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둘째가 태어난 지 벌써 9개월이 흘렀다. 2012년 1월. 둘째가 태어나고 처음 엄마와 떨어져 자던 26개월 첫째. 출산 후 병원에 있던 이틀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와 잤는데 너무 울어서 산후조리원으로 옮기고 나서는 하루 종일 할아버지 할머니와 놀다가 잠은 산후조리원으로 와서 자던 기억이 난다. 매일 아침 할아버지를 따라 산후조리원 문을 나서던 첫째 딸.
며칠 전 둘째 딸이 폐렴으로 입원하고 남편은 2박3일 교육, 어머님께서는 4박 5일 교육을 가셔서 월, 화, 수 3일간 아버님께서 첫째 호야의 육아를 담당하셨다. 제일 걱정됐던 것은 과연. 할아버지와 저녁에 울지 않고 잠을 잘까 였다. 결과는, 울지 않고 잤다. 아버님께서 호야가 엄마 아빠가 보고 싶지 않도록 하루 종일 함께 도토리도 줍고, 밤도 줍고, 호야가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 틀어주시느라 좋아하시는 티비 프로그램은 한 개도 못 보시긴 했지만 결과는 울지 않고 잤다는 것이다. 9개월 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
매일 병원으로 나와 둘째 축복이를 보러 와서 갈 때면 “엄마, 나 보고 싶어도 울지 말고 있어~”라고 하며 차를 타고 의젓하게 가던 호야. 그런 호야를 보며 기특하면서도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손톱 물어뜯기를 시작하고 아빠는 자기꺼, 엄마는 동생꺼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첫째. (둘째 출산 후 외출을 해도 첫째는 남편이 전담한다. 어린이집도 출근할 때 함께 가서 퇴근할 때 데리고 온다.) 유난히 엄마를 밝히는 둘째 때문에 하루 종일 둘째를 안고 산다. 가끔 첫째가 둘째 손가락을 꽉 깨문다. 좋은 말로 타일러줘야 하는데 순간 화가 나서 엉덩이를 한 대 찰싹 때리고 만다. 아직 힘 조절을 할 줄 모르는 첫째라서 둘째를 과격하게 안거나 덮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놀면 괜찮은데 그러다가 둘째가 울기라도 하면 첫째에게 화를 내게 된다. 첫째는 다 알아듣고 둘째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라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이다. 첫째가 엄마에게 말을 해도 건성건성 듣고 내 눈은 둘째에게 가 있다.
둘째 출산 전.. 주변으로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첫째를 더 많이 사랑해주고 함께 울더라도 둘째보다는 첫째를 먼저 안아주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둘이 같이 울면 둘째를 안아줬고, 길가다가 첫째가 넘어져도 혼자 일어나라고 했다. 우리 호야도 아직 아기인데, 세 돌도 지나지 않은 아가인데, 엄마한테 응석부리고 안기고 싶어 하는 아기인데, 난 그런 아기가 어른이 되기만을 바랬나보다. 만일 동생이 없었더라면 호야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하며 지금처럼 혼도 많이 나지 않고 자랐을 텐데…. 호야는 아빠와 함께 오전 6시 반에 출근해서 직장 어린이집을 간다. 그리고 아빠가 퇴근할 때 오후 7시 함께 하원한다. 하루 종일 엄마와 떨어져서 있는 그 어린 것이 안쓰러워서 집에오면 정말 잘해줘야지 하다가도 집에 와서 떼쓰고 말썽을 부리면 그 마음은 언제 먹었나 싶을 정도로 사라져버리고 또 큰 아이를 혼내고 있는 날 발견한다. 잠든 첫째 얼굴을 바라보면 마음이 아프다. 아직 사랑받아야 할 아이인데 난 이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손톱을 한 달 동안 깍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물어뜯어 보기에도 아픈 손가락을 보며 화내지 말아야지.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 많이 안아줘야지 마음을 먹었다. 손톱을 물어뜯는 것은 아이에게 환경의 변화가 있거나 마음이 불안할 때 그런다고 한다. 동생이 태어난 데다 어린이집까지 가게 됐으니 아이에게 얼마나 스트레스였을까? 그렇게 하루 이틀이 가고, 화가 나도 꾹 참으며 많이 안아줬더니 이주일쯤 지났을까? 비록 엄지와 검지 손톱은 여전히 물어뜯기는 하지만 나머지 손톱들은 손톱깎기로 깎아줘야 할 정도로 자라났다. 너무너무 예쁘다며 새끼손톱에 살짝 매니큐어도 발라줬다.
혼을 내기 전 생각한다. 과연 이렇게 화를 내야할 일일까? 내가 기분이 나쁘지 않고, 일이 밀려있지 않고, 둘째가 울지 않는 상황이라면 첫째에게 이렇게 화를 냈을까?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나면 크게 화를 낼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매일 매일 물고 빨아도 아깝지 않을 우리 첫째. 엄마가 그동안 미안해. 호야는 아직 아기인데,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랬나봐. 철없는 엄마를 용서해줘. 앞으로 엄마가 더 많이 사랑해줄게!! 사랑해 큰딸!!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둘째가 있으면 첫째가 큰아이처럼 보이지만
왠걸요.
정말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