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왜’를 말해서는 안 될 때!
아이에게 ‘왜’를 말해서는 안 될 때!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1.06.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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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부모가 아이를 혼낼 때 단정의 의미로 사용하는 ‘왜’
아이에게 ‘왜’를 말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있다. 부모가 아이를 혼낼 때 단정의 의미로 사용하는 ‘왜’이다. ⓒ베이비뉴스
아이에게 ‘왜’를 말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있다. 부모가 아이를 혼낼 때 단정의 의미로 사용하는 ‘왜’이다. ⓒ베이비뉴스

영국의 소설가인 러디어드 키플링의 작품 ‘바로 그런 이야기들’ 중 아기 코끼리를 소재로 한 이야기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나에게는 여섯 명의 정직한 하인이 있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가르쳐 주었지. 그들의 이름은 무엇(what), 왜(why), 언제(when), 어떻게(how), 어디서(where) 그리고 누구(who)라네!’. 이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육하원칙은 어떤 이야기를 명쾌하게 설명할 때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특히 ‘왜(why)’는 어떤 사물과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이는 3살 즈음이 되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갖고, ‘엄마, 하늘은 왜 파란색이야?’, ‘엄마, 강아지는 왜 다리가 4개야?’, ‘엄마, 학교는 왜 여기에 있어?’ 등의 질문을 많이 한다.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질문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논리적 사고 능력과 추론 능력이 발달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왜’를 말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있다. 부모가 아이를 혼낼 때 단정의 의미로 사용하는 ‘왜’이다. 예를 들어, ‘너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니’, ‘너 왜 이 모양이니’, ‘너 왜 이렇게 생각이 없니’, ‘너 왜 자꾸 그러니’와 같은 표현이다. 이 말은 부모와 자녀 간의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표현이다. 이 표현 뒤에는 ‘내 말 좀 들어’라는 말이 생략돼 있고, 부모가 중심이 돼 아이가 따라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포돼 있다. 그리고 질문과 대답의 형태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일방적인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데 그친다. 즉, 부모가 ‘왜’라고 묻지만, 정작 그에 대한 아이의 대답을 요청하는 화법이 아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너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니?’라고 했을 때, 그에 대해 아이가 자신이 왜 말을 안 듣는지 논리적으로 대답해주길 바라는 목적보다는 ‘너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니? 맨날 이러니까 계속 야단치는 거잖아.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처럼 아이의 문제 행동을 근거 삼아 야단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결국 이 화법은 아이가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고 아이의 진심은 들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모가 이런 말을 지속한다면 아이 스스로 자신이 쓸모없고 무능한 사람이라는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울고 있을 때에도 부모가 ‘넌 왜 울고 그러니’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감정이 더 격해질 수 있다. 그리고 ‘왜’는 감성적 질문이 아닌 상대가 그에 따른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이성적 질문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아이는 단지 감정의 불편함으로 자신이 왜 우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 있는데,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왜’라고 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이와 같이 단정의 의미로 ‘왜’를 사용하면 과거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아이 자체를 비난하게 된다. 이보다는 아이의 잘못된 행동만을 언급하고, 육하원칙 중 ‘어떻게(how)’를 사용하여 미래로 이끌어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한다.

아이를 야단칠 때,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니’가 아닌 ‘어떻게 하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라고 말해보자. ‘왜 그렇게 너는 조심성이 없니’가 아닌 ‘어떻게 하면 신중하게 말할 수 있을까’, ‘너 왜 자꾸 그러니’가 아닌 ‘어떻게 하면 이 행동을 멈출 수 있을까’로 바꿔보자. ‘왜’를 말하면 아이의 문제와 원인만 찾을 뿐이다. ‘어떻게’로 문제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 아이의 변화를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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