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교육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Lev Vygotsky)의 아동 인지발달 이론 중 ‘근접발달영역’이라는 것이 있다. 근접발달영역이란, 아이가 어떤 일을 수행할 때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 발달 영역(actual development level)’과 타인의 도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잠재적 발달 영역(potential developmental level)’ 간의 거리를 말한다.
비고츠키는 이 이론을 통해 '어른이 옆에서 아이를 도와주면, 아이는 혼자 할 때보다 더 어려운 일을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아이의 능력이 그만큼 확장된다'고 했다. 이렇게 아이가 더 높은 수준의 근접발달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대표적인 기술을 스캐폴딩(scaffolding)이라고 했다.
스캐폴딩은 협력자가 어떤 작업을 수행하는 학습자를 단순히 도와주는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없는 작업도 수행해 내도록 이끌어주면서 학습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길러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세발자전거만 타던 아이에게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칠 때, 아이 혼자 바로 자전거를 타게 두지 않는다.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팔꿈치와 무릎에 보호장비를 채우고 자전거에 태운 뒤, 뒤에서 자전거를 살살 밀면서 도와준다.
그러다가 아이가 균형을 잡고 나아갈 때 부모는 조심스럽게 자전거에서 손을 뗀다. 이를 알아채지 못한 아이는 여전히 부모가 뒤에서 자전거를 잡은 줄 알고 안심한다. 아이는 페달을 밟고 신나게 속도를 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아직 아이 혼자 할 수 없는 영역(A)이 있고, 세발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아이 혼자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영역(B)의 활동이 있다. 이 두 영역 사이의 간극(A-B)이 바로 근접발달영역이다.
실제적 발달 영역(B)에서 잠재적 발달 영역(A)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스캐폴딩이다. 그렇다면 스캐폴딩은 언제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스캐폴딩은 본격적으로 말이 느는 2~3살 아이의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표현한 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어휘를 알려주며 이런 상황에선 이런 언어를 쓴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게 하고 아이가 어휘력을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엄마, 우리 밖에 나가?”라고 아이가 묻는다면 “그래, 우리 ‘외출’하는 거야”라고 표현하는 것이 언어 발달의 스캐폴딩이다. ‘밖에 나간다’는 아이의 말에 ‘밖에 나간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어휘인 ‘외출’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는 ‘밖에 나가다’, ‘놀러 가다’, ‘나들이 가다’ 등의 표현은 ‘외출’이라는 단어로 바꿔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단어를 확장해 나간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아이가 “엄마 밥 맛있어”라고 말했다면 ‘밥’이라는 단어를 ‘점심’이라는, 더 높은 수준의 어휘로 바꿔 “오늘 점심이 맛있었구나?”라고 표현할 수 있다. 스캐폴딩 기법을 적용할 땐, 구체적인 것에서 점점 더 추상적인 것으로, 언어적 측면에서는 일상용어에서 전문용어로 발전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뇌가 언어에 맞게 신경망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른 시기에 아이가 언어적 환경에 노출되면 말을 쉽게 배울 수 있다. 어릴 때 이러한 환경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의 언어 능력 차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영향을 준다.
말을 잘 못하거나 언어 이해력이 늦은 아이는 글자를 익히는 것도, 읽은 내용을 이해하는 일도 더딜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독서 능력이나 청취 능력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스캐폴딩 기법을 적용해 아이의 언어 발달을 향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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