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자연주의 출산, 그리고 아들 셋…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늦둥이, 자연주의 출산, 그리고 아들 셋… 그 어려운 걸 해냈다 
  • 칼럼니스트 노미정
  • 승인 2020.05.21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은도서관과 함께하는 마을육아] 이른바 '노산' 엄마의 자연주의 출산기

“집에서 애를 낳는다고요?", "아직도 조산원이 있어요?”라며 묻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2020년. 지금도 집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이 있고, 조산원도 물론 존재한다. 나는 자연주의 출산으로 늦둥이 셋째를 낳았다. 그것을 결정하기 전 먼저 자연주의 출산으로 아이를 낳은 사람들의 생생한 출산기를 읽으며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그리고 셋째를 낳은 후 나도, 꼭 출산기를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 이야기를 공개한다.

◇ 출산을 '고통' 아닌 '행복'으로 기억하려, 나는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다

첫째와 둘째를 일반 산부인과 병원에서 자연분만으로 낳았는데, 아이와 만나는 순간이 행복보단 두려움과 고통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더 자연주의 출산으로 셋째와 만나고 싶었다. ⓒ베이비뉴스
첫째와 둘째를 일반 산부인과 병원에서 자연분만으로 낳았는데, 아이와 만나는 순간이 행복보단 두려움과 고통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더 자연주의 출산으로 셋째와 만나고 싶었다. ⓒ베이비뉴스

자연주의 출산은 의학적인 도움이나 간섭 없이 임신부 스스로 출산의 방법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회음부 절개, 관장, 제모, 촉진제, 무통 주사 등의 의료적 개입 없이 엄마와 아이가 중심인 출산. 탯줄도 아기를 낳자마자 자르지 않고 태맥(탯줄의 맥박)이 저절로 사라진 후에 자른다. 태반도 인위적으로 꺼내지 않고 저절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자연주의 출산은 자연주의 출산 전문 병원이나 조산원, 집에서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내가 사는 울산에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는 곳이 없었다. 첫째와 둘째를 일반 산부인과 병원에서 자연분만으로 낳았는데, 아이와 만나는 순간이 행복보단 두려움과 고통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늦둥이 셋째를 임신하고 먼저 '어디서, 어떻게, 출산할까'를 고민했다. 아이 둘을 키우며 우연히 자연주의 출산과 육아를 알게 됐는데, 출산의 방법을 엄마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랍고도 새로운 일이었다.

자연주의 출산 온라인 카페에서 출산기를 읽고, 관련된 동영상과 영상을 찾아봤다. ‘자연주의 출산보고서’,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등의 책을 읽으며 점점 더 자연주의 출산을 하고 싶었다. 엽산과 철분은 음식으로 섭취하고, 햇빛 쬐기로 비타민D를 공급받으며 되도록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임신과 출산을 준비했다. 산부인과와 조산원을 병행하다가 결국 막달에 자연주의 출산을 마음 먹으며 조산원에 가기로 결정했다.

예정일 4일 전 새벽 한 시쯤, 양수가 살짝 샜다. 두 시부터 15분 간격의 가진통이 시작됐다. 심장은 쿵쿵 뛰는데, 정신은 더 또렷해졌다. 미리 싸 놓은 출산 가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잠든 두 아이를 깨운 뒤 택시를 불러 부산의 조산원으로 향했다. 늦둥이의 출산 예정일이 가까웠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일러두곤 했다.

“동생이 언제 나올지 몰라, 혹시 새벽에 엄마 배가 아프면 아기가 나오고 싶다는 신호야. 그럼 엄마가 너희들을 깨워서 같이 부산 조산원에 가야 해. 자는데 깨운다고 짜증 내지 말고, 엄마 도와줄 수 있지?”

아이들이 그때 알겠다고 대답을 하긴 했는데. 조산원에 가자고 아이들을 깨우니 아이들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반쯤 감긴 눈으로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그러면서 도리어 내게 “엄마, 빠진 것 없이 잘 챙겼어?”라고 물어봤다. 아기가 택시에서 나오면 어쩌냐는 걱정도 했다. 주말부부로 거제도에서 생활하던 남편이 조산원으로 달려왔다. 우리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설렘과 긴장감을 가득 안은 채 늦둥이 막내의 탄생을 기다렸다.  

◇ 자연주의 출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순간, '오롯한 진통' 

조산원은 가정집 주택이었다. 우리 가족은 방에서 얘기를 나눴다. 새벽에 엄마를 챙겨서 와준 아이들에게 남편은 대견하다고 했고, 아이들은 울산에서 부산까지 오는 동안의 일을 재잘재잘 아빠에게 말했다. 얼마 뒤 아이들과 남편은 모자란 잠을 청하고, 나는 챙겨온 간식을 간단히 먹었다. 양수가 새고 있어서 활발하게 움직이진 못하고 눕거나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새벽 다섯 시쯤 됐을까, 아기의 움직임이 강해지며 진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진통의 파도를 타고 아픔이 올 때 출산공에 배를 의지하며 긴장과 이완의 호흡법으로 진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아가야, 우리 건강하게 만나자, 네가 나오고 싶을 때 나오렴.'

조산원 거실의 조명을 어둡고 은은하게 바꿨다. 조용하고 편안한 음악이 흘렀다. 바닥에 얇은 천과 방수매트를 깔고 그 위에 누워서 이제 아이가 나오는 길을 함께 준비했다. 조산원은 오롯이 우리 가족을 위한 공간이었다.

첫아이 출산 때 양수가 터져 유도분만 촉진제를 맞고 진통이 너무 휘몰아쳐서 힘들었다. 그 기억 때문에 둘째 때는 무통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셋째는 진통을 고스란히 겪는데도 신기하게 참을 만했다. 아이와 엄마의 호흡이 함께하며 아이가 내려오는 시간을 온전히 기다리는, 자연주의 출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었다.

조산원에서 방금 태어난 막내가 아빠 가슴에 누워있다(위). 11살 차이나는 형아와 눈맞춤하는 순간. ⓒ노미정
조산원에서 방금 태어난 막내가 아빠 가슴에 누워있다(위). 11살 차이나는 형아와 눈맞춤하는 순간. ⓒ노미정

초등학생인 두 아들이 양옆에서 내 손을 꼭 잡아줬다. 그렇게 진진통이 시작된 지 두 시간 만에 드디어 막내를 만났다. 탯줄이 연결된 꼬물거리는 아기를 배 위에 올려놓고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려줬다. 한참 뒤 아빠가 탯줄을 잘랐다. 아기는 아빠의 배 위에서도 한참을 누워있었다. 동생을 함께 맞이한 아이들은 연신 아기를 쳐다보며 웃고 신기해했다.

이렇게 나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됐고, 노산이라 걱정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주의 출산을 ‘해냈다’. 몸 회복도 빠르고 전보다 훨씬 건강해졌다. 여자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인 임신과 출산. 이것이 아픔과 고통의 순간이 아니라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임을 자연주의 출산을 통해 깨닫게 됐다. 출산은 당연히 병원에서만 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출산방법도 산모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함께 알았다.

◇ 작은도서관과 함께 마을에서 자라는 아이, "엄마, 도서관에 가고싶어"

셋째를 가졌을 때, 나는 아이 성별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선택할 수도, 결정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셋째 임신 후 산부인과도 혼자 다니다가 언젠가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주말을 맞아 집에 온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간 적 있었는데, 그즈음이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는 시기였다. 초음파검사를 하던 의사 선생님이 물으셨다.

"위에 자녀가 어떻게 되나요?” 

“아들만 둘인데요.” 

나의 대답에 선생님은 당황해하며 웃으셨고, 우리 부부는 그 웃음의 의미를 파악한 뒤 함께 웃었다. 나는 그렇게 아들 셋 엄마가 됐다. 출산 후 만나는 사람마다 “딸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가 힘들겠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 처음엔 웃고 넘겼는데, 이젠 당당히 말한다. 

“아이가 셋이라서, 늦둥이 육아가 즐거워서 꽤 할만해요. 준비 없이 엄마가 되고, 불안과 조급함 속에 아이들을 키웠던 예전보다 지금이 훨씬 좋네요.”

작은 도서관에서 일하며 막내를 가졌고, 출산 전까지 매일 그곳에서 일하고 사람들을 만났다. 뱃속에서부터 들었던 도서관 이모들의 목소리,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 아이는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엄마를 따라 유모차를 타고 다시 도서관에 가기 시작했다. 갈 때마다 예쁘다고 안아주고 환대해준 도서관 식구들 덕분에 어릴 때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지금 막내 아이가 자라는 걸 보면서 마을에서 부모 아닌 아이와 연결되는 어른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혼자보단 여럿이 어울려 키워야 덜 힘들고 더 즐겁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이 더 그리워지는 요즘. 사람은 오히려 더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몇 달 동안 닫혀있던 작은 도서관도 지난주부터 문을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는 오늘도 말한다. “엄마, 더불어숲에 또 가고 싶어. 또 가고 싶어.”

*칼럼니스트 노미정은 중학생 둘에 늦둥이 다섯 살까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울산 동구의 더불어숲작은도서관에서 친구들과 공동육아·마을공동체를 고민하며, 함께 읽고, 쓰고, 밥도 먹는다.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 우리가 오래도록 살고 싶은 마을을 위해 지금 나부터 ‘꿈틀’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8길 111 우명빌딩 2~4층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일 : 2010-08-20
  • 일반주간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10138
  • 등록일 : 2011-01-11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 (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Copyright © 2020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