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가가 비행기를 닮았어!" 두 아이 배변훈련 도전기
"응가가 비행기를 닮았어!" 두 아이 배변훈련 도전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20.12.01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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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 인류학] 배변훈련 성공 비결은 관심과 칭찬
'기저귀' 엉덩이의 치명적인 뒤태! ⓒ베이비뉴스
'기저귀' 엉덩이의 치명적인 뒤태! ⓒ베이비뉴스

사진 파일을 정리하던 중 올해 초에 찍은 작은아이 사진을 발견했다. 오빠를 향해 뛰어가는 뒷모습이 찍혔는데, 뒤태가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바지 위로 드러나는 기저귀가 엉덩이를 더 토실토실해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던 아이가 어느새 기저귀를 다 떼고, 자다가도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벌떡 일어나 “엄마, 나 쉬야 하고 또 잘래”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엄마와 함께하는 음악교실을 일주일에 한 번씩 다니면서 미국 엄마들과 많이 친해질 기회가 있었다. 그러면서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파티 트레이닝(potty traning)' 즉, 배변훈련을 시작했냐는 것이었다.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제각각이었고, 곧 더 어린 동생이 태어날 집 엄마들은 조금이나마 더 수월하고자 배변훈련을 일찍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사실 인류학자들은, 애초에 과거 배변훈련이라는 것은 '훈련'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아이들 스스로 익히게 되는 방식이었는데, 후에 기저귀라는 것이 발명되고 집 안의 실내활동과 그 안에서의 청결, 위생 문제에 신경 쓰게 된 생활 변화 때문에 오늘날의 의식적인 배변 '훈련'이 시작됐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집 마당이건 산이건 들이건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주저 앉아 응가를 하고 쉬야를 했던 것이, 후에 부모의 편의와 청결, 위생 문제를 위해 기저귀라는 것을 차게 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실 특별한 이유(예컨대 보내려는 보육 기관에서 요청한다든지)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배변훈련은 내가 먼저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아이가 신호를 보내면 그때 가서나 슬슬 시작해볼까 생각 중이었다.

작은아이의 배변훈련은 우연히 시작됐다. 처음에는 딱히 배변훈련을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지만 유아용 변기는 하나 사놓아도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들른 마트에서 마침 세일 중인 유아용 변기를 발견했다. 핑크색에, 소리만 나긴 하지만 물 내리는 레버도 달린 변기를 보더니 마음에 들었는지 작은아이가 “엄마 이거 좋아” 하고 떠나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곧 필요할 것이기에 냉큼 집어왔다.

◇ 일단은 변기에 앉는 것이 익숙해지도록

어른 변기 옆 쪽에 놓아두고 익숙해지도록 놔뒀다. 일주일 정도는 아이가 그냥 바지를 입은 상태로 앉거나 (물소리만 나는) 레버를 내리며 소리 나는 것을 즐기는 것을 같이 웃으며 바라만 봤다. 일주일이 지나자 배변훈련을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배변을 하고 난 뒤에는 바로 기저귀를 몹시 불편해하면서 빼내려 했다.

처음에는 아이 앞에서 어른 변기에 앉아서 쉬야를 했다. 어차피 엄마 껌딱지 딸래미라 혼자서 화장실을 쓰는 호사는 누린 것은 오래전 일이었다. 딸래미에게도, 한번 엄마처럼 변기에 앉아볼까 권유해봤다. 처음 몇 번은 웃으면서 고개를 젓기에 더 권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스스로 앉아보겠다고 했다. 바지를 벗기고 앉혀주니, 소변을 보지는 않지만 잠시 앉았다가 “쉬야 했어~” 한다. 변기에 예쁘게 잘 앉았다고 아빠와 오빠까지 불러서 다 같이 박수를 쳐주고 칭찬해줬다. 내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딸에게 같이 가겠냐고 물어봐서 아이가 소변이나 대변을 보지 않더라도 변기에 앉아 있도록 유도했다. 아이도 재미있어 하면서 잘 따라왔다.

처음에는 실제로 변기에 배변하는 게 어색하고 싫었던 것 같은데, 결국 나흘 정도가 지나고 첫 대변을 봤다.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과장되게 칭찬해주고, 외가 식구들과 화상통화를 할 때도 딸이 변기에서 첫 대변을 봤다고 이야기하고 칭찬받게 했다. 아이는 기분이 좋았는지 자주 시도를 했고, 결국 소변도 보고 어른 변기에 소변이나 대변을 내려서 보낼 때는 “바이바이(Bye, bye) 쉬야~” 하고 인사도 해줬다.

물론 두어 번 놀이에 몰두하다가 바지에 실례를 해버리기도 했지만, 당황하거나 혼내지 않고 괜찮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닦아주면서, 다음에 혹시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이 들면 오래 참지 말고 엄마한테 말하라고 지나가듯이 말해줬다. 밤에는 잠들기 전에 꼭 다시 한번 변기에 앉아보도록 유도하고 방수천을 깔아줬고 큰 실수 없이 결국 28개월이 되면서 밤 기저귀까지 완전히 뗐다.

큰아이는 두 돌이 조금 지나고 기저귀를 완전히 떼었다. 마침 그 시기가 날이 더울 때라, 남자아이였음에도 긴 원피스 같은 옷을 입히고 기저귀를 벗겨두었다. 말이 빠른 편이 었던 아들은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쉬야가 마렵다고 큰 소리로 얘기를 했고, 처음에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할 때마다 기저귀를 채워줬다가 아기 변기를 사서 거실 한쪽에 두었다.

아기 변기가 익숙해지고 나자 자연스럽게 변기에 소변과 대변을 보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외가 식구들이 박수를 쳐주고 칭찬을 해줬다. 어깨가 으쓱해진 아들은 대변을 보고 나면 꼭 외할머니 손을 이끌고 변기로 가서는 오늘은 자신의 응가가 비행기를 닮았다는 자랑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 이제 그 '뒤태'를 다시 볼 수는 없겠지만…

어느덧 쉬야를 하고 나면 스스로 뒷정리까지 하려는 아이. 저러다 소변이라도 쏟으면 어쩌나 엄마의 마음은 떨리지만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도 대견하기만한 우리 막내.(독자 분들을 위해 사진의 '쉬야'는 지웠다.) ⓒ이은
어느덧 쉬야를 하고 나면 스스로 뒷정리까지 하려는 아이. 저러다 소변이라도 쏟으면 어쩌나 엄마의 마음은 떨리지만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도 대견하기만한 우리 막내.(독자 분들을 위해 사진의 '쉬야'는 지웠다.) ⓒ이은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배변훈련이 성공적이었던 데는, 우선 가족 모두의 관심과 칭찬이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씩 달랐던 것이, 큰아이는 변기의 종류에는 별로 구애를 받지 않았던데 반해 작은아이는 자신이 고른 핑크 변기나 귀여운 동물 모양 변기 말고 다른 변기는 좋아하지 않았다. 집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화장실에 갈 때는 휴대용 핑크색 변기 깔개를 준비하고 다닌 끝에(물론 나중에 익숙해진 뒤에는 괜찮았지만) 밖에서도 큰 거부 반응 없이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처음에는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 간격으로 같이 가서 변기에 앉도록 유도한 점이다.

또 가끔 기저귀를 채워뒀더라도 화장실에 가고 싶은 의사 표현을 하면 무조건 변기에 데리고 가는 등 일관적이려고 노력했다. 잠들기 직전 귀찮은 상황이나 화장실과 거리가 먼 상황에도 그랬다. 기저귀 하고 있으니 그냥 기저귀에 쉬야 하라고 하지 않고, 의사표현을 하면 꼭 화장실에 데리고 가도록 노력했다. 아이가 우선적으로 변기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배변훈련은 아이의 성향이나 나이, 엄마의 스타일에 따라 다 다르고 정답이 없겠지만, 두 아이를 키워본 내 입장에서는 칭찬과 일관성이 제일 중요했던 점 같다. 작은아이까지 기저귀를 떼니 훨씬 수월하고 좋지만 그래도 아가들의 기저귀 찬 뒤태가, 그리고 그 시절이 너무나 귀엽고 또 가끔은 그리운 요즘이다. 아이들은 쑥쑥 자라고 엄마는 무럭무럭 늙고 추억은 방울방울 늘어난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성장하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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