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범죄에도 온정주의가... 양형기준 바꿔야 해요”
“아동학대 범죄에도 온정주의가... 양형기준 바꿔야 해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2.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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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상규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강화 TF’ 위원장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강화 TF' 위원장을 맡은 한상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수위 낮은 이유에 대해 온정주의·이해 부족·대책 부재”를 꼽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강화 TF' 위원장을 맡은 한상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수위 낮은 이유에 대해 온정주의·이해 부족·대책 부재”를 꼽았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중순 생후 16개월 입양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에는 전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다. 세 차례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아동(정인 양)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공분이 일었고, 양부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아 국민의 법 감정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보다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뤄지고 있는 걸까? 지난해 7월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에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 강화’ 정책 과제가 포함되면서,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특별 TF팀이 꾸려져 최근까지 활동했다. ‘아동학대 행위자 처벌강화 TF’는 지난 10월부터 세 차례의 회의를 거쳐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개선 제안서’라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달 21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제안서에는 과연 어떠한 고민과 대안이 담겨 있을까?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으로, 특별 TF팀의 위원장을 맡은 한상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달 29일 서울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제안서에 담긴 주요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들어봤다. 한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아동학대범죄 처벌 수위 낮은 이유는… 온정주의·이해 부족·대책 부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아동학대범죄 처벌 수위가 낮다는 데 동의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는 범죄에 대한 온정주의가 있어요. 전통적인 정서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죄에 대해선 엄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처벌할 때는 동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동학대범죄에 대해선,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서 현실적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아동복지 시스템이 불완전하다는 걸 법원에서도 아는 것이죠. 대가족제도 아래서 같이 육아하던 전통사회를 지나 개인주의화 되고 산업화되면서 부모들도 바쁘고 양육을 사회가 뒷받침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오로지 부모 책임으로 전가된 경우가 많고요, 법원도 이 부분은 모르지 않으니 무조건 엄벌만 해선 안 된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결국 범죄에 대한 온정주의,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이해 부족, 대책 부재로 인해 가해자인 부모를 가정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징계권이 이번에 폐지됐지만 아이에 대한 부모의 전통적 지위와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처벌 수위가 낮은 게 아닌가 해요.” 

◇ "제안서에 담긴 내용은? 아동학대범죄 통일적 양형기준 마련하는 것"

한상규 위원장은 제안서 내용에 대해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통일적 양형기준을 마련하자는 것과 특수성을 반영해 개선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상규 위원장은 제안서 내용에 대해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통일적 양형기준을 마련하자는 것과 특수성을 반영해 개선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동학대행위자 처벌강화 TF팀에서 만든 제안서에 담긴 주된 내용은 어떤 내용인가요?

“제안서 내용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하나는 아동학대 범죄를 아우르는 전체 통일적인 양형기준이 없으니 통일적 양형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아동학대범죄 특수성을 반영해 개선해달라는 겁니다.

아동학대범죄 유형이 다양함에도 아동학대중상해·치사에만 아동학대범죄 특수성을 반영하고, 나머지 아동학대범죄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이 특별히 없는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양형기준 개선 제안 내용에는 ▲행위자가 보호자인 경우, 가중처벌하자 ▲만 6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을 상대로 한 범행을 추가적 가중요소로 하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의 범죄에 대해 가중요소로 추가하자 ▲‘처벌불원’의 감경요소에서 삭제하자 ▲‘참작할 만한 범행 동기’도 감경요소에서 삭제하거나 내용을 수정하자 ▲‘체포·감금·유기·학대범죄 양형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아동학대범죄의 권고 형량을 상향하자 ▲일반양형인자로서의 ‘진지한 반성’에 관해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어요.” 

-통일적인 양형기준 마련을 위해 ‘아동학대범죄군’ 신설은 어려운가요?

“독립된 범죄군을 만들려면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범죄도 많이 발생해야 해요. 그러나 국민적 요구가 있거나 법 감정에 부합하는 양형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양형기준은 재판을 다 한 다음에 형을 내릴 때 참고하는 것인데 독립군으로 만들어지면, 아동학대범죄의 특수성을 양형인자로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되죠. 아동학대범죄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 놓으면 재판하는 입장에서도 형량을 정할 때 살펴보기도 좋고요, 일반에 양형기준이 공개가 되면 (처벌 수위 문제 지적에 있어) 개선될 수 있지요.”

-그럼 지금까지 왜 독립된 범죄군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건가요?

“아동학대중상해·치사에 대해선 특례법에 의해 만들어진 거고요, 그 외 범죄에 대해서는 다른 범죄군의 양형기준에서 규정하고 있어서 그 양형기준에 넣어서 감경 등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살인범죄, 이런 식으로 ‘아동학대범죄’ 이런 게 없다는 것이죠.”

◇ “아동학대 전담판사제…제도의 문제가 아닌 여건의 문제”

-독립된 범죄군 신설이 어렵다면 아동학대 전담판사제와 같은 제도를 두는 건 어떤가요?

“현재로서는 전담판사를 둘 정도로 사건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소년범죄나 가정범죄를 맡은 가정법원 쪽에서 같이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종의 전담을 하는 거죠. 그럴 필요성은 분명히 있어요. 우리 미래 세대에 관한 일이고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해볼 만합니다.

사건 수가 적다는 이유로 안 할 게 아니라 유사한 사건군을 모아서 그 사건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담법관이나 법원을 두는 건 상당히 좋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야 체계적으로 연구도 하고 경험도 쌓일 테니까요. 이 부분은 사회에서 법원에서 ‘아동학대범죄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업무 분장에 대한 일이니까 특별히 어려울 건 없을 것 같아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여건의 문제라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처벌강화만이 아동학대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는 대안은 아니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그렇습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죠. 범죄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사후처리도 중요하지만 아동학대범죄도 예방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어요. 특히 교육적 측면에서 정규 교육과정에서 아동학대, 가정폭력범죄나 성폭력범죄에 대해 가르치고 어렸을 때부터 인식을 심어야 해요. 입시 위주 지식 전달 교육만 되고 있지 사회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이 안 되고 있어요.

처벌의 목적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잠재적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일반 예방효과가 있고요, 다른 하나는 범죄자를 교화시키고 인도해 사회로 복귀시키는 특별 예방효과가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형사사법 시스템이 특별예방에 굉장히 약합니다. 처벌을 강화하려는 생각만 하다 보니 뒤는 생각을 못 하죠.

범죄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누가 범죄인이 될지 몰라요. 위하효과나 일반 예방효과만 생각하지 특별예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아쉬운 부분입니다. 범죄가 왜 생기는지 원인과 대책이 필요한데 중하게 처벌해서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거나 겁을 줘서 못하게 하겠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가장 편한 게 형벌이잖아요. 우리 사회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 “아동학대범죄는 우리 사회 미래와 깊은 관련이 있어요”

한상규 위원장은 TF에서 마련한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제안서'는 8기 양형위원회가 구성되면 상정돼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상규 위원장은 TF에서 마련한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제안서'는 8기 양형위원회가 구성되면 상정돼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양천 사건’(정인이 사건)을 두고 국민들은 양부모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요구했는데 어떻게 보셨는지요?

“형벌이 낮다는 인식, 그리고 잘못된 범죄에 대해 마땅히 무거운 벌을 내려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다만 살인죄냐 치사죄냐는 법률적으로는 살인의 고의에 관한 문제입니다. 고의 중에는 ‘미필적 고의’라고 해서 피해자가 사망할지 모른다는 것을 알고 한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양부모에 대한 공소장을 ‘살인죄’로 변경했어요. 고의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될 겁니다. 고의 인정은 자백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범죄 당시 상황이나 기타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고의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영유아들 경우, 폭행과 상해에 취약하기 때문에 성인 피해자보다 고의 범죄를 인정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여요.” 

-TF는 여러 관계부처와 다양한 인사로 구성이 됐는데 논의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어려움보다는 좋은 점이 많았어요. 법무부, 경찰, 언론,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보장원, 민간 변호사 등 다양한 전문가 통해 아동학대와 관련해 통합적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됐어요. 아쉬운 건, 교육부에서 참여하지 않은 점입니다. 중요 범죄에 대해선 어려서부터 교육과정에서 가르쳐야 해요. 그 점이 아쉽습니다. 교육부가 참여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요.”

-제안서가 양형위원회에 제출된 상태인데요,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이번 7기 양형위원회 임기가 6월에 끝납니다. 김영란 양형위원회 위원장 임기는 4월에 끝나고요, 그럼 새 위원장이 와서 8기 양형위원회가 구성되면 6월쯤 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요. 그때 상정돼 논의될 것으로 봅니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서 8기 양형위원회에서 다뤄지기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복지부 차원에서 한 번 더 주의를 상기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끝으로 TF활동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TF 활동은 시기적절했다고 봐요. 일회성이나 인기 영합의 정치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추진이 돼야 합니다. 아동학대범죄는 우리 사회 미래와 깊은 관련이 있어요. 어떤 TF를 보면 결과물 내고 해산하고 추진이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아동권리보장원이 주축이 돼 있기 때문에 꾸준히 되리라 보고 TF가 아니더라도 꾸준한 연구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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