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시선에서 본 세상은 얼마나 큰 세상일까?
아이의 시선에서 본 세상은 얼마나 큰 세상일까?
  • 칼럼니스트 이샛별
  • 승인 2021.04.20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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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포도 목욕을 하면서 나눈 대화

 

따뜻한 햇살 아래서 자란 포도처럼 아이에겐 엄마의 사랑이 최고의 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이샛별
따뜻한 햇살 아래서 자란 포도처럼 아이에겐 엄마의 사랑이 최고의 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이샛별

어느 날 아침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을 씻어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다 잠시 담갔다.

보글보글거리는 물에다 담긴 포도를 만지작거리다 다가온 아이가 말했다.

“엄마, 뭐야?”

“응? 포도야~”

“포도~ 포도.”

빨리 먹고 싶은지 재촉하는 아이에게 “기다려”, “금방 될거야” 내가 할 수 있는 발화와 몸짓으로 설명했다. 그래도 기다리기 싫은지 자꾸 빨리 달라는 표현을 하는 아이 앞에서 그 순간 순발력을 발휘했다. 평소 목욕을 좋아하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췄다.

“예준아, 포도가 지금 목욕하고 있어.”

“여기 봐봐. 보글보글. 포도가 목욕하네?”

“(예준) 포도, 목욕하네?”

“맞아, 머리부터 발까지 목욕해야 깨끗해~”

보글보글 목욕하는 포도를 방긋 웃으며 기다리는 예준이를 보며 새삼 생각했다.

우리의 시선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에서 본 세상은 얼마나 큰 세상일까? 그리고 못 듣는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도 궁금했다. 그럼에도 오늘도 아이는 엄마의 차이를 느끼지 않은 채 그저 엄마 그 자체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 아이에게 편견과 차이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만의 속도와 자세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눈높이로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물론 이 아이 덕분에.

꼭 말로 하는 사랑이 아니어도 눈빛으로 전해지는 아이의 사랑은 곧 엄마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눈높이를 낮추는 게 아니라 맞출수록 아이와의 소통도 한 층 더 깊어지기 시작했다.

포도가 목욕하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서로를 마주 보는 이 풍경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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