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왜 동물은 말을 안 해"라고 묻는다면?
아이가 "왜 동물은 말을 안 해"라고 묻는다면?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0.06.3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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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아이의 세계와 관점을 확장하는 대화법

오래전, TV의 한 광고가 화제였다. 광고의 내용은 이러했다. 세상에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가 건넨 질문에 아빠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답을 한다. “바다는 왜 파래?”란 질문에 아빠는 “바다는 하늘의 거울이거든”이라고 답한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어떻게 숨을 쉬어?”라고 물었을 때 “아가미라고, 물에서 숨 쉬는 코가 있어”라고 설명한다. “나무는 왜 흔들려?”란 질문에 “그건 바람이 간지러움을 태우기 때문이지”라고 한다. 또, 아이가 “아빠, 비는 왜 와?”라고 하면 “나무가 목이 마를까 봐 구름이 물을 주는 거야”라고 하고, “왜 겨울엔 나뭇잎이 떨어져?”라고 하면 “옷 갈아입는 중이야. 나무는 봄에 새 옷을 입거든”이라고 답한다.

광고 끝부분에서는 아빠가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 딸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딸의 대답은 “사랑? 음…. 치킨 먹을 때 닭 다리 두 개 다 아빠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사전적 의미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경험하고 느꼈던 것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해 주관적으로 정의를 내렸을 뿐이다. 그런데도 뭔가 여운이 남는다.

아이와 부모가 나누는 질문과 대답은 아이의 세계관을 넓히고 고정관념을 없앱니다. ⓒ베이비뉴스
아이와 부모가 나누는 질문과 대답은 아이의 세계관을 넓히고 고정관념을 없앱니다. ⓒ베이비뉴스

언어는 사회적이고 주관적이다. 사전에 정의된 언어의 의미는 있지만, 그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속성과 주관적 영역을 모두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다. 사전적 정의를 통해 객관적인 기준만을 제시한다면 언어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인간과 인간의 삶은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만의 시각으로 정의 내리기를 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시각을 기를 수 있고, 나만의 세상을 구축하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나만의 정의 내리기’는 논리적 사고를 뒷받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만약 개념을 정의하지 않고 그 가능성을 열어두게 되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논리적 사고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정의 내리기 방식의 대화는 일상에서 부모와 아이가 자유롭게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정의 내리기 방식의 대화 과정은 ‘핵심 의미 도출-비유 대상 찾기-상징화하기’에 대입해 볼 수 있다. 우선, 아이와 함께 대화를 이어가다가 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대상이 생긴다면 그 키워드를 끄집어내어 핵심 의미를 추출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동물은 왜 말을 안 해?”라고 엉뚱한 질문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이 질문에서 ‘말’이라고 하는 핵심 키워드를 끄집어내어 ‘말이 뭘까?’라는 질문을 던져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그 단어의 핵심 의미를 도출한다.

만약에 ‘말이란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렸다고 치자. 다음에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의미가 무엇으로 비유될 수 있는지 서로 또 생각하면서 대화를 해본다. ‘신호를 보내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라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양한 비유 대상들이 나올 것이다.

그중에서 ‘리모컨’을 채택했다고 하자. 그러고 나서 이러한 의미와 비유들이 아이에게 어떤 상징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생각한 다음 아이에 처음에 던졌던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은 리모컨으로 신호를 보내듯이 말을 하거든”이라고.

이런 식의 표현을 통해 동물은 말을 하진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 서로 의사를 전달하면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다. 만약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동물들은 인두가 짧고, 후두와 혀가 거의 같이 있어 음성을 통해 말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은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2~7세 아이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대답이다.

이처럼 부모가 정의 내리기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다 보면 보다 확장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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