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지금 필요한 것은 보호출산제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강력한 위기임신출산지원대책을 수립하라!”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출생신고절차를 개선하라!”
미혼모·한부모·아동인권 단체들이 25일 낮 12시 서울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정부의 ‘보호출산제 도입’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호출산제는 출생신고 시 미혼 산모의 개인정보를 밝히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16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영아 유기 등 문제 예방을 위해 출생신고 시 미혼 산모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보호출산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관련 단체들은 “영아 유기를 막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보호출산제가 아니라 강력한 위기임신출산지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보호출산제가 아동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비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공고히 하는 것이므로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호출산제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가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백혜련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입양특례법 개정 후 영아 유기는 전체적으로 보면 큰 차이가 없다"며, "출생기록의 노출을 꺼리는 미혼모가 아동을 유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최형숙 인트리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자녀를 출산한 여성이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아니다. 출생기록 은폐로 부모와 자녀의 확실한 분리를 만드는 제도”라면서 “임신초기상담부터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채 보호출산제만을 도입하는 것은 지원에 방치돼 있던 여성에게 극단적인 선택지만을 남겨놓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은희 아임맘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이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하고 아동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는 상실감을 갖게 한다. 자존감과 정체성 형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 “출생통보제 도입 및 출생신고 절차 간소화해야”
보호출산제가 아닌 출생통보제 도입 및 출생신고 절차 간소화를 통해 아동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출생 후 즉시 등록될 권리를 보장할 것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출생신고제는 부모의 법적 지위 및 아동과의 관계가 확정돼야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돼 있어 미혼부의 출생신고, 자택 출산한 여성의 출생신고가 지연돼 아동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 자녀를 책임지고 양육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이 같은 제도 개선을 호소하는 이유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현행 출생신고제는 아동이 공적 기록에 등록되기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돼 있어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고 복잡한 출생신고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면서 “비혼 출산이라 숨겨야 한다는 생각은 비혼 출산에 대한 차별을 국가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정부 인식을 꼬집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소속 사단법인 두루의 김진 변호사는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서 익명 출산 가능성을 허용하는 제도의 도입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것을 명시했다”면서 “보호출산제는 아동 유기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으로 고려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아동인권 보장을 위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도입한 후,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잘 양육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다음에야 (보호출산제가) 비로소 논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혼모협회 아임맘,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한국한부모연합,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아동인권센터, 굿네이버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뿌리의집, (사)두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세이브더칠드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공익법센터 어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주민센터 친구, 재단법인 동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플랜코리아)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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