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 속 세상에 사는 아이들, 얼마나 막막할까요
‘재난영화’ 속 세상에 사는 아이들, 얼마나 막막할까요
  • 기고=조자영
  • 승인 2020.08.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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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자영 굿네이버스 방화2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팀장

지난 18일 국회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아이들은 안녕한가?’ 아동참여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자영 굿네이버스 방화2종합사회복지관 사례관리팀장은 ‘복지 현장에서 바라본 코로나19 사태 속 아이들의 생활’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그의 토론문을 베이비뉴스 지면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코로나19 사태는 아이들의 일상도 송두리째 바꿔놨다 ⓒ베이비뉴스
코로나19 사태는 아이들의 일상도 송두리째 바꿔놨다 ⓒ베이비뉴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어느덧 6개월이 흘렀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6개월이란 시간은 우리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렸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부문 전반이 코로나로 인해 큰 혼란을 겪었고,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관련 뉴스들은 각종 매체에서 범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뉴스 가운데 아동학대, 개학연기, 온라인 개학 외 코로나19 사태가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게 다룬 뉴스를 발견하긴 힘들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의 문제를 왜 직접 아이들에게 듣고자 노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른들은 어른의 눈높이에서만 이들의 어려움을 관망한 듯해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 친구들과 뛰어 노는 것이 위험한 세상, 유례없는 온라인 개학과 원격수업이 이뤄지는 세상…. 그 어떤 어른도 경험한 적 없는, 재난영화에서나 볼법한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얼마나 두렵고, 막막할까요?

어른들은 마땅히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지만, 우리도 살면서 이 같은 상황을 처음 맞다 보니 아이들에게 이러한 세상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분명하게 제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어른들만 모여 논의하기보다는 어른과 함께 이 사태를 처음 직면한 아이들과 머리 모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보다 실제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동 관련 정책에는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 시스템이 하루빨리 구축되길 바랍니다.

◇ 어른의 눈높이에서만 아동들 어려움을 관망하지 않았나

저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굿네이버스 방화2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역사회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계속적으로 당면하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시도하는 중에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만 하더라도 복지현장은 이 재난상황이 이렇게 장기화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개학연기를 맞았던 당시, 아이들은 쾌재를 외쳤습니다. 부모님들은 이 상황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하며 아이들을 직접 보호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당시 어린이집, 방과후교실 등 보육시설에는 오는 아이들이 없어 텅텅 비는 상황이었죠. 지역 내 놀이터, 학교 운동장, 체육시설 등 아이들이 가득했던 공간은 적막감이 가득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아동의 놀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상황을 야기했습니다.

허나 하루 이틀을 넘어 한 달 넘게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지 않자 양육자와 아이들의 어려움은 극에 달했습니다.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되고, 집단적인 감염 상황이 속출하자 학교 개학 및 등하교 시기는 연기됐고, 아이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최근 아동권리보장원에서 한 조사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서 아동끼리 있거나 아동 혼자 지낸다고 응답한 경우가 조사에 응답한 아동 3000여 명 중 38%에 달했습니다. 하루에 3시간 이상 혼자 있는 아동도 전체 응답 아동 중 40%가 넘었다고 밝히기도 했죠.

맞벌이 부모, 한부모가정 보호자 및 경제적 어려움으로 경제활동을 쉴 수 없는 보호자들은 아이를 어디에서,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가정에 보호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와 보호자가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가정 내에서만 오랜 기간 머무르다 보니 아이는 아이대로,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스트레스가 높아져 갈등상황이 잦아졌고, 이는 아동학대 증가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게 되며 가정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어려운 아이들은 끼니를 거르는 위험한 상황도 속출했습니다.

◇ 아동정책에는 아동 의견 반영하는 게 당연한 시스템 구축되길

학교 개학 후에도 문제는 이어졌습니다. 현장에서 근무하며 경제적 어려움이 극심한 조손·한부모 가정 아동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이러한 가정은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 적응하는 것이 참 어려웠습니다.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 컴퓨터를 보유하지 않은 가정이 대다수이다 보니 화상수업을 참여하는데도 비교적 어려움을 겪었고, 경제활동으로 보호자가 부재하거나 보호자의 나이가 너무 많아서 디지털 기기 사용에 미숙한 아이들이 양육자의 도움을 받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복지관에서 사례관리 중인 한 조손가정 아동은 이번 해에 초등학교를 입학했습니다. 아이가 꿈에 그리던 초등학교 입학이었지만, 아시는 것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손자를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지만 경제적 어려움, 정보의 부족 등의 이유로 아이가 온라인 개학 상황을 적응하고, 또 수업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데 역부족이셨습니다. 아이가 온라인 개학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어려운 형편에도 스마트폰을 구입해줬지만, 이를 사용하는데 보호자와 아동 모두 서툴러 어려움을 겪었죠.

복지관에서는 이 아동에게 온라인 멘토링 사업을 진행해 아동이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돕고, 가정 내에서 안전하게 다양한 체험활동(요리, 만들기 활동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가 및 지역사회, NGO 등 복지체계가 제한된 상황 속에서 아동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역부족이라고 느낍니다. 앞으로 국가와 지역사회, 복지체계는 아이들이 현 상황에서 차별받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가의 미래인 아동에게 실제적인 코로나19 대응책을 만들기 위해 아동과 직접 소통하고, 아동의 눈높이에서 서비스 및 정책을 만들어가는 시도를 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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