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렇게 미치도록 가지고 싶은 건 ‘아기’뿐이었어
살면서 이렇게 미치도록 가지고 싶은 건 ‘아기’뿐이었어
  • 최규화 기자
  • 승인 2020.07.1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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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 최가을 작가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임신의 순간까지, 모든 임신한 여성과 그 파트너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최가을, 아우름, 2020년)의 첫 문장. 책 전체를 대표할 만한 한 문장을 스스로 꼽아달라는 질문에 최가을 작가는 이 문장을 선택했다.

최 작가는 “비혼, 유자녀, 딩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기혼 난임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약 4년 동안 자궁 수술과 여덟 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지금은 15개월 쌍둥이를 키우고 있다.

“여덟 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라고 간단히 썼지만, 일곱 번의 기대와 일곱 번의 실망을 거듭하며 몸과 마음이 겪은 신산한 경험들은 한마디로 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 작가는 그 시간을 진솔하고 유쾌하게 기록했다. 무겁고 조심스러운 주제이지만, 결코 우울하거나 질척거리지(?) 않는 이야기.

“누구나 들어는 봤지만 누구도 잘은 모르는 난임여성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최 작가를 지난 6일 서울 중학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임신 12주 때부터 출혈 때문에 누워서 지냈어요. 시간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어떻게 견디나’ 해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사실 누워서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죠. 버려져 있던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블로그이웃이었던 편집장님이 보시고 책으로 출간하자고 연락하셨어요.” 

그래서 나는… 트림을 하면서 울었다. 내 의지로는 트림이 멈춰지지 않았다. 눈물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입으로 트림을 하고 눈으로는 눈물을 철철 흘리고… 놀라서 왜 우느냐고 묻는 신랑에게 단 한 마디도 못하고 울기만 했다. 입은 하나인데 트림과 설명을 동시에 할 순 없지 않은가.(63쪽)

- 글이 재밌습니다. 현실적인 반전으로 감동을 파괴(?)하는 것도 좋고요. 유쾌함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글을 쓰면서 너무 진지해질 것 같으면 저부터 닭살이 돋고 싫더라고요. 일단은 성격인 것 같아요. 너무 질척거리게(?) 쓰면 읽는 사람이 불편할 것 같아서 유머를 넣은 것도 있어요. 글을 쓸 때는 임신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과거의 감정과 거리두기가 가능했던 것도 이유겠죠. 난임치료 중에 썼다면 많이 달랐겠죠.”

◇ 누구나 들어는 봤지만 누구도 잘은 모르는 ‘난임여성’ 이야기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 삽화 일부. “시험관 하자.” ⓒ문학동네 제공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 삽화 일부. “시험관 하자.” ⓒ문학동네 제공

- 난임치료 중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경험의 연속’이라는 표현이 와닿았습니다.

“처음에 병원 갈 때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1년 안에 아기가 생길 거라고만 생각했죠. 병원에서는 내 몸의 주도권이 나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 주사를 맞으면 난자가 얼마나 생겨야 해!’ 인풋과 아웃풋만 생각하게 되고, 나라는 사람이 살아 있는 자궁으로만 기능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좀 있었어요.”

- ‘이래도 안 생기냐’ 하고, 아직 있지도 않은 아이까지 원망하던 시절이 있으셨다고요.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저도 궁금해요. 길에서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만 봐도 너무 부러운 거예요. 살면서 이렇게 미치도록 가지고 싶은 건 없었거든요. 사랑의 결실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를 성인으로 키워내는 과정, 그런 걸 겪어보고 싶었나 봐요. 명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포기가 안 됐어요.”

-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경험’만큼이나 ‘내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은 경험’도 많았더군요.

“그때는 출근을 오후에 할 때였는데, 아침에 무조건 로봇처럼 일어나서 발레 하러 갔어요. 운동도 하고 책모임도 하고, ‘시험관 시술’ 아닌 다른 걸로 내 일상을 이끌어가려고 안간힘을 쓴 거죠. 자연스럽게 취미를 즐기는 게 아니라 ‘우울한 생각 들 틈 없이 계속 딴 거 해야지’ 라고 하루 종일 바쁘게 산 거예요.

그러다가 저녁이 되면 하루 종일 눌러놨던 우울함이 폭발하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저녁까지 하다가 기력이 다하면, 남편만 기다리는 거죠. 남편이 얘기를 잘 들어줬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견디지 말고 난임상담센터를 가봤으면 좋았을 텐데…. 저는 그렇게 못했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청소기가 옷방에 있는 거 진짜 이상하지 않아? 으헝헝…”(통곡 시작) 남편은 우선 티슈를 뽑아주고서는 그냥 날 안아줬다. 입장 바꿔서 나였다면 ‘내 마누라가 미쳤나’ 싶었을 텐데 남편은 별말이 없었다. 한바탕 눈물 폭풍이 지나가자 내 입에서 나온 말. “오빠, (청소기가 옷방에 있는 것보다) 지금 내가 진짜 이상하지?”(72쪽)

◇ “‘마음 편하게 가지라’는 소리, 그 말이 정말 싫었어요”

- 회사 일을 하면서 병원을 다녀야 해서 좀 어려움이 있었겠습니다. 갈등이 가장 깊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회사에서 수술 미루라고 했을 때요. 그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동료들도 ‘맞아, 자궁 수술은 큰 수술이 아니라서 지금까지는 업무 스케줄에 맞춰서 대부분 미뤘어’라고 얘기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이전에 다른 사람들은 다 그렇게 했는데 저만 특별대우를 원한다고 봤을 수도 있겠죠. 그때 많이 섭섭했어요.

제가 직접 대체자를 찾아서 메꿔야 했으니까, 그때 본의 아니게 회사에 많이 알려졌죠. 그런데 나중에는 그게 오히려 편하기도 했어요. 주변 동료들이 다 아니까. 끝까지 회사에 말을 안 하고 시술을 받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만약 저도 그랬다면 계속 거짓말을 해야 했을 텐데, 그러면 너무 불편했을 것 같아요.”

- 난임여성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 ‘세상의 속 편한 소리들’이라고 표현하신 말에는 뭐가 있을까요?

“‘마음 편하게 가지라’는 소리죠. 그 말이 정말 싫어요. 마음으로 되는 일 같으면 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았겠죠. 그리고 ‘일 좀 쉬고 자연스럽게 오기를 기다리라’는 말도 싫었어요.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부러웠어요. 나는 이미 불가능이라고 생각해서 의학의 힘을 빌리려고 다음 단계로 온 건데.

또 ‘애 키우느라 힘들다’는 얘기는 제발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제는 아기를 키워보니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는 가지만, 그런 말은 아기 있는 친구들끼리 좀 나눴으면 좋겠어요. 그때 나는 애 키우느라 힘든 게 대체 뭔지 정말 느껴보고 싶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 반대로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말들은 어떤 것이었나요?

“옛날에는 누가 힘들어하면 무슨 말이라도 해서 이 사람을 위로해줘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 말을 할지’보다 오히려 ‘어떤 말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더 많이 생각해요. 힘들어하는 사람이 앞에 있을 때 입을 여는 것보다 다물고 있는 게 낫다는 생각. 그 시절 저를 대하는 가족들을 보고 배운 것 같아요.

가족들 모두 고마운데, 특히 저희 엄마는 지금 보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어하셨더라고요. 그런데 그때는 힘들다는 말씀을 한 번도 안 하셨어요. 친구들 중에도 그냥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힘들겠다’ 하면서 이해해준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게 더 고마웠어요. 억지로 위로하려 하지 않는 것.”

- ‘소수가 된다는 것’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수의 눈으로 본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그게 책 전체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난임여성은 비혼도, 유자녀도, 딩크도 아니잖아요. 외로웠어요. 그러면서 ‘지금까지 내가 너무 편안하게 다수에 속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죠.

동성결혼 이야기를 담은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김규진, 위즈덤하우스, 2020년)라는 책이 있어요. 둘 중 한 분이 천주교 모태신앙인데, 명동성당에서 결혼을 하고 싶으셨대요. 저는 깜짝 놀랐죠. ‘명동성당에서 동성혼인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구나!’ 사실 그런 사람들은 지금까지 계속 있어왔어요. 제가 늘 다수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보지 않고 무신경하게 스쳐 지나온 것뿐이죠.

우리 부부도 천주교 신자인데, 그분 마음이 이해되더라고요. 천주교는 시험관 시술이 교리에 어긋난다고 여겨요. 그래서 저도 ‘내가 내 종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꼈거든요. 내가 누구든, 내가 믿고 의지하고 있는 신앙 공동체가 나를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분도 하지 않았을까요?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다 소수자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제일 하고 싶었어요.”

싱글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내가 쭉 다수에 속했기 때문에 소수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다수 집단에 있다는 건 곧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이상 소수의 입장을 모르고 산다는 것, 혹은 무신경해도 되는 특권을 거저 얻는 것이었다.(216쪽)

◇ “지금까지 내가 너무 편안하게 ‘다수’에 속해 있었구나”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 삽화 일부. “여보 아기가 왔어! 나 임신했어!” ⓒ문학동네 제공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 삽화 일부. “여보 아기가 왔어! 나 임신했어!” ⓒ문학동네 제공

- 혹시 제도적으로 ‘이런 지원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이 있나요?

“지금은 정부의 난임시술 지원 횟수에 제한이 있어요. 횟수 제한이 없었으면 경제적 부담이 좀 덜했을 것 같아요. 저도 지원 횟수를 다 써버려서 뒤에는 제 돈으로 다 했거든요. 천만 원 넘으면서부터는 셈하는 것도 화나서 얼마나 들었는지 기록도 안 했어요.(웃음) 그게 부담이 많이 됐어요.

공무원은 난임휴직이 있는데, 보통 직장인들은 난임치료휴가 3일밖에 없죠. 그것도 하루만 유급이에요. 그리고 돌이켜보면 저는 심리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던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독에 물이 새는데 손으로만 막고 있었던 거죠. 상담을 받을 기회도 조금 가까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병원에 처음 가던 날로 돌아가서 자신에게 한마디 해줄 수 있다면.

“각오를 단단히 해라. 너는 네가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모든 것들을 하게 될 것이다!(웃음)”

- 쓰면서 제일 신나고 즐거웠던 글, 반대로 힘들고 괴로웠던 글은 각각 무엇인가요?

“근종수술 이야기 쓰면서 재밌었어요.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았는데, 그럴 때 체면이고 뭐고 자신의 밑바닥이 나오잖아요. 적나라한 모습을 글로 쓰면서 ‘내가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존재였구나’ 생각했죠.(웃음)

직장 얘기는 쓸까 말까 오래 고민했어요. 필명으로 책을 낸 이유도 그 때문이고요. 저보다 먼저 임신한 동료를 축하해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쓰는데, 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미안하기도 하고요.”

- 누군가에게 이 책을 ‘강제로’ 읽힐 수 있다면 누구에게 읽히고 싶으세요?

“세상 속 편한 소리 하는 사람들요.(웃음) ‘당신 주변에 이렇게 말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번 읽어주세요’라는 의미로요. 잘 안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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