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작가가 쓴 어린이책… 무한한 '상상'의 매력
어린이 작가가 쓴 어린이책… 무한한 '상상'의 매력
  • 오윤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23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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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지난 11월, 마음은 따스한 방에서 책을 읽으며 오롯이 쉬고 싶지만 몸은 책방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겨울이 되었다. 며칠 전, 그림책을 읽고 숨은그림찾기 활동을 하던 원데이 클래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함께 치약 모양을 찾아볼까요?”

“선생님! 이거 물감 같기도 해요!”

“왜 그렇게 생각하니?”

“왜냐면 둘 다 모양이 비슷해서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왜 치약이 아닐까?”

“왜냐면 칫솔이 옆에 없으니까요!”

짧게 오간 대화에서 나는 머리를 얻어 맞은 듯했다. 매번 틀에 맞춰 좁은 내 시야에서만 생각을 했던 걸까? 지치고 힘들다는 핑계로 고마움을 잊은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 늘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아닐지 말이다.

어린이들에게 또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그림책을 소개한다. 그림책의 또 다른 매력과 재미를 더한 어린이들의 무한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그림책. 그중 따스한 겨울, 동물들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의 사랑이 가득한 그림책 세 권을 소개한다.

◇ 묘한 나의 고양이, 반려묘 두부를 소개해요!

나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새로운 집사에게 가게 되었다.

집사는 나를 보자마자 내 털이 하얀색이니 이름을 두부로 하자고 했다. - 본문 중에서

「나는 두부야!」 표지 ⓒ고래가숨쉬는도서관
「나는 두부야!」 표지 ⓒ고래가숨쉬는도서관

「나는 두부야!」(전우혁 글과 그림, 바람숲그림책도서관 기획, 고래가숨쉬는도서관 펴냄, 2019년)는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아기 고양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이 책은 강화도에 있는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어린이 그림책 작가 교실’에서 아이들 스스로 그리고 쓴 그림책을 엮은 시리즈 중 하나로, 실제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저자다.

그림책을 만들게 된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명료하다. 바로 ‘내가 고양이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고양이를 향한 애정 때문일까? 이 책은 아기 고양이의 시선에서 집사를 바라보는 사랑스러움이 가득하다. 이 책을 기획한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어린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점돌이가 생각이 났다. 점돌이는 바로 책방 뒤뜰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다. 책방을 준비하던 지난 겨울, 책방 옆에 터를 잡고 마주쳐도 도망을 안 가는 점돌이는 점박이가 많은 고양이다. 어느 날 출근하는 내게 생쥐를 물고 오기도 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이제 곧 겨울인데, 도시에 사는 점돌이는 어떻게 겨울을 나는 걸까? 걱정이 오고 가는 요즘, 또 다른 그림책을 꺼내 들었다. 바로 도시로 모험을 떠난 악어를 소개하는 그림책이다.

◇ 아기 악어 타코의 좌충우돌 도시모험

대관령이 고향인 나는 서울 살이가 예나 지금이나 쉽지가 않다. 매년 봄이면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인후염으로 고생을 하고, 매일 마주하는 빌딩과 아파트가 지금도 유쾌하지가 않다. 하지만 도시에서 일을 하며 살고 있는 나의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는 법. 도시 속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싶다면, 「꼬마악어 타코」(전이수 글과 그림, 엘리 펴냄, 2017년)를 읽어보자.

「꼬마악어 타코」 표지 ⓒ엘리
「꼬마악어 타코」 표지 ⓒ엘리

이 책은 전이수 작가가 2016년, 여덟 살 겨울방학 때 첫 번째로 쓴 그림책이다. 길을 잃은 꼬마악어 타코가 도시에서 겪은 좌충우돌 모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으로, 악어의 시선에서 자연이 파괴되는 아픔을 그린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눈에 비친 도시도 삭막하고 답답한데 꼬마 악어 눈에는 더 하지 않았을까? 오염된 도시에서 상처받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도시를 모험하고 온 꼬마 악어의 굳은 다짐에는 전이수 작가의 진심이 전해진다. 그 진심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그날까지 「꼬마악어 타코」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하며 응원해 본다.

◇ 멸종 위기 거북이를 위해 그림책을 썼어요!

이 책을 만난 건 지난 여름, 엔씨소프트와 그림책 기획전을 준비할 때다. 미국에서 잠시 한국에 왔다는 그림책 저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부푼 기대에 북토크까지 내심 준비 중이었다. 아쉽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는 바람에 행사는 취소되었지만, 이후 책방의 손님들에게 매번 강력하게 추천하는 그림책이 되었다.

수익금을 멸종 위기 거북이를 보호하는 데 쓰인다는 「200살 거북이 이야기」(다니엘 김·벤자민 김 글과 그림, 마송희 옮김, 인테그럴 펴냄, 2017년)은 ‘거북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림책이다.

「200살 거북이 이야기」 ⓒ인테그럴
「200살 거북이 이야기」 ⓒ인테그럴

이 책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다니엘과 벤자민이라는 열 살, 여덟 살의 형제가 처음으로 선보인 그림책이다. 부모님과 함께 간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검은 코뿔소(Southern Black Rhino)가 지구에 세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두 형제가 좋아하는 동물 거북이 역시 멸종위기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귀여운 거북이의 200년 일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거북이가 여행하는 시간순으로 우리가 잘 아는 역사 속 에피소드가 소개돼 그림책의 매력을 더하지만, 200년을 사는 거북이의 일생을 함께한 자연은 날로 피폐해진다.

그림책을 다 읽고 나서도 거북이를 아끼는 두 형제의 글과 그림이 가슴을 울린다. 어른들의 몫을 어린이들에게 마냥 떠넘기는 건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두 형제의 진심이 전해졌으면 한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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