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지 마세요, 당신에겐 ‘순산에너지’가 있답니다
놀라지 마세요, 당신에겐 ‘순산에너지’가 있답니다
  • 칼럼니스트 이하연
  • 승인 2020.09.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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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분만 사이, 이게 가장 궁금했어!] 애먼 걱정 말고 출산의 순간 맞이하세요

임신 막달 산모들은 하루하루 출산을 기다리며 여러 감정과 생각이 뒤섞이는, 오묘한 심리 현상을 겪는다. 이슬이 비치고 배꼽 아래쪽에서 사르르 한 느낌이 들며 출산 징후가 뚜렷해지면, 본격적인 출산 과정에 돌입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진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막달 검사에서 산모와 태아 모두 신체적으로 정상이고 자연분만 가능성이 크게 나온 데다, 실제로 아기가 엄마 골반 아래쪽으로 깊이 내려와 있거나 산모의 자궁경부가 부드러워지고 얇아진 상태라면 출산예정일 전에 자연진통이 잘 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럴 때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도 산모에게 “이번 주나 다음 주 중으로 낳겠어요”라고 말하지만, 실제 출산으로 일어나지 않는 때도 많다.

임신 막달 산모에게 가진통이 있는지 물어보면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밤만 되면 사르르 하는데, 아침이 되면 멀쩡해요.”

“운동할 땐 배도 많이 뭉치고 아래도 빠질 것 같고 진통이 막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인데 그때뿐이더라고요.”

◇ 산모의 마음을 지배하는 몸의 기억, 다시 몸을 지배하는 마음 

'나는 첫 출산도 아닌데, 왜 이렇게 두렵지' 산모는 잊어도 몸은 그때의 그 공포와 고통을 기억한다. 몸의 기억은 산모의 마음을 지배하고, 그 마음은 다시 산모의 몸에 영향을 끼친다. ⓒ베이비뉴스
'나는 첫 출산도 아닌데, 왜 이렇게 두렵지' 산모는 잊어도 몸은 그때의 그 공포와 고통을 기억한다. 몸의 기억은 산모의 마음을 지배하고, 그 마음은 다시 산모의 몸에 영향을 끼친다. ⓒ베이비뉴스

신체적으로 지극히 정상이고 출산을 위한 많은 조건이 충족되었음에도 결정적으로 진통이 걸리지 않을 땐 의료진과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누구보다 산모가 가장 난감하고 당혹스럽다.

산모가 출산할 때 이완과 호흡을 도우며 정서적으로도 보살펴주는 ‘둘라’로서, 임신 막달 산모가 얼마나 초조하게 진통을 기다리는지 깊이 공감하기에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는 이럴 때 산모와 긴 대화를 시도한다. 때론 신체적인 것보다 산모의 마음 상태가 출산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저 잘할 수 있을까요? 어느 출산기를 보니까 딱 제 경우더라고요. 첫째 낳을 때 진통이 와서 병원에 가는데, 차 안에서 너무 아파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병원 도착해서 정말 정신없이 낳았네요.”

이 산모는 자연분만으로 첫째를 낳았다. 그래서 둘째 출산도 무난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산모와 한참 대화를 나누다 보니, 초산의 경험 때문에 진통에 두려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마음 깊이 깔린 생각과 감정을 산모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전 출산의 기억은 다음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

초산모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출산후기를 보며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유독 부정적인 경험을 부각한다. 산모 마음에서 이런 부정편향이 강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평소보다 더 많이 분비되어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은 여성의 몸과 마음에 큰 부담이고 힘겨운 일이므로 정서적으로 심하게 흔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은 생각보다 꽤 복잡 다단해서 ‘모든 출산은 유니크(unique, 유례없음)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산모의 신체적 조건이나 임신 중 증상 등이 비슷해도, 출산 진행은 산모마다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출산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산모의 정서 상태가 아닌가 싶다.

초산이 힘들었던 경산모든, 다른 산모의 힘들었던 출산 경험이 마음에 크게 자리잡은 초산모든 진통 오기 전까지 불안을 떨치기 쉽지 않다. 출산 중 일어날 수 있는 안 좋은 상황이 자신에게도 일어날지 모른다고 무의식적으로 확신하게 된다. 그런 무의식이 진통을 막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둘라로서, 출산 예정일 다 되도록 진통이 없거나, 출산 중 진통이 사라지는 산모에게 조심스럽게 요청한다.

“산모님, 진통이 오는 걸 허용해주세요.”

◇ 출산의 공포 내려놓고 진통 허용해주세요… 곧, 아기가 나옵니다 

산모가 마음으로 진통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출산에서 중요한 일이다. ⓒ베이비뉴스
산모가 마음으로 진통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출산에서 중요한 일이다. ⓒ베이비뉴스

진통이 잘 온다고 자연분만에 성공할지 알 수 없지만, 산모가 마음으로 진통을 받아들이는 건 중요하다. 이 말은 어쩌면, 산모에게 더 큰 저항감과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도 산모가 큰 결심을 하고 “이제부터 진통 오는 거 허용해볼게요!”라고 말한다면, 거짓말 같은 일이 펼쳐진다.

마음의 변화는 곧바로 신체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일단 산모의 목과 어깨가 한결 부드럽게 풀린다. 저절로 깊게 숨을 들이 내쉰다. 앙다물었던 턱이 열리고, 바짝 말랐던 입술이 촉촉해진다. 얼굴의 혈색이 핑크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듯해지고, 손과 발이 따뜻해진다. 산모 심경의 변화가 신체적 변화를 불러오고, 마치 그에 호응하듯 배 속의 아기는 경쾌한 태동을 보이곤 한다. ‘내려놓음’이란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산모는 이제 아래쪽에서 찌릿찌릿함이 느껴진다고 말하고, 스스로 자세를 바꿔가며 출산에 최적화된 동작을 알아서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산모의 몸에 파도가 일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진통, 자궁의 수축과 이완이 규칙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진통은 그저 ‘아픈 것’이라고만 알고 있던 산모도 진통을 자연스럽게 왔다 가는 파도로서 자궁의 수축과 이완을 경험하기 시작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산모의 생각보다 진통의 파도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때문에 아픔과 신기함을 동시에 느끼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심정이 된다.

이때부터 어떻게든 출산을 해야겠다는 자신감과 각오가 생겨난다. 아무리 옆에서 둘라나 남편이 산모를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출산을 도와준다 해도 진통을 허용하고 겪어 내는 건 오롯이 산모의 몫이다.

더 진행되지 않을 것 같던 출산은 다시 흐름을 타기 시작한다. 나는 이 엄청나게 어렵고 힘든 관문을 통과해 낸 산모가 너무 예쁘고 고마워서 꼭 안아주고 싶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남은 과정이 있다. 진통이 규칙적으로 잘 오고 있으니, 이제 진통과 진통 사이에 찰나의 휴식을 취하는 요령만 익힐 차례다.

진통하는 동안, 즉 자궁이 수축하는 40~50초 동안 산모는 가장 편한 자세로 있다가, 자궁 수축이 풀리자마자 정리 호흡을 하며 턱, 어깨, 등, 허리의 힘을 풀며 충분히 이완한다. 그런 다음 할 수 있는 만큼만 심호흡을 반복하며 이완된 상태로 있으면 진통과 진통 사이 아주 훌륭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물론, 실제 진통에선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산모 곁에서 세심하게 챙겨주는 남편이나 둘라가 있다면 좀 더 수월히 해낼 수 있다.

◇ 임신 막달까지 잘 버텨낸 당신에겐 ‘순산에너지’ 충분합니다

임신 막달까지 잘 견뎌온 산모라면 누구나 순산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이 순산의 에너지를 모아 건강하게 아기를 만나자. ⓒ베이비뉴스
임신 막달까지 잘 견뎌온 산모라면 누구나 순산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이 순산의 에너지를 모아 건강하게 아기를 만나자. ⓒ베이비뉴스

몸이 아무리 준비된 산모라도 마음에서 진통을 허용하지 않으면 출산 진행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진통이 걸렸다가도 자꾸만 시동이 꺼지듯 출산 진행이 자꾸 멈추기도 하고, 자궁경부가 7~8cm까지 열렸는데 기나긴 소강상태가 지속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산모가 어렵사리 진통을 허용하겠다는 의식적인 다짐을 해낼 땐 극적인 출산 진행이 펼쳐지곤 한다.

이처럼 출산을 앞둔 산모 마음엔 역기능적으로나 순기능적으로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힘이 내장되어 있다. 나는 둘라로서 산모의 출산을 도울 때마다, 산모 안에 있는 마음의 힘이 좀 더 출산을 돕는 쪽으로 사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매번 한다.

상상임신도 실제 임신처럼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 줄이 선명하게 보이고, 생리가 멈추며, 심지어 배와 유방이 커지고, 유즙까지 나오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산모 마음의 힘이 자궁 수축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산모라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자각하며, 이왕이면 그 힘이 잘 사용될 수 있도록 생각의 방향을 잘 잡길 바란다.

임신 막달까지 잘 견뎌온 산모라면 누구나 순산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진통을 허용하고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때, 순산에너지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칼럼니스트 이하연은 대한민국 출산문화와 인식을 바꾸고자 자연주의 출산뿐만 아니라 자연 분만을 원하는 산모들에게 출산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로지아’에 다양한 출산 관련 영상을 올리며 많은 산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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