 않아 안전성 문제가 남아있다.

환경부는 세부지침을 통해 “차아염소산나트륨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락스, 곰팡이제거제 등에 주로 쓰이는 물질이다.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사용 직전에 찬물에 희석해야 하며, 피부, 눈,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한 보건용 마스크 등 보호 장비를 갖추고 사용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지난달 유한락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감염병 예방을 위한 안전한 살균소독법’ 게시글에서도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 희석액을 분무했을 때의 유해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게시글에 따르면, 살균소독제를 의도적으로 에어로졸화 시키면 분무 과정에서 호흡기로 흡입할 수 있고, 분무한 살균소독제는 본인이 흡입할 우려도 있다.

해당 게시글에서는 “락스를 부주의하게 분무하면 표면에만 묻어있던 감염성 물질이 공중으로 비산할 수 있다. 그 결과, 공기 중에 에어로졸화된 살균소독제와 감염성 물질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 공기 중에 떠도는 살생물제와 감염성 물질 중 무엇이 더 건강한 신체에 위해할지 알 수 없다”고 적혀있다.

이처럼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살균제 및 소독제는 분사해서 사용했을 때 호흡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락스 업체 관계자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주성분인 락스를 희석해 분사하면 미립자가 호흡기로 들어갈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뿌리는 락스를, 입자가 흩어지지 않게 거품 형태로 만든 것도 그 이유”라고 말했다.

◇ 소금과 물로 만든 전해수기 살균수, 결국 락스 물

락스의 주성분이 차아염소산나트륨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윤정 기자 ⓒ베이비뉴스
락스의 주성분이 차아염소산나트륨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윤정 기자 ⓒ베이비뉴스

전해수기는 수돗물에 소금을 넣고 전기 자극을 가해 살균수를 만드는 제품이다. 전해수기를 판매하는 A업체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수돗물만 넣어 제조 시 차아염소산이, 소금과 수돗물을 넣어 제조하면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제조된다”고 설명했다. B업체 역시 “수돗물로만 만든 전해수는 차아염소산, 소금이 들어가면 저농도 락스와 비슷한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고 답했다.

한 전해수기 판매업체는 지난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락스의 주요 성분 역시 차아염소산나트륨인데, 물에 희석해 사용해야해 적정 농도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전해수기는 안전 농도의 살균수를 즉시 만들어내기 때문에 높은 안전성을 보인다’는 문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C업체는 락스와, 전해수기로 만든 살균수를 성분과 제조 단계 차이를 근거로 다르다고 주장하면서도, “소금을 첨가해 만든 살균수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주를 이룬다”며 만들어졌을 때의 최종 성분이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는 점과 소금의 사용, 전기분해 방식에 대해선 유사성으로 언급했다.

해당 업체는 “락스는 염소가스를 NaOH 수용액에 녹여 안정화한 것으로 pH가 12 이상으로 매우 높다. 전해수기로 제조한 전해수, 특히 수돗물만 이용해 제조된 pH가 약 7 부근인 전해수는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는 락스가 아니다”란 설명도 덧붙였다.

C업체의 설명과 같이 수돗물로만 제조된 pH 약 7 부근의 전해수는 일반 소비자가 생각하는 락스는 아니지만, 소금물을 이용해 제조한 전해수는 락스 물(차아염소산나트륨 수용액)이라 할 수 있다. 락스의 원액이 pH12 이상이더라도 락스를 사용할 땐 원액이 아닌 희석액을 사용한다. 식약처가 고시한 적정 농도(200ppm 미만)인 200ppm으로 희석할 때 pH는 소금을 첨가해 만든 전해수의 pH와 비슷해질 수 있는 것이다.

유한락스의 설명도 참고가 된다. 유한락스는 지난달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실제로 유명 기기(전해수기)를 구해서 내부 테스트한 결과 최대 200 ppm 수준의 유한락스 희석액과 유사한 상태를 조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해수와 락스 물이 동일하다는 출처는 식약처 정의에서도 나온다. 식품첨가물 공전에 따르면, 차아염소산나트륨(NaClO)은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것을 말하며 식염수를 전기분해의 방법으로 얻어지는 것도 포함한다.

식약처의 식품용 살균제 현장 가이드라인에서도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일명 ‘락스’라고 불리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염소계 살균제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식품용 살균제이며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품용 살균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락스의 주성분이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는 점과, 소금과 수돗물로 만든 전해수기의 살균수가 차아염소산나트륨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두 제품 모두 염소계 살균 성분의 유해성으로 인해 주의해 사용해야하고, 전해수기로 제조한 수용액에는 향료나 계면활성제가 없어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위험한 것이다.

◇ “유해성 알지 못하면 위험,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교훈 얻어야”

수돗물만으로 전해수를 제조하는 전해수기 업체의 사용설명서. 수돗물만으로 제조한 살균수와, 수돗물에 소금을 첨가한 살균수의 성분을 비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수돗물만으로 전해수를 제조하는 전해수기 업체의 사용설명서. 수돗물만으로 제조한 살균수와, 수돗물에 소금을 첨가한 살균수의 성분을 비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가정용 전해수기는 대중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소관부처는 따로 없다. 이로 인해 전해수기는 전기용품으로 분류되고, 흡입에 대한 안전성 검사도 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서야 환경부가 전해수기에 대한 분무 형태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용역을 발주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유통 상황 조사 후 사용자들의 사용 행태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전해수기는 스프레이 형태이기 때문에 흡입 시의 위해성 평가와 노출량에 따른 위해성, 물질의 유해성 등을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해수기가 살생물 제품에는 해당이 된다. 살생물 제품은 승인유예기간 내 승인을 받아야 제조 및 수입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전해수기의 관리가 어려웠지만 흡입 독성 등에 대한 분무 형태의 안전성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해수기로 생성되는 살균수 역시 관리되는 곳이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전해수기를 이용한 살균수는 공산품인 기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전해수기에서 생성되는 물은 식품위생법에 해당이 되지 않아 개인이 판단해야한다”고 전했다.

최예용 사회적참사특조위 부위원장(환경보건학 박사)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유해성을 알지 못해 일어났다. ‘알지 못한다’는 걸 ‘위험할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해야하는데,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전해수기 성분이 호흡기에 노출돼 유해할 수 있다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분사하는 형태의 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위해성이 확인돼야하는데, 위해성이 확인되기 전이라도 위험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면 일단은 사용을 중단하거나 스프레이 형태가 아닌 천 등에 묻혀서 닦아내 사용하는 등의 안전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정부부처에서 하루빨리 위해성을 확인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화학 성분 분석 및 도움말, 자료 조사 협조 = 유아용 화학제품 성분분석 서비스 ‘맘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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